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대 디자인학과 졸업 예정자이고, 다른 이태백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넣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락 오는 곳은 별로 없고, 무언가 불안하면서도 편안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솔직히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이태백)
“20대가 왜 그렇게 취직하기 어려운 줄 아십니까? 사람들은 불경기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20대들은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확실하게 할 줄 아는 일이 없으며, 겁이 많아서 실패는 무진장 두려워하고, 무엇이든 보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시작도 하지 않으며, 눈은 높아서 자기가 하는 일도 주변의 현실도 모두 못마땅하고….”(김형태)
‘청년 실업 50만명’ ‘20대 태반이 백수’인 현실을 생각할 때 젊은이에게 해주는 조언으로는 좀 과하다 싶다. 그럼에도 ‘이태백’들은 김형태씨(39)의 상담에 열광한다. “나도 야단쳐 달라” “호통 쳐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이어진다.
이처럼 파격적인 상담을 펼치는 이는 뜻밖에도 ‘황신혜 밴드’의 리더로 활동했던 김형태씨. ‘무규칙이종예술가’를 자처하며 화가, 연극배우로도 활동해온 그가 개인 홈페이지(www.thegim. com)의 ‘카운슬링’ 난에 올랐던 상담 사례를 모아 ‘너, 외롭구나’를 펴냈다. 상담 내용은 정신과 의사나 전문 카운슬러가 흔히 하는 틀에 박힌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직업만 없는 것이 아니라 싸가지도 없고, 희망도 없고, 미래도 희박하다. 기나긴 삶의 행로에서 오랫동안 등불이 되어줄 지혜를 일러주는 어른도 없고, 철학과 전통문화를 전수해주고자 하는 은사도 없으며, 인성과 감성과 교양을 가르쳐주는 학교도 없다. 그래서 오늘의 청춘들은 무섭고, 불안하고, 외롭고, 답답하다.”
이런 청춘들에게 그는 예상문제와 자격증말고 진짜 인생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인류 역사를 살펴봐도 알 수 있듯 청춘의 번민과 고뇌,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과 도전정신은 변함이 없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래서 상담이 시작됐다.
스물한 살의 여대생이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그에게 하소연했다. “제 친구 중의 하나는 부모 잘 만나서 배경도 있고, 돈도 많고…. 그러니까 100m 달리기를 하려는데,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저만큼 앞서 출발하는 거죠.” 김씨는 “인정하기 싫지만,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되받는다. 그리고 그 불공평함을 돈을 기준으로 해서만 보지 말고 “당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차례대로 기준을 세워서 다시 비교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모든 것을 다 가진 이는 없고, 모든 불평등의 합은 다시 평등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답답한 마음에 고민을 적어보냈다 호되게 꾸중을 듣기도 한다. “일본을 갈까, 영어공부를 할까, 공무원 시험을 볼까, 아무 데나 취직할까 고민입니다.” “당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 데서도, 아무 일도 못하는 겁니다. 세상에 ‘아무 데나’라고 말할 수 있는 직장은 결코 없습니다.”
이 책에는 상담 내용 외에도 청춘들에게 보내는 김씨의 빛나는 헌사 몇 편이 실려 있다.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스스로 변화해서 대안적 인간이 돼야 한다는 ‘이태백에게 드리는 새 글’, 과거를 존경해야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꿈은 존경심에서 싹트는 나무이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은 창조적 사고를 방해하는 우민화 교육에서 비롯됐고 예술만이 구원할 수 있다는 ‘예술이 밥 먹여주냐? 응, 몰랐냐?’ 등이 그것.
그런데 김씨는 과연 청춘들에게 이런 조언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걸까. 참고로 그가 ‘황신혜밴드’를 결성한 것은 서른두 살 때였다. 결혼 4년차였고, 경제적인 상황에서부터 여러 가지 보편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가 밴드를 해도 괜찮을 조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PC통신 동호회 벼룩시장에서 5만원 주고 기타를 구입해 밴드를 만들어 성공했다.
“성공이란, 남들이 말하는 사회적 인정, 경제적 성취가 아닙니다. 내 생애의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그것을 내 스스로 즐기면서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성공한 내 인생이며, 음악의 성공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슨 이유로 당신이 하고 싶은 일로 당신의 여생을 채우지 않는 거죠?
이 책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길을 묻고 싶은 선배 하나가 필요한 청년에게, 혹은 요즘 청년들의 고뇌와 방황에 대해 관심 있는 어른들에게, 그리고 마흔 넘어 기성의 세대에 속하면서도 청년처럼 새롭게 시도하고 젊게 살려는 이들에게 요긴한 책 같다.
김형태 지음/ 예담 펴냄/ 312쪽/ 9800원
Tips | 김형태
1989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네 번의 개인전과 다양한 퍼포먼스 작업을 했다. 홍익대 앞의 퍼포먼스 카페 ‘발전소’를 운영했고, 97년 ‘황신혜 밴드’를 결성해 5장의 음반을 냈다. 99년 ‘햄릿 프로젝트’에서 햄릿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받았고, 2003년 ‘김형태의 도시락 1집; 곰 아줌마 이야기’를 출간했다.
