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의 확정가가 돋보이는 국면. 흑은 좌변을 최대한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우하변 흑대마(▲)를 안정시키기 위해 1로 교란작전을 폈다. 백2에 흑3은 예정된 행보이고, 이 대목에서 서로에게 무난할 만한 절충안을 생각한다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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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흑7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면 흑은 도대체 무얼 한 것인지. 가뜩이나 불리한 마당에 하변까지 고스란히 굳혀준 건 치명타였다. 도리 없이 흑11로 품을 넓혀보았으나 백12·14로 좌변을 유린하자 도저히 잡을 길이 없다고 보고 미련 없이 돌을 거뒀다. 이로써 도전기 전적 2대 2. 폭염을 달구고 있는 ‘이-이 왕위 전쟁’은 마지막 5국에서 판가름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벌어진 역대 도전기 최단 수수 기록은, 조훈현 9단이 2001년 왕위전 도전3국에서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던진 49수다. 84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