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4월8일, 부영의 이중근 회장이 검찰에 의해 구속되자 검찰이 예고한 ‘부영게이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설득력 있게 회자되는 내용이다. 그간 K의원의 급작스러운 반노(反盧) 행보는 풀리지 않는 정치권의 미스터리였다. 게다가 청와대 한 관계자가 “부영이 제공한 정치자금의 행방을 놓고 일어난 갈등 역시 민주당 분당의 한 원인이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최대의 임대아파트 건설회사 부영의 비자금 사건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4월8일 부영의 이중근 회장(63)을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법원에 의해 한 차례 기각된 구속영장을 검찰이 재청구해 이회장을 결국 구속했다는 점과, 그 시기가 총선과 겹친다는 점에서 검찰의 이번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비쳤다.
그리고 검찰 고위관계자는 “부영 비자금은 게이트급 규모”라는 말을 던졌다. 물론 부영 비자금이 단순한 미풍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없지는 않았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절정기에 뒤늦게 발견된 부영의 불법 정치자금은 검찰의 고위관계자가 드러내놓고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촌평할 정도로 여타 기업들과 달리 일회성 자금 제공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검찰 무리한 행보’ 시각도
출신지 및 사업 근거지가 전남 순천인 이회장은 DJ정권 당시 실세인 동교동계 인사들과 끈끈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에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와 구여권 인사를 통해 부영의 비자금이 민주당 경선자금 및 대선자금으로 유입됐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부영이 DJ정권 시절 대폭 확충된 국민주택기금의 최대수혜자로 2003년까지 약 2조7000억원의 공공임대자금을 지원받아 임대아파트 업계의 절대강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회장이 꾸준한 봉사단체 후원활동으로 명성을 쌓아왔지만 그 활동이 특정 인사들과 겹친다는 점도 검찰이 관심을 기울이는 대목이다. 이회장의 가장 대표적인 대외활동으로 알려진 ‘사랑의 각막은행’ 제2대 이사장직의 경우 은행계의 마당발인 김재기 전 주택은행장의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주택기금 사업을 총괄했던 전직 주택은행장과의 인연은 물론 이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명예총재로 활동한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 후원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행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은 올해 초 부영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이회장을 소환해 정치권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제공 여부를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검찰은 부영을 재벌기업인 삼성·현대차와 함께 계속 수사기업으로 분류한 것은 물론,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되자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직접 나서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면 우리가 영장을 재청구하려고 더 세게 수사할 것이다. 살려면 죽고 죽으려면 사는 것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더구나 검찰이 밝힌 부영의 비자금 규모가 3월 초 200억원대에서 계속 증가해 1200억원대로 불어난 점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중소기업급인 부영의 1200억원대 비자금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공소장에 매우 정확하게 내역을 제시해야 했다는 것이다.
현재 공공임대자금을 활용한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국민은행과 건설교통부, 그리고 부영측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억측이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부영이 1인 기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회장의 개인비리로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전례 없이 ‘게이트’를 예고함에 따라 부영의 비자금 사건이 불법 대선자금의 마지막 수사가 아닌 새로운 정치자금 수사의 시작이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이 이 과정에서 내보인 ‘자가발전’ 행보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