“20대가 왜 그렇게 취직하기 어려운 줄 아십니까? 사람들은 불경기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20대들은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확실하게 할 줄 아는 일이 없으며, 겁이 많아서 실패는 무진장 두려워하고, 무엇이든 보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시작도 하지 않으며, 눈은 높아서 자기가 하는 일도 주변의 현실도 모두 못마땅하고….”(김형태)
‘청년 실업 50만명’ ‘20대 태반이 백수’인 현실을 생각할 때 젊은이에게 해주는 조언으로는 좀 과하다 싶다. 그럼에도 ‘이태백’들은 김형태씨(39)의 상담에 열광한다. “나도 야단쳐 달라” “호통 쳐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이어진다.
이처럼 파격적인 상담을 펼치는 이는 뜻밖에도 ‘황신혜 밴드’의 리더로 활동했던 김형태씨. ‘무규칙이종예술가’를 자처하며 화가, 연극배우로도 활동해온 그가 개인 홈페이지(www.thegim. com)의 ‘카운슬링’ 난에 올랐던 상담 사례를 모아 ‘너, 외롭구나’를 펴냈다. 상담 내용은 정신과 의사나 전문 카운슬러가 흔히 하는 틀에 박힌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직업만 없는 것이 아니라 싸가지도 없고, 희망도 없고, 미래도 희박하다. 기나긴 삶의 행로에서 오랫동안 등불이 되어줄 지혜를 일러주는 어른도 없고, 철학과 전통문화를 전수해주고자 하는 은사도 없으며, 인성과 감성과 교양을 가르쳐주는 학교도 없다. 그래서 오늘의 청춘들은 무섭고, 불안하고, 외롭고, 답답하다.”
이런 청춘들에게 그는 예상문제와 자격증말고 진짜 인생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인류 역사를 살펴봐도 알 수 있듯 청춘의 번민과 고뇌,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과 도전정신은 변함이 없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래서 상담이 시작됐다.
스물한 살의 여대생이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그에게 하소연했다. “제 친구 중의 하나는 부모 잘 만나서 배경도 있고, 돈도 많고…. 그러니까 100m 달리기를 하려는데,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저만큼 앞서 출발하는 거죠.” 김씨는 “인정하기 싫지만,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되받는다. 그리고 그 불공평함을 돈을 기준으로 해서만 보지 말고 “당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차례대로 기준을 세워서 다시 비교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모든 것을 다 가진 이는 없고, 모든 불평등의 합은 다시 평등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답답한 마음에 고민을 적어보냈다 호되게 꾸중을 듣기도 한다. “일본을 갈까, 영어공부를 할까, 공무원 시험을 볼까, 아무 데나 취직할까 고민입니다.” “당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 데서도, 아무 일도 못하는 겁니다. 세상에 ‘아무 데나’라고 말할 수 있는 직장은 결코 없습니다.”
이 책에는 상담 내용 외에도 청춘들에게 보내는 김씨의 빛나는 헌사 몇 편이 실려 있다.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스스로 변화해서 대안적 인간이 돼야 한다는 ‘이태백에게 드리는 새 글’, 과거를 존경해야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꿈은 존경심에서 싹트는 나무이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은 창조적 사고를 방해하는 우민화 교육에서 비롯됐고 예술만이 구원할 수 있다는 ‘예술이 밥 먹여주냐? 응, 몰랐냐?’ 등이 그것.
그런데 김씨는 과연 청춘들에게 이런 조언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걸까. 참고로 그가 ‘황신혜밴드’를 결성한 것은 서른두 살 때였다. 결혼 4년차였고, 경제적인 상황에서부터 여러 가지 보편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가 밴드를 해도 괜찮을 조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PC통신 동호회 벼룩시장에서 5만원 주고 기타를 구입해 밴드를 만들어 성공했다.
“성공이란, 남들이 말하는 사회적 인정, 경제적 성취가 아닙니다. 내 생애의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그것을 내 스스로 즐기면서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성공한 내 인생이며, 음악의 성공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슨 이유로 당신이 하고 싶은 일로 당신의 여생을 채우지 않는 거죠?
이 책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길을 묻고 싶은 선배 하나가 필요한 청년에게, 혹은 요즘 청년들의 고뇌와 방황에 대해 관심 있는 어른들에게, 그리고 마흔 넘어 기성의 세대에 속하면서도 청년처럼 새롭게 시도하고 젊게 살려는 이들에게 요긴한 책 같다.
김형태 지음/ 예담 펴냄/ 312쪽/ 9800원
Tips | 김형태
1989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네 번의 개인전과 다양한 퍼포먼스 작업을 했다. 홍익대 앞의 퍼포먼스 카페 ‘발전소’를 운영했고, 97년 ‘황신혜 밴드’를 결성해 5장의 음반을 냈다. 99년 ‘햄릿 프로젝트’에서 햄릿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받았고, 2003년 ‘김형태의 도시락 1집; 곰 아줌마 이야기’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