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적소’.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역에 이혜경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떠오른 단어다. 말괄량이 수녀 지망생 마리아 역에 힘 있는 연기력의 소유자인 이혜경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또 영화로 우리 귀에 익은 ‘사운드 오브 뮤직’ ‘도레미송’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등 ‘사운드 오브 뮤직’의 뮤지컬 넘버들을 투명하리만큼 맑은 이혜경의 음색으로 듣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많은 분들처럼 저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팬이에요. 이전에 한 영화주간지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사운드 오브 뮤직’을 추천했을 정도죠. 비디오테이프도 갖고 있어요. 그동안 왕비나 공주 같은 무겁고 어두운 역을 많이 했는데 마리아 역은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어 즐거워요.”
뮤지컬 배우 경력 8년. 뮤지컬계의 실력파로 첫손 꼽히는 이혜경은 그동안 ‘몽유도원도’의 아랑, ‘한여름밤의 꿈’의 티타니아 등 큰 무대에서 여주인공 역을 도맡다시피 했다. 그러나 뮤지컬 배우 이혜경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오페라의 유령’이다. 9차까지 이르는 오디션을 통과해 ‘오페라의 유령’ 히로인 크리스틴 역을 거머쥔 이혜경은 ‘오리지널 크리스틴인 사라 브라이트만과 똑같다’는 찬사를 들으며 2001년 12월부터 그 다음해 6월까지 7개월간 주 5회씩의 공연을 소화해냈다. 그는 150여회의 공연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펑크를 낸 적이 없다.
“겨울부터 다음해 여름까지 공연했는데, 감기 한 번 안 걸렸어요. 금요일날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토요일에 낮, 밤 2회의 공연을 모두 해낸 적도 있어요.”
크리스틴 역을 맡은 것을 ‘일생 일대의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이혜경은 이 무대를 통해 얻은 게 너무도 많다고 했다. “배우 이혜경을 많은 관객들에게 알렸고 여러 외국 스태프와 일하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배웠죠. 무엇보다도 그렇게 유명한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것은 배우로서 큰 영광이었고요.”
이혜경은 성신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1996년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에 입단해 뮤지컬 배우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에야 성악과 출신이 뮤지컬계에 진출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8년 전만 해도 성악과 졸업생이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성악과 출신들이 뮤지컬 무대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지도교수님께서 참 안타까워하셨어요. ‘유학을 가든지, 아니면 차라리 시립합창단에 들어가라’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조수미 정도의 위치에 오르지 못할 거라면 성악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하고 싶은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시립가무단에 입단한 지 1년 후에 처음으로 ‘한여름밤의 꿈’에서 헬레나 역을 맡아 공연할 때 교수님을 초대했어요. 제 무대를 보시고는 그제서야 ‘유망한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시더군요.”
이혜경의 뒤를 이어 성악과 졸업생들이 줄줄이 뮤지컬계에 투신했다. 이혜경은 이들에게 격려와 충고를 잊지 않는다. “성악과 출신들은 물론 노래는 잘하지만 뮤지컬은 노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분야가 아닙니다. 춤과 연기 속에 노래가 스며들어야 하죠. 노래를 잘한다고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하면 금방 배우로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사실 저도 아직 춤추거나 연기를 정교하게 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겁이 나요.”
그러나 무대에 선 이혜경의 모습을 보면 ‘연기나 춤이 겁난다’는 말이 무색하다. 그의 연기는 시원시원한 노래만큼이나 확신에 차 있기 때문이다. ‘몽유도원도’에 이어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도 함께 공연하는 폰 트랩 대령 역의 김성기는 이혜경을 가리켜 ‘공연을 거듭할수록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라고 평했다. 그 말처럼 이혜경은 2시간30분에 이르는 긴 공연시간 내내 무대를 꽉 채우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신시뮤지컬컴퍼니가 1996년, 200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올린 공연. 그만큼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역량이 집중되어 화려하고도 사랑스러운 공연으로 꾸며졌다. 17차례나 바뀐 무대장치, 중후한 음성으로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김성기,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는 막스 역의 성기윤, 박칼린이 지휘하는 20인조 오케스트라,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해내는 6명의 아역 등 ‘사운드 오브 뮤직’의 완성도를 높인 요인은 여럿이지만 극의 주인공은 역시 이혜경이었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무대는 빛났다.
