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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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달린 전자종이 e세상 주인공

디지털 디스플레이 진화 거듭 … 영화 속 장면 몇 년 안에 경험도 가능

  • 김용섭/ 디지털칼럼니스트 www.webmedia.pe.kr

    입력2004-02-26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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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달린 전자종이 e세상 주인공

    전자종이 게시판.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종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종이 없는 세상을 예견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종이와 똑같이 느껴지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종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거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종이가 가까운 미래에 주류 매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류가 만든 가장 뛰어난 디스플레이는 종이와 거울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종이와 거울을 모방하며 발전해왔다. 기술 수준은 낮지만 종이와 거울은 인간에게 가장 익숙한, 인간의 눈에 가장 친숙한 매체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종이와 거울을 본떠 개발되고 있는 점도 이런 연유에서다.

    우리 먹여살릴 차세대 성장 동력

    종이는 디지털 시대의 첨단 기술과 비교하면 비효율의 상징이다. 즉, 종이에 담긴 정보는 효율성에 한계가 또렷하다. 인류가 디지털의 힘을 빌려 종이를 대체할 혁명적 매체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인류가 처리해야 할 정보를 종이에 담는 데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파괴되는 자연은 또 어떤가. 종이로 인한 환경 파괴도 디스플레이 기술에 힘을 싣는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지향점은 크게 둘. 종이처럼 얇게 만드는 것,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얇고 생생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한 대표적 기술로는 EL(유기발광소자), 전자종이, PDP(플라스마 표시장치), TFT-LCD(초박막 액정 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PDP나 LCD는 이미 대중화됐다. 현재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에서 한국은 세계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 한국 기업들은 가장 오래된 디스플레이인 CRT(브라운관)에서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TFT-LCD 분야에서는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좀더 앞서 있다는 PDP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넘볼 태세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를 먹여살릴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하나로 지목된다. 디스플레이 기술 전쟁은 지금 이 시간에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 분야에서 선전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긴장의 끈을 더욱 꽉 조여야 할 만큼 시장은 변화가 크다. 디지털 라이프가 더욱 일반화하게 되는 수년 후엔 지금과 전혀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이 주류로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의 외부 창에 사용되는 유기EL은 과거 브라운관이 일으켰던 충격과 비교할 수도 없는 영상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EL은 디스플레이의 두께를 1mm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접을 수도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 PDA 같은 이동통신 기기의 혁신이 가능해진다.

    휴대전화나 PDA에서 둘둘 말린 유기EL 디스플레이를 빼내면 노트북 PC만한 화면을 볼 수도 있다. 유기EL은 소비전력이 매우 적어 한번 충전하면 오래 쓸 수 있고, 동영상도 TV처럼 선명하게 나온다. 유기EL처럼 말거나 접을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대가 오면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벽에 디스플레이를 붙이면 그대로 TV가 된다. 볼일을 보거나 설거지를 하면서 벽에 붙어 있는 TV를 보고, 옷이나 모자에도 디스플레이를 달아 정보를 주고받는다. 접는 액정을 가지고 다니다 활짝 펼쳐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동아일보’를 지금 종이에 실린 형태 그대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기술을 응용하면 어디에든 디스플레이를 할 수 있다. 평소에는 유리일 뿐인 창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다. 발코니 쪽으로 난 창문이 대형 영화스크린 노릇을 하고, 자동차 앞 유리가 GPS(위치측정시스템) 기능을 이용해 실시간 지도와 도로 정보를 그려내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전자종이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 전자종이는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에서 신문, 책 등을 구현한다. 겉모양은 기존의 종이와 흡사하지만, 차세대 무선인터넷 기능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업데이트도 된다. 종이에 대한 익숙함은 유지한 채 디지털의 장점을 부가한 강력한 종이가 등장하는 셈이다.

    발 달린 전자종이 e세상 주인공

    전자종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전자종이로 된 잡지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종이처럼 구기거나 접을 수 있는 전자종이 잡지에 실시간으로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영화 속 장면은 조만간 경험할 미래의 디지털 라이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5년 내 게임방, 영화관, 박물관 등에서 3차원 디스플레이가 선을 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처럼 특수안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기술이 좀더 발전하면 영상을 보는 대신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3차원 영상 안에서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일본 샤프는 영화와 비슷한 3차원 입체화면을 선보이는 데 이미 성공했다.

    그러나 이렇듯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도 요즘 추세를 보면 종이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제지회사들의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쇄 및 출판산업이 e-Book 때문에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수년 전의 예측은 기술낙관론자의 섣부른 전망에 지나지 않았다.

    수천 년 이어져온 종이문화를 디지털의 힘으로도 초토화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종이에 대한 익숙함과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대한 생소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느는 것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대한 생소함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기술은 하루하루 종이와 비슷해지고 있다.

    필자는 앞으로도 종이의 외형적 형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만 나무로 만든 종이가 사라지고,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구현되는 전자종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종이처럼 생기고 종이처럼 느껴져서 그것이 종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전자종이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우리 주위에서 전자종이가 조금씩 늘어가는 것을 조만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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