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화소 카메라폰.
지하철 환승통로의 휴대전화 가판에서 발견한 엄마폰 광고문구는 이와 완전히 다르다. 엄마폰이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큼직한 글자 아래에 ‘통화 적은 엄마를 위한 저렴한 휴대폰’이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이 5만원짜리 휴대전화를 보며 문득 PCS 3사가 시장에 합류해 치열하게 경합하던, 최신형 단말기도 5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89만원짜리 휴대전화는 200만원을 호가하던 이동통신 초창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요즘의 엄마폰과 최신 휴대전화의 가격 차이는 이동통신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 원리와 다른 양상을 띤다. 초저가 단말기를 홍보하는 문구가 엄마폰이라니, 자식들에게는 살 많은 몸통을 주고 자신은 먹을 것 없는 생선 머리를 먹는 엄마의 마음을 빗댄 표현인가.
생선이야 어두일미라는 말이 있듯 머리가 더 맛있다고 쳐서 엄마의 마음을 위무할 수도 있지만 휴대전화는 다르다. 5만원에 살 수 있는 휴대전화는 그야말로 통화를 위한 기기여서 성능이나 디자인이 고가의 최신형 단말기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래서 엄마 아닌 사람들은 저가 휴대전화를 잘 사지 않는다. ‘자식들’ 은 대개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도 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며, 음악도 들어야 하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해야 하므로 최신형 단말기를 가지려 한다. 저가 휴대전화는 어디까지나 엄마들의 몫이다.
자식들이 쓸 최신형 단말기는 당연히 고가다. 한 대에 40만~50만원은 보통인데, 문제는 자식들이 탐낼 최신형 모델들이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든 가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200만 화소를 넘어 300만 화소급 카메라폰이 출시되면서 휴대전화 가격은 사상 최고액을 돌파했다.
새 제품에 자녀 들뜨고, 부모 떨리고
명품, 고가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려는 삼성전자는 300만 화소 카메라폰의 출시 가격 협상에서 SK텔레콤과 협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KTF라는 다른 파트너를 찾아 초고가 전략 의지를 관철했다. 반면 팬택&큐리텔은 삼성전자의 신제품과 동급인 300만 화소 카메라폰 출시를 앞두고 이동통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팬택&큐리텔은 신제품을 통해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가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전략인 만큼 70만원대 후반 아래로는 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삼성전자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팬택&큐리텔이 모델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내놓는 데 대해 부정적이다.
사용자들은 갖고 싶은 최첨단 휴대전화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비싸다는 사실에 난감해한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 값을 합친 단말기 가격에 수긍하는가 하면,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는 자신감으로 초고가 전략을 밀어붙이는 삼성전자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이동통신사나 제조사의 고가 전략에 대해서는 상품의 내용이나 가격 등을 꼼꼼히 비교하기보다 최신 사양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좇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행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하지만 조금 더 사용자의 처지에서 보자면, 첨단 문명을 체험해보고 싶은 심정이나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는 행태도 이해할 수 있다.
‘좋은 제품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좀더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주길 바란다’는 한 네티즌의 의견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사용자들 생각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