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중 낭패를 본 송모씨의 여권(빨간 점선 부분이 훼손 부분).
인적사항란은 여권의 표지를 넘기면 바로 보이는 첫 면으로 소지인의 사진과 성명, 여권번호 등이 기록돼 있는 부분. 출입국사무소는 이 면을 통해 소지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출입국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 여권은 바로 이 인적사항란과 표지의 연결 부분 강도가 약해 출입국 검사 과정에서 곧잘 훼손된다.
최근 동남아로 출장을 다녀온 회사원 송모씨(30)는 현지 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여권을 펼쳐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적사항란이 찢어지는 낭패를 당했다. 투명 테이프를 이용해 면을 이어붙이고 현지 입국심사는 통과했지만, 이후 여권 확인과정에서 그는 끊임없이 위조여권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서울 종로구청 여권과 관계자는 “하루에 여러 건씩 꾸준히 훼손 여권 재발급 신청이 들어온다”며 “대부분 해외에서 인적사항란이 찢어져 곤란을 겪었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조폐공사도 “여권 제작상의 문제로 첫 면이 잘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올 초부터 그 문제를 개선한 새 여권을 발급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여권 훼손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발급 과정의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정작 외교부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여권과 관계자는 “여권 첫 면 훼손 건수는 전체 발급 여권 가운데 0.5% 정도에 그치며, 해외에서 여권이 훼손될 경우 대사관에 연락해 영사 입회 하에 신분을 증명하면 되기 때문에 입국 불허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귀국 후 본인의 잘못 없이 여권이 훼손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무료로 재발급해주고 있어 크게 불편을 겪을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전체 여권 가운데 0.5%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이는 상당한 수치이며, 특히 여권을 실제로 사용하는 국민의 수와 비교하면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현실적으로 훼손 여권을 무료 재발급해주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린다.
네티즌 ‘ytjin72’씨는 “여권 첫 장이 떨어진 것은 무료 교체가 가능한데도 창구에서는 쉬쉬하며 시치미만 뗀다. 계속 따지면 겨우 해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몇몇 구청 창구 직원들에게 문의한 결과 여권 인적사항란이 훼손됐을 경우 무료로 재발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안내해주는 직원은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4만5000원 전액을 다시 내야 한다고 설명하는 이가 많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기존에 발급된 여권에 다소 문제가 있다 해도 9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급한 여권을 전부 재발급해야 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여권을 주의해서 다루는 정도로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무료 재발급 부분은 창구 교육을 통해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