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자들의 입각문제가 화제다. 이 와중에 보건복지부 장관직은 ‘차라리 백의종군을 할지언정 안 가느니만 못한 자리’로 취급된다.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국민연금은 평생 돈 내고 나중에 노인이 돼서 용돈 받는 제도’라는 새삼스러운 ‘비밀’을 폭로한 문건이 화제가 될 정도이니, 차기 주자들이 복지부를 ‘뭘’로도 안 보는 심정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차기 주자들이 과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사회복지 예산이 30%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8%에 그친다는 현실을 알고 그러는 것일까?
비전 없는 이미지 정치가들에 뒤질세라 정부는 죽어가는 노숙자를 방치한 채 호화 동북아허브병원을 유치하겠다고 난리다. 2004년 5월, 의료의 시장화와 ‘사회복지 축소=경쟁력 강화’라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화려한 슬로건 아래 우리의 미래와 복지는 죽어가고 있다.
의료의 시장화, 의료 이용 빈부격차 확대할 뿐
4월26일, 서울시는 시립병원에 공문을 보냈다. 노숙자 의료구호비 예산이 없으니 노숙자들의 입원과 수술을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노숙자들이 입원을 못하고 쉼터 한구석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추산한 노숙자 의료비는 1년에 40억원, 그중 서울시의 몫이 20억원이다. 서울시의 노숙자 의료비 예산은 해마다 삭감돼 지난해 14억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올 예산을 지난해 미리 사용했고 올 예산은 1·4분기에 바닥이 났다.
서울시가 내놓은 해법은 입원과 수술 중단이었다. 병자에게 병원 문을 닫는 행위는 사실상 살인이다. 서울광장 조성에 83억원이 들었다. ‘열’받은 사회단체들은 서울광장 잔디에서 문화제를 열어 ‘잔디는 살아도 노숙자는 못사는가’를 외치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5월20일 서울시는 허가를 받지 않고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며 이 단체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5월13일, 재정경제부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펜실베이니아대학병원(PIM)을 유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PIM 측은 외국인 의사들을 고용한 대형병원을 짓겠다는 조건으로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화 허용을 요구했고 재정경제부는 법 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아주 간단한’ 문제가 있다.
첫째, 내국인 진료 허용을 하면 당장 부유층들은 허브병원으로 갈 것이고 경인지역 대형병원들은 환자가 줄어들 텐데 이들의 경쟁력은 누가 갖춰줄 것인가? PIM 측 경영평가는 진료비를 현재 보험수가의 7배 넘게 받아야만 허브병원의 경영수지가 맞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재정경제부의 말대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즉 외국병원만큼 고급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 보험수가를 7배 넘게 올려주어야 하는데 지금도 적자 타령만 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둘째, 결국 정부가 생각해낸 재원조달 방안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와 민간보험 도입이다. 복지부는 의료비 재원조달 방침으로 부유층 10%는 민간보험으로 자기 돈을 쓰고, 중산층은 건강보험에 남도록 보험체계를 바꾸려고 한다.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곧 정부가 돈을 내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비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그 돈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비영리기관으로 분류되는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이루어졌다 치자.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자동적으로 의료비 상승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돼 있다. 공립의료기관 중심인 유럽국가들이 GDP의 6~8%를 의료비로 쓰는 반면,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인 미국은 GDP의 14%를 쓴다. 도대체 누가 그 차이 분을 부담할 것인가? 민간보험, 아니면 국민 개인이 부담해야 하나.
셋째, 의료 이용의 빈부격차 확대문제다.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이 되고 민간보험이 도입된 나라들을 보자. 미국의 경우 의료비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고도 인구의 14%인 4300만명은 아예 보험이 없다. 의료 만족도는 세계 최하위다. 남미의 경우 부유층의 10~15%가 민간보험으로 빠져나가고 공적보험은 재정적자가 더욱 심각해졌다. 당연히 의료보험 혜택은 대폭 줄었다. 의료의 시장화는 의료 이용의 빈부격차를 확대할 뿐이다. 요즘 너도나도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빠져나가는 싱가포르는 80%가 넘는 병원이 공립병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단 8%만이 공립병원이다.
