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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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뼛속은 바람 잘 날 없네

60대 여성 2명 중 1명 ‘골다공증’ … 심각한 증상 없어 조기 검진·치료가 최선책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5-06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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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뼛속은 바람 잘 날 없네

    골다공증은 ‘꼬부랑 할머니’로 만드는 주범이다.

    ‘웰빙’의 기치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마냥 건강할 것 같은 젊은이들도 노년을 준비하는 데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건강에만 좋다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젊어서 자식들 걱정과 뒷바라지에 바람 잘 날 없이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들에게 ‘웰빙’ 화두는 그저 사치일 뿐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어버이날. 용돈에 여행에다 갖가지 선물들이 넘쳐나지만 허전해진 어머니의 뼈와 마음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김효순씨(64). 젊어서 남편과 사별해 두 딸과 아들을 대학까지 보내느라 갖은 고생을 다한 김씨는 세 자녀를 모두 결혼시킨 뒤 손녀들을 돌보며 둘째 딸네 집에서 머무르고 있다. 손녀들 안아주는 게 쉽지 않고 아파트 계단 오르기도 만만치 않지만 잘 살아보겠다고 열심인 딸 내외를 모른 척할 수 없었기 때문. 힘에 부치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김씨는 지난 4월 손녀를 유치원 셔틀버스에 태워주고 돌아오는 길에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됐다. 고등학생과 살짝 부딪쳐 넘어졌을 따름인데 엉덩이와 손목뼈에 심각한 골절이 생긴 것. 갑작스러운 골절의 원인은 바로 골다공증. 김씨의 뼈는 얇아지고 구멍이 나 있어 아주 약한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밖에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아주 약한 충격에도 심각한 골절

    어머니 뼛속은 바람 잘 날 없네

    골다공증 검사를 하고 있는 한 할머니의 모습.

    담당의사는 바로 수술해야 한다면서도 “수술을 해도 거동하는 데 불편할 수 있고 회복까지 최소 4개월에서 8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자식들에게 부담될 것이 걱정돼 눈물만 흘리는 김씨, 그녀의 입에서는 “차라리 죽으면 자식들에게 짐은 안 될 텐데…”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경기 일산에 사는 윤이랑씨(37)도 얼마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지만 전화 연락은 자주 해오던 어머니 최모씨(64)가 골절로 끝이 보이지 않는 병원 생활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 아버지와 서울 근교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며 매우 건강해 보이던 어머니에게서 병환의 그늘을 평소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입원 소식은 충격이었다.



    어머니는 단순히 동네 어귀에서 넘어졌을 뿐인데 엉덩이뼈까지 골절돼 있었다. 움직이지 못한 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어머니의 병명은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어서 뼈가 골절되기까지 유병 사실을 모르기에 ‘침묵의 질환’으로 불리는 골다공증이 이미 어머니의 뼈를 심각하게 소실시킨 뒤였다. 수술하고 한 달이면 될 줄 알았던 병원 생활이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씨는 그제야 병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골다공증으로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어머니의 뼈는 가벼운 충격에 골절이 되어 가루처럼 부서져버렸기 때문이다.

    어머니 뼛속은 바람 잘 날 없네

    정상 뼈와 골감소증 뼈, 골다공증 뼈의 구조(왼쪽부터). 칼슘이 빠져나가 갈수록 뼈의 구조가 성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 뼛속이 무너져내리는 줄도 몰랐던 윤씨. 직장 생활하며 가정 꾸리고 아이들 돌보느라 부모님 건강검진 한 번 해드린 적 없었던 자식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자식들을 오히려 괜찮다며 안심시키지만, 눈가의 근심은 더욱 깊어진 듯하다.

    이렇듯 우리들의 어머니가 폐경 뒤 가장 걸리기 쉬운 질병 가운데 하나인 골다공증은 60대 여성 2명 중 1명이 걸리는 심각한 질병이다. 특히 골다공증은 골절로 뼈가 부러지기 전까지 심각한 증세가 없기 때문에 최씨의 경우처럼 뼈가 부러지면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특히 고관절 골절일 경우 50살 넘은 여성 100명 중 3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결과를 불러온다. 또한 사망하지 않은 환자들도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게 되거나 평생 일어나지 못하는 등 골다공증은 암만큼이나 심각한 질병이다. 대한골다공증학회 김정구 회장(서울대 산부인과 교수)은 “골다공증 환자는 평소에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아주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뼛속은 바람 잘 날 없네
    하지만 골다공증은 불치병이 아니다. 조기 진단과 치료,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만 따른다면 근본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때문에 나이가 들면 줄어드는 키나 약해지는 뼈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골밀도 검사를 통해 뼈 건강을 진단받아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골대사학회장 정재윤 전남대 정형외과 교수도 “골다공증성 골절의 발생 건수는 심장마비 유방암의 발생 건수를 뛰어넘을 정도”라며 “본인의 티(T)점수와 그 의미를 아는 것이 폐경기 이후 여성의 꼿꼿한 삶을 지속시키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골밀도 검사는 주로 척추와 손목, 발목 등의 골밀도를 측정해 골다공증 여부를 판정하는데, 골절 위험도의 60∼70%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이다. 간단한 측정 방법으로 수분 이내에 결과를 판독할 수 있어 번거롭지 않고 고통이 없어 매우 간편한 편. 검사 부위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5~10분 내외의 검사 시간이 든다. 검사 결과 골밀도의 절대값인 T점수가 -2.5 이하일 때를 골다공증이라 하고, -1~ -2.5이면 골감소증에 해당한다(표 참조).

    특별히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더라도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라면 정기적인 검사로 자신의 T점수를 관리해야 한다. 평생 자식들을 위해 사느라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한국의 어머니들. 그들의 줄어드는 키, 굽어가는 허리는 평생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질병인 골다공증으로부터 우리의 어머니들을 지키는 방법은 정기적인 검진과 조기 치료뿐이다.

    대한골다공증학회와 대한골대사학회가 ‘10대에서 100세까지 뼈 건강’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취지 때문. 한국 여성들에게 골다공증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이번 캠페인은 보건복지부와 여성부가 후원하며, 캠페인의 일환으로 골다공증 위험도를 진단해주는 무료상담 전화(1588-6025)가 개설, 운영되고 있다. 상담전화는 5월22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전문 간호사가 골다공증 위험인자를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도를 진단하고 상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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