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3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정상에 오른 박지은.
미국 아마추어 무대를 휩쓸던 박지은의 전력을 감안할 때 그동안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올해는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준우승만 6차례에 그치며 ‘뒷심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풍족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승부 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은은 보란 듯이 ‘숙적’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상대로 10월31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6274야드)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쳐 3라운드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정상에 오르며 이러한 부정적인 견해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지은으로서는 4월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 이후 6개월 만에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올린 것이자 고국 무대에서 처음 우승하는 기쁨을 누린 것이다. 데뷔 이래 해마다 1승밖에 올리지 못했던 징크스와 올 시즌 자신을 괴롭혔던 준우승 ‘악몽’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특히 ‘골프여제’ 소렌스탐의 막판 추격을 여유 있게 5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 더욱 의미가 크다.
박지은은 지난해 안시현(20·코오롱엘로드)이 세운 대회 최소타 기록(12언더파·276타)도 갈아치웠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상금 20만2500달러를 받은 박지은은 시즌 상금 142만9338달러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따돌리고 상금 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세계 최고의 여자 골프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혀온 박지은은 올 시즌 컨디션이 호조를 보여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버디 퀸’답게 평균 4.20개의 버디를 낚았으며, 평균 퍼팅수 28.75개로 공동 1위, 평균 드라이버 거리에서도 269.4야드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68.5%)에서는 ‘톱10’에 진입하지 못하며 공동 31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나날이 특유의 장타에 날카로움이 가미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CJ나인브릿지클래식 개막 전날 프로암대회에선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지은은 “이렇게 샷 감이 좋을 때가 없었다”며 새로 맞춘 아이언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대회 마지막 날 답답한 플레이를 펼치다 우승 기회를 내주곤 했던 심리적 위축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세계 정상 등극을 향한 박지은의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