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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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제 “난 죽지 않았다”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4-03-12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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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즈는 역시 강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9·미국)가 마수걸이 우승을 일궈냄으로써 슬럼프에 빠졌다는 일부의 평가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우즈는 3월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골프장(파72)에서 36홀 매치플레이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 결승에서 데이비드 러브3세(미국)에게 2홀을 남기고 3홀 차로 여유 있게 승리하며 올 시즌 첫 승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특히 우즈는 출전 선수나 상금 규모에서 메이저대회나 다름없는 WGC 시리즈 대회에 14차례 출전, 무려 8승을 거둬 큰 대회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날 결승전 승리로 우즈는 이 대회 12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만 20승3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하며 매치플레이의 지존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우승 상금 120만 달러를 차지한 우즈는 시즌 상금 173만1000달러로 지난해 상금왕 타이틀을 차지한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203만8140달러)에 30만 달러 차이로 다가섰다.

    이번 대회가 프로 데뷔 이후 149번째 경기였던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최단 경기 40승이라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지금까지 이 부분 기록은 221경기째 40승을 달성한 잭 니클로스(미국)가 갖고 있었다.

    매치플레이는 일반 스트로크플레이보다 강한 승부욕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나흘 동안의 스코어로 승자를 가리는 스트로크플레이는 한두 홀에서 실수해도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지만, 매치플레이는 매 홀 승부를 가리는 만큼 완벽한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실제로 톱시드를 받은 비제이 싱과 마이크 위어(캐나다) 등이 2회전에서 탈락했다. 세계 랭킹 22위인 ‘탱크’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도 1회전에서 세계 랭킹 48위인 스튜어트 싱크(미국)에게 일격을 당했다. 우즈는 시종일관 폭발적인 스윙과 파워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고, 이러한 우즈의 기세에 경쟁자들은 예외없이 무너졌다.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슬럼프에 빠졌다는 게 우즈에 대한 일반적 평가였다. 일부 호사가들은 우즈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는 세계 랭킹 64위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 ‘별들의 전쟁’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건재함을 알렸다. 우즈는 러브 3세와 치른 결승전(36홀)에서 줄곧 끌려 다녔다. 전반 18홀을 한 홀 차이로 뒤졌던 우즈는 후반 2번홀(파3)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뒤 7번홀(파4·423야드)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승부의 추를 자신 쪽으로 돌려놨다. 우즈의 드라이브 샷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깊은 러프에 박혔다. 더구나 나무 틈새로 겨우 그린이 보일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우즈는 특유의 승부욕과 집중력을 발휘했다. 우즈는 9번 아이언으로 핀 3.6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첫 리드를 잡았다. 승기를 잡은 우즈는 8번홀(파4)과 9번홀(파4)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우즈의 뒷심은 결승전뿐 아니라 1회전에서도 잘 나타났다. 우즈는 1회전에서 이번 대회 마지막 탑승자인 존 롤린스(미국·67위)의 선전에 고전하며 16번홀까지 한 홀 차로 뒤졌다. 실제로 전년도 우승자들이 다음 대회 1회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우즈는 특유의 승부 근성을 발휘하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우즈는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컨시드(concede)를 받아내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강한 정신력과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통해 그가 오랫동안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슬럼프에 빠졌다는 일부의 평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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