도대체 우리의 보건복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석균 /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단체연합 정책국장, 의사
비전 없는 이미지 정치가들에 뒤질세라 정부는 죽어가는 노숙자를 방치한 채 호화 동북아허브병원을 유치하겠다고 난리다. 2004년 5월, 의료의 시장화와 ‘사회복지 축소=경쟁력 강화’라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화려한 슬로건 아래 우리의 미래와 복지는 죽어가고 있다.
의료의 시장화, 의료 이용 빈부격차 확대할 뿐
4월26일, 서울시는 시립병원에 공문을 보냈다. 노숙자 의료구호비 예산이 없으니 노숙자들의 입원과 수술을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노숙자들이 입원을 못하고 쉼터 한구석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추산한 노숙자 의료비는 1년에 40억원, 그중 서울시의 몫이 20억원이다. 서울시의 노숙자 의료비 예산은 해마다 삭감돼 지난해 14억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올 예산을 지난해 미리 사용했고 올 예산은 1·4분기에 바닥이 났다.
서울시가 내놓은 해법은 입원과 수술 중단이었다. 병자에게 병원 문을 닫는 행위는 사실상 살인이다. 서울광장 조성에 83억원이 들었다. ‘열’받은 사회단체들은 서울광장 잔디에서 문화제를 열어 ‘잔디는 살아도 노숙자는 못사는가’를 외치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5월20일 서울시는 허가를 받지 않고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며 이 단체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5월13일, 재정경제부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펜실베이니아대학병원(PIM)을 유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PIM 측은 외국인 의사들을 고용한 대형병원을 짓겠다는 조건으로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화 허용을 요구했고 재정경제부는 법 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아주 간단한’ 문제가 있다.
첫째, 내국인 진료 허용을 하면 당장 부유층들은 허브병원으로 갈 것이고 경인지역 대형병원들은 환자가 줄어들 텐데 이들의 경쟁력은 누가 갖춰줄 것인가? PIM 측 경영평가는 진료비를 현재 보험수가의 7배 넘게 받아야만 허브병원의 경영수지가 맞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재정경제부의 말대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즉 외국병원만큼 고급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 보험수가를 7배 넘게 올려주어야 하는데 지금도 적자 타령만 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둘째, 결국 정부가 생각해낸 재원조달 방안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와 민간보험 도입이다. 복지부는 의료비 재원조달 방침으로 부유층 10%는 민간보험으로 자기 돈을 쓰고, 중산층은 건강보험에 남도록 보험체계를 바꾸려고 한다.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곧 정부가 돈을 내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비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그 돈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비영리기관으로 분류되는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이루어졌다 치자.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자동적으로 의료비 상승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돼 있다. 공립의료기관 중심인 유럽국가들이 GDP의 6~8%를 의료비로 쓰는 반면,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인 미국은 GDP의 14%를 쓴다. 도대체 누가 그 차이 분을 부담할 것인가? 민간보험, 아니면 국민 개인이 부담해야 하나.
셋째, 의료 이용의 빈부격차 확대문제다.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이 되고 민간보험이 도입된 나라들을 보자. 미국의 경우 의료비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고도 인구의 14%인 4300만명은 아예 보험이 없다. 의료 만족도는 세계 최하위다. 남미의 경우 부유층의 10~15%가 민간보험으로 빠져나가고 공적보험은 재정적자가 더욱 심각해졌다. 당연히 의료보험 혜택은 대폭 줄었다. 의료의 시장화는 의료 이용의 빈부격차를 확대할 뿐이다. 요즘 너도나도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빠져나가는 싱가포르는 80%가 넘는 병원이 공립병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단 8%만이 공립병원이다.
도대체 우리의 보건복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석균 /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단체연합 정책국장,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