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의사당 전경.
민주당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는 2월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씨 등 2명을 참의원 후보로 ‘영입’한 배경을 설명하며 이렇게 언급했다.
“조선일보 지사장으로서 아시아 문제, 세계 문제에 확실한 견해를 갖고 있으며 이를 적극 발언해왔다. 우리 당은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아시아와의 관계 또한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런 뜻에서 백씨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백씨 본인은 이 자리에서 어머니가 일본인, 아버지는 한국인으로 2003년 1월 일본 귀화 수속을 모두 마친 일본인이란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정치 입문의 뜻을 이렇게 밝혔다.
“(전략) 일본과 한국 조선반도의 가교 또는 버팀목이 되고 싶다. 이를 세계평화와 연결시키도록 노력하겠다. (중략) 일본인으로서 생각하는 것은 효도 등 일본이 과거로부터 지켜온 아름다운 습관을 재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중략) 조부모의 사는 모습을 손자가 보면서 배우는 시스템, 아시아의 정서를 배우는 것을 우리들 일본인은 되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백씨의 민주당 비례대표 출마에 대해 교민사회는 대부분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한 회사원은 이렇게 말했다.
광고 영업 조선일보 지사장
백진훈씨.
일본 거주 한국인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일본 정계에 진출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동안 TV에 소개된 직함이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왜곡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일본 지사장’은 취재와 송고를 하는 특파원이 아니고 광고 영업을 하는, 사실상 조선일보와 별개인 회사의 직함이다. 백씨에 대한 민주당 영입설이 나오면서 문예춘추사가 발행하는 주간지 분(文春) 최근호가 이 같은 사실을 취재 보도해 많은 이들이 알게 됐다. 분 은 백씨가 기자와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 또한 한국의 조선일보사와 별개의 회사란 점을 들어 ‘의외의 일’이라고 전했다.
방송사는 백씨가 북한관련 동향이나 한국에 관한 코멘트를 할 때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을까, 조선일보 일본 지사장이란 직함으로 소개했을 뿐 언론 취재 활동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일본 시청자는 물론 일본 언론인들도 그를 언론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분은 방송사 제작진의 말을 빌려 그가 TV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두 가지라고 전했다. 얼굴이 TV에 잘 ‘받고’ 일본어가 유창하기 때문. 그는 1958년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니혼(日本)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85년 조선일보 일본지사에 입사한 뒤 94년 사장이 돼 지금에 이르렀다.
조선일보측 반응도 재미있다. 한 관계자는 백씨의 출마에 대해 “그가 TV에 출연해 이상한 소리를 하고 난 다음이면 꼭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 기회에 그에게서 (조선일보) 일본 지사장이란 직함을 떼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애물단지’에 가까웠던 인물을 영입한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앞날은 어찌될 것인가. 7월 참의원 선거 결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