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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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필마로 만리장성 뛰어넘기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4-10-14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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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필마로 만리장성 뛰어넘기
    “이창호가 없는 이번이야말로 중국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무슨 소리? 아직 ‘바람의 아들’ 이세돌이 남았다.”

    울산에서 열린 제9회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중국이 신4천왕(이세돌-최철환-박영훈-송태곤)이 나선 한국을 3대 1로 이기면서 “이번에야말로!”를 외치고 있다. 한국은 이세돌 9단만이 4강에 살아남아 중국기사 세 명의 협공을 물리쳐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삼성화재배에서는 지난해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인 이세돌 9단은 그간의 불운을 끊고 4강에 올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이창호에 가장 근접한 실력을 갖춘 한국의 간판스타여서 과연 중국의 뜻대로 될지는 두고 봐야 알 듯.

    이세돌은 쉭쉭 허공을 가르며 꽂히는 표창처럼 빠르다. 먼저 좌하변을 보자. 이런 상황에서 백은 2의 곳을 뒷단속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과감히 손을 빼 백1을 차지했다. 흑A의 다가섬을 생각할 때 매우 큰 곳이다. 그래놓고 흑2의 추궁에는 백3·5의 보디체크로 수습하더니 여기서 또 선수를 낚아채 11의 요처를 밀고 들어가 단숨에 주도권을 쥔다. 이렇게 되고 보니 흑 석 점이 순식간에 허약하기 그지없는 말로 전락했다. 흑이 ‘어, 어’ 하는 사이 벼락같이 당한 일이다. 어디서 당했을까?

    앞서 백쫔로 이단젖혔을 때 흑1·3 이하로 칼을 뽑는 것은 11까지 백이 선수를 쓴 다음 역시 실전처럼(장면도 백11) 우상귀를 선점하는 수순이 눈에 빤하다.

    단기필마로 만리장성 뛰어넘기
    문제는 이 뒤 흑10에 뻗은 수가 더 나빴다. 조훈현 9단은 “이 수로 우상귀 11에 두어 다음 흑10과 B의 곳을 맞보는 것이 훨씬 나았다”고 평했다. 왕 레이 8단은 국후 처럼 백1에 붙여왔을 때 흑2 이하 6으로 강력하게 맞서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했다. 138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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