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계의 스타인 김주원과 이원철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 역을 맡아 물오른 연기를 보여준다.
전설적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친구였으며, 자신도 세계적 발레리나였던 패트리샤 뤼안은 누레예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누레예프가 남긴 작품이 자신의 기억보다 더 분명히 그를 설명해줄 것이라는 말이다.
뤼안의 대답이 사실이라면, 이제 한국의 발레 애호가들은 누레예프의 세계관을 직접 엿볼 수 있게 됐다. 국립발레단이 5월8일부터 15일까지 누레예프가 안무한 발레의 고전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를 국내에서 초연하는 덕분이다.
누레예프는 냉전 시대 구 소련에서 최고의 발레리노로 활약하다 1961년 ‘자유를 찾아’ 프랑스로 망명해 화제를 뿌린 인물. 서방에 고전 발레 붐을 일으키며 ‘발레 그 자체’라는 극찬을 받았다. 1993년 사망했지만 ‘백조의 호수’로 89회의 커튼콜을 받아낸 그의 대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1870년 차이코프스키 작곡,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로 초연된 원작을 그가 재안무한 것이다.
누레예프는 ‘고전 발레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프티파의 원작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힘찬 발교차’ ‘눈부신 도약’ ‘빠른 회전’ 등 남자 무용수의 역동성을 더욱 가미한 방식으로 작품을 각색했다.
누레예프 버전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2막 데지레 왕자의 긴 솔로와 3막 결혼 축하연의 역동성은 그의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주는 명장면들이다. 화려한 축제를 마무리 짓는 왕자와 공주의 그랑 파드뇌(2인무)도 남자 무용수의 역할을 늘려 프티파의 안무에 비해 훨씬 다이내믹하게 꾸몄다.
무대장치·의상도 伊서 직수입
무용수의 게으름을 가장 경멸했다는 그의 성격에 맞게 이 작품은 “체력적, 기술적으로 무용수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는 평을 듣는다. 이 버전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레퍼토리로 갖고 있는 발레단은 세계적으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 오스트리아 비엔나 발레단 등 손꼽을 정도.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립발레단이 최초다.
국립발레단의 김긍수 예술감독은 “누레예프의 생전 안무 파트너였던 패트리샤 뤼안을 초청해 안무를 지도받고, 11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이탈리아에서 무대장치와 의상을 직수입했다”며 “유럽 무대에 뒤지지 않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오로라 공주로는 한국 발레계의 스타 김주원,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 수석 무용수 안나 자로바, 미국 보스턴 발레단 수석 무용수 플리아나 리베로가 출연하며, 데지레 왕자로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이원국, 이원철과 미국 휴스턴 발레단 수석 무용수 사이먼 볼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문의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