사실 공연 전 분장실에서 만난 이혜경은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다. 전날 공연 도중 무대장치에 부딪혀 무릎과 허리를 다쳤단다. 저래서 어떻게 공연을 해낼까 싶었지만 이혜경은 ‘무대에 서면 낫는다’고 대답했다. 정말로 공연이 시작되자 이혜경은 넓은 오페라극장 무대를 종횡무진 내달렸다. 거짓말처럼 그는 단 한 번도 다리를 절지 않았다.(8월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77-1987)
“많은 분들처럼 저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팬이에요. 이전에 한 영화주간지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사운드 오브 뮤직’을 추천했을 정도죠. 비디오테이프도 갖고 있어요. 그동안 왕비나 공주 같은 무겁고 어두운 역을 많이 했는데 마리아 역은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어 즐거워요.”
뮤지컬 배우 경력 8년. 뮤지컬계의 실력파로 첫손 꼽히는 이혜경은 그동안 ‘몽유도원도’의 아랑, ‘한여름밤의 꿈’의 티타니아 등 큰 무대에서 여주인공 역을 도맡다시피 했다. 그러나 뮤지컬 배우 이혜경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오페라의 유령’이다. 9차까지 이르는 오디션을 통과해 ‘오페라의 유령’ 히로인 크리스틴 역을 거머쥔 이혜경은 ‘오리지널 크리스틴인 사라 브라이트만과 똑같다’는 찬사를 들으며 2001년 12월부터 그 다음해 6월까지 7개월간 주 5회씩의 공연을 소화해냈다. 그는 150여회의 공연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펑크를 낸 적이 없다.
“겨울부터 다음해 여름까지 공연했는데, 감기 한 번 안 걸렸어요. 금요일날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토요일에 낮, 밤 2회의 공연을 모두 해낸 적도 있어요.”
크리스틴 역을 맡은 것을 ‘일생 일대의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이혜경은 이 무대를 통해 얻은 게 너무도 많다고 했다. “배우 이혜경을 많은 관객들에게 알렸고 여러 외국 스태프와 일하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배웠죠. 무엇보다도 그렇게 유명한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것은 배우로서 큰 영광이었고요.”
이혜경은 성신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1996년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에 입단해 뮤지컬 배우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에야 성악과 출신이 뮤지컬계에 진출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8년 전만 해도 성악과 졸업생이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성악과 출신들이 뮤지컬 무대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지도교수님께서 참 안타까워하셨어요. ‘유학을 가든지, 아니면 차라리 시립합창단에 들어가라’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조수미 정도의 위치에 오르지 못할 거라면 성악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하고 싶은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시립가무단에 입단한 지 1년 후에 처음으로 ‘한여름밤의 꿈’에서 헬레나 역을 맡아 공연할 때 교수님을 초대했어요. 제 무대를 보시고는 그제서야 ‘유망한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시더군요.”
이혜경의 뒤를 이어 성악과 졸업생들이 줄줄이 뮤지컬계에 투신했다. 이혜경은 이들에게 격려와 충고를 잊지 않는다. “성악과 출신들은 물론 노래는 잘하지만 뮤지컬은 노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분야가 아닙니다. 춤과 연기 속에 노래가 스며들어야 하죠. 노래를 잘한다고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하면 금방 배우로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사실 저도 아직 춤추거나 연기를 정교하게 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겁이 나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공연 장면. 마리아 역의 이혜경(맨 오른쪽)이 일곱 아이들과 ‘도레미송’을 부르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신시뮤지컬컴퍼니가 1996년, 200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올린 공연. 그만큼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역량이 집중되어 화려하고도 사랑스러운 공연으로 꾸며졌다. 17차례나 바뀐 무대장치, 중후한 음성으로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김성기,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는 막스 역의 성기윤, 박칼린이 지휘하는 20인조 오케스트라,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해내는 6명의 아역 등 ‘사운드 오브 뮤직’의 완성도를 높인 요인은 여럿이지만 극의 주인공은 역시 이혜경이었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무대는 빛났다.
사실 공연 전 분장실에서 만난 이혜경은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다. 전날 공연 도중 무대장치에 부딪혀 무릎과 허리를 다쳤단다. 저래서 어떻게 공연을 해낼까 싶었지만 이혜경은 ‘무대에 서면 낫는다’고 대답했다. 정말로 공연이 시작되자 이혜경은 넓은 오페라극장 무대를 종횡무진 내달렸다. 거짓말처럼 그는 단 한 번도 다리를 절지 않았다.(8월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77-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