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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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고민 삼매경’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3-10-23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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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고민 삼매경’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정부가 15년 가까이 끌어온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 상장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또다시 유보함에 따라 생보사의 연내 상장이 무산됐다. 금융감독위원회 주변에서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차익 분배 불가’ 입장에 부닥쳐 정부가 손을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생보사 상장이 무산됨에 따라 삼성의 경우 1999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자동차 손실 보전을 위해 삼성차 채권단에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 처리 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그러나 생보업계에서는 삼성도 삼성이지만 교보생명의 사정이 더 복잡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고민은 이회장의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물론 교보생명 지분 45%를 갖고 있는 신회장의 경우 상장에 따른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현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게 교보생명 안팎의 관측.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영업실적이 좋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그래야 상장이나 외자유치 없이도 지급여력비율(계약자의 보험금 지급 요청에 대비해 보험사 내부에 준비해두는 돈을 책임준비금이라고 하는데, 이를 100% 갖추고 있어야 지급여력비율을 맞췄다고 말한다)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교보는 수익 위주 경영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자산 규모 업계 3위로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부친 신용호 창업주의 타계로 부담해야 할 상속세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회장을 비롯해 형제들이 부담해야 할 총 상속세가 309억원 이상이라는 게 대주주 지분 정보 제공업체 에퀴터블의 계산이다. 교보생명 지분 외에 특별한 재산이 없는 신회장으로서는 현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회장에게는 경영권 방어 또한 화급한 문제.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지분 11%의 처분권을 넘겨받은 자산관리공사 역시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을 인수한 업체에게 이를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따라서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을 인수한 업체는 당장 35%의 지분을 확보한다. 19.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친인척들이 교보생명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교보생명 경영 못지않게 친인척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는 신회장의 고민은 깊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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