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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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특명! 물과 생명체 흔적 찾아라

화성탐사 40년 탐사로봇 ‘스피릿’ 개가 … 1월 중 ‘오퍼튜너티’ 합류 땐 본격 연구

  • 변용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byun@obs.yonsei.ac.kr

    입력2004-01-15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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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특명! 물과 생명체 흔적 찾아라

    부드러운 흙과 암반으로 덮인 화성 표면(위)과 이 위를 90일간 탐사할 로봇차 스피릿.

    2004년 새해 벽두부터 미국은 탐사로봇차 스피릿의 성공적인 화성 착륙으로 축제 분위기다. 1월24일 스피릿의 쌍둥이 탐사로봇차 오퍼튜너티의 화성 착륙도 예정돼 있다. 이 두 대의 화성탐사 차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앞으로 3개월간 화성의 지질과 기후를 조사한다.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는 화성은 과연 어떤 행성일까. 태양에서 네 번째 행성인 화성은 태양계의 어떤 행성보다도 지구와 비슷하다. 산맥과 협곡이 있고, 북극과 남극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말라버리긴 했으나 강이 있던 흔적이 있다. 또한 화성에는 계절이 있고, 대기가 있으며, 바람과 먼지 폭풍이 있고, 표면이 흙과 암반으로 덮여 있다.

    지구를 제외한 다른 모든 행성과 비교할 때 화성은 기후가 따뜻하다. 화성 적도지방의 여름 기온이 지구 남극의 겨울 기온과 비슷할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화성은 달과 함께 인간이 직접 방문하여 탐사해볼 만한 대상으로 가장 먼저 꼽힌다.

    하지만 화성과 지구는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우선 크기가 지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화성의 엷은 대기는 95%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질소와 아르곤 이다. 화성에 이르는 태양 빛은 지구의 것에 반 정도이며, 대기의 기압과 밀도는 지구의 10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화성의 기온은 ‘스피릿’이 보내온 최신 자료에 따르면 최고 영상 5℃에서 최저온도는 영하 15℃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대기·흙 등 지구와 비슷



    화성 특명! 물과 생명체 흔적 찾아라

    실패로 돌아간 일본 최초의 화성탐사선 노조미호(왼쪽)와 1971년 화성궤도 진입에 성공한 미국의 마리너 9호.

    화성(Mars)이라는 이름은 로마시대 ‘전쟁의 신’을 뜻하며, 이는 유난히 붉게 빛나는 화성의 색깔에서 비롯되었다. 화성의 색깔이 붉은 이유는 지표의 모래흙에 섞여 있는 산화철 때문이다.

    인간의 화성탐사 노력은 지난 40년간 꾸준히 이루어져왔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발사 이후 곧바로 화성을 목표로 한 우주선 발사가 시도되었는데, 1960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0건에 달하는 화성탐사 계획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이어졌다. 초기의 화성탐사 노력은 소련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1960년부터 62년까지의 다섯 번에 걸친 노력은 우주선이 지구 주변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60년대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주도되는 우주개발의 황금기였다. 두 나라는 과학기술과 최고의 인력을 총동원했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965년 미국의 마리너 4호가 드디어 화성에 접근하여 사진촬영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우리는 76년 최초로 화성표면 연착륙에 성공한 바이킹 1호와 2호가 전송한 감격적인 화성 지표 사진들을 받을 수 있었다.

    화성 특명! 물과 생명체 흔적 찾아라

    1976년 화성 표면에 처음으로 착륙한 미국의 탐사선 바이킹 1호.

    96년 발사된 패스파인더, 그리고 여기에 실린 작은 로봇차 소저너의 지표 탐사는 화성 표면의 흙과 먼지 구성, 그리고 기상 특성에 대해 20년 전의 바이킹 때보다 훨씬 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와 이뤄진 미국의 화성옵저버, 화성기후위성, 화성극착륙선 계획들, 러시아의 화성96 계획, 일본의 노조미 계획, 그리고 유럽의 화성익스프레스 계획 등 야심찬 계획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러한 실패를 딛고 태어난 것이 바로 이번의 스피릿 화성 탐사로봇 계획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추진돼온 이런 우주탐사에 대한 노력은 정말 부러움을 살 만한 일이다. 자기 나라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그 나라 국민 모두에게 큰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임이 틀림없다. 지난해 유인우주선을 발사한 중국의 국민들이 보여준 만족감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이어진다. 국가의 역량은 경제력이나 국방력으로만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킬 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나라, 그 가치에 대해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나라가 튼튼한 나라다.

    화성에 보내는 두 대의 로봇탐사 자동차 계획에는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과연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기대하느냐고. 그렇다면 이렇듯 끈질기게 화성탐사에 매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스피릿과 오퍼튜너티의 가장 중요한 탐사 목적은 화성에 물이 있는지 여부, 만약 없다면 과거에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화성에 아주 미미한 생명체라도 존재했던 적이 있는지 조사하는 일이다.

    화성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또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일이 과연 그렇게 중요할까.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이보다 중요한 문제도 없다.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체는 지구에서 발현한 것이다. 지구가 아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명체가 확인된다면, 이는 과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 될 것이다. 물의 유무 여부도 사실 그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갖는다.

    태양계 규모에 비하면 지구와 화성은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는 지구 절반 정도 크기의 행성이다. 지구에는 넘쳐날 정도로 물이 풍부한데 화성에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화성의 물은 어디로 갔으며, 반대로 지구의 물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이것들은 천문학 연구에서 매우중요한 문제다.

    화성 특명! 물과 생명체 흔적 찾아라


    그런데 국가경영 차원에서 이러한 순수과학 연구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이나 일부 선진국뿐 아니라 웬만한 국가에서는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 개발도상국들조차 순수과학의 첨단연구에 투자를 대폭 확대해나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장 큰 과학 프로젝트는 남반구 최대 천체망원경을 건설하는 것이다. 폴란드 멕시코 브라질 등 부유하지 않은 나라들도 대형 우주관측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작은 국가들은 유럽연합의 기치 아래 천문우주학 첨단연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도 지속적으로 유인우주선 계획과 달 탐사 계획, 그리고 미래의 대형 천문관측기지 물색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그리 복잡한 계산이 숨어 있지는 않다. 우선 선도적 과학활동으로 국가의 지적 역량과 가치를 높이려 하며, 이 과정에서 국민에게 확산되는 과학문화와 민족적 자부심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경제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첨단영역에서의 과학연구는 항상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발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10여년 뒤의 국가산업기반이 될 수 있는 원천기술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학기술 투자는 예나 지금이나 5년 이내의 근시안적 경제효과와 수입 대체효과를 기준으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왔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제대로 된 로드맵이 나올 수 없다.

    미국이 화성에 보낸 로봇자동차 스피릿과 오퍼튜너티가 부러운 진정한 이유는 우리 과학자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첨단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스피릿(기백)과 오퍼튜너티(기회)를 갖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천문우주과학에 관심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미국의 NASA(미 항공우주국) 연구원이 되는 꿈이 아닌, 자랑스런 한국 과학의 미래를 꿈꾸며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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