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의 소송 위협에 몰려 리콜을 한 기아차의 쏘렌토.
기아차는 당초 2003년 12월13일부터 2004년 4월6일까지 제작된 쏘렌토 자동5단 변속기 장착 차 2만1850대를 리콜한다고 6월11일 발표했다. 리콜 사유는 자동5단 변속기 내부의 홈이 제대로 파이지 않아 후진시 동력이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6월24일 올해 4월7일부터 21일까지 생산된 같은 모델 2768대도 추가로 리콜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혀 운전자들의 분노를 샀다.
쏘렌토 운전자들의 불만은 5단 변속이 늦고, 후진시 동력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아차는 이에 대해 이 결함들은 자동차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품질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해왔다. 다만 품질 문제도 기아차의 잘못인 만큼 서비스 차원에서 무상수리 캠페인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소위 ‘리매핑(remapping)’을 해주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기아차의 태도가 바뀐 것은 쏘렌토 운전자들이 6월6일 ‘소송’ 계획을 발표하고 건설교통부가 이틀 후 쏘렌토 결함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건교부의 조사 착수 3일 만인 6월11일 자발적 리콜로 돌아선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관계자는 “5단 변속이 늦는 현상은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품질상의 문제인 것은 맞지만 후진시 동력 전달이 늦어지는 현상은 안전 관련 결함이어서 리콜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기아차가 밝힌 결함 원인은 전문가가 설계 도면과 실물을 일일이 비교해야 알아낼 수 있는 것이어서 운전자들이 소송하겠다고 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 결함 원인까지 밝혀내 리콜을 실시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이미 결함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겨왔다는 의혹이 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공식적으로 “5단 변속기를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확인, 즉시 리콜을 실시했다고 해명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쉬쉬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이런 태도는 리콜 비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리콜을 실시하면 쏘렌토 변속기를 교환해주어야 하는데, 이 경우 변속기 값도 문제지만 이를 위한 공임과 시간도 상당히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용이 싸게 드는 리매핑으로 적당히 넘기려 했다는 것. 어쨌든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소송 위협’을 해야 겨우 리콜을 실시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