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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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인터넷 벤처는 망한다?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7-30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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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방진 인터넷 벤처는 망한다?
    “모 포털하고 제휴하면 좋겠다 싶어 제안서를 작성해서 담당자를 찾아갔더니… 도대체 만나주지를 않네요.” “전화 통화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데요.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어휴! 말도 마세요.” “한때 Y사의 콧대가 장난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당연히 N사죠.” 하루에도 수십여 회사가 명멸을 거듭하는 대한민국 벤처업계. 이곳 역시 경제논리가 우선시되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공간이다 보니 일등회사에 돈과 권력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잘나가는 인터넷 기업 직원들의 어깨에는 자연스레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쉼없이 쏟아지는 신생업체들의 제휴 요청과 외부강연, 언론기고, 거기에 해외진출까지 고려하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만나자는 사람은 줄을 서고, 업계의 권력으로 대접받으니 이들이 거들먹거리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전형적인 벤처기업의 몰락 스토리입니다” 고 말하는 국내 선두권 콘텐츠업체 D사의 김모 사장은 10여년 동안의 PC통신과 인터넷 벤처 업계를 지켜보며 도출해낸 일등업체들의 몰락 공식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째, 담당자와 전화 통화하기가 쉽지 않은 회사. 둘째, 제휴업체를 하청업체 대하듯 깔아뭉개는 회사. 셋째, 성공했다고 곧바로 테헤란로의 번듯한 1급 빌딩으로 입주하는 회사. 마지막으로 CEO(최고경영자)가 지나치게 대외활동에 주력하는 회사를 꼽았다. 실제로 번듯한 건물에 입주하고 CEO가 언론에 자주 노출된 회사들은 실무 담당자와 연락하기도 어렵고, 설사 연결돼도 드센 콧대로 인해 사업제휴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다고 말한다. 최근 규모가 커진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전화예절과 대외관계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파편화된 조직 운영과 급격한 조직 확장으로 인해 대기업 같은 일관적인 겸양(謙讓)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흘러나온다. 경희대 경영학과 이경전 교수는 “인터넷 벤처의 성공비결은 이른바 후발업체와의 원활한 네트워크 구축인데, 순간의 성공으로 자만심에 빠진다면 굴러온 복까지 차버리는 셈이다”고 경고한다. 오늘도 벤처업계 실무자들은 술자리에서 콧대 높은 몇몇 회사들을 지목하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과연 이것은 후발업체의 시샘인가, 아니면 경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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