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해외 전개 훈련을 하기 위해 오산 미 7공군 비행장에 도착한 스트라이커 여단의 1개 소대
육군 사단에서 군대생활을 한 남성들은 ‘RCT 훈련’을 기억할 것이다. RCT는 Regiment Combat Team의 약어로 우리말로 옮기면 ‘연대 전투단’이다. 연대(Regiment)와 연대 전투단(RCT)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연대는 보병으로 편제된다. 보병연대는 사람(보병)이 들고 다닐 수 있는 무기로 무장하는데, 이러한 무기의 상한선이 박격포다.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없는 105mm포 이상은 포병부대에서 운용한다. 따라서 보병연대가 작전에 돌입하면 사단 사령부는 포병대대를 보내 연대의 화력을 증강시켜준다. 또 공병중대와 통신중대 등도 배속시켜줘 종합적인 전투를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렇게 편제된 부대를 연대와 구분해 연대 전투단이라고 한다.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주요 무기
미국 육군 사단은 연대가 없고 여단으로 편제돼 있다. 미국 사단 역시 여단이 전투나 전투훈련을 앞두면, 사단 직속의 포병대대·공병중대 등을 보내 ‘여단 전투단’을 만들게 한다. 이러한 여단 전투단이 BCT(Brigade Combat Team)다. SBCT에서 BCT는 ‘여단 전투단’을 뜻한다.
S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큰 무공을 세워 미군 최고 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은 스튜어트 스트라이커(Stryker)와 베트남전에서 큰 공을 세워 역시 명예훈장을 받은 로버트 스트라이커라는 두 병사의 성(姓)에서 따온 것이다. 미군은 Stryker가 ‘때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Striker와 발음이 같은 데 착안해, 이 여단 전투단을 ‘스트라이커’로 명명했다.
미국 사단에 있는 일반 여단이 전투단으로 바뀌면 그냥 BCT가 되는데, 이러한 BCT는 SBCT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미국 사단은 대부분이 기계화사단이다. 이러한 사단 예하의 여단은 대개 브래들리 장갑차 116대와 애브럼즈 전차 58대를 갖고 있다. 여기에 팔라딘 자주포 18대를 보유한 포병대대와 기타 공병중대·통신중대 등이 들어오면 여단 전투단이 만들어진다.
여단 전투단이 보유한 애브럼즈 전차의 무게는 63t이고, 브래들리 장갑차는 26t, 팔라딘 자주포(155mm)는 24t이다. 이렇게 무거운 장비를 운용하는 이 부대를 해외 분쟁지역에 전개하려면 장비를 항구로 이동시킨 후 배에 실어야 한다. 그리고 항구에 하역한 후 분쟁지역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BCT를 육지(주둔지역)→항구→배→항구→전쟁터로 옮기는 데는 대략 30일 정도가 걸린다.
스트라이커 장갑차. 운전병 2명이 운전하며 캘리버 50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보병요원 9명이 탑승한다.
SBCT는 비행기에 모든 장비를 싣고 전쟁터로 바로 날아간다. 따라서 이 부대는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장비로 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 지상전에서 전차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차는 아무리 무게를 줄여도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 따라서 SBCT는 전차를 보유하지 않고 장갑차만으로 편성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SBCT가 보유하는 장갑차의 별명도 ‘스트라이커’인데,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BCT가 보유하는 브래들리 장갑차보다 훨씬 가볍다. 브래들리 장갑차는 26t 중량에 무한궤도를 달고 있으나,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17t 무게에 비행기에 싣기 좋도록 8개의 고무바퀴를 달고 있다. 미 공군이 보유한 C-5나 C-17, C-130 같은 대형 수송기는 3, 4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실을 수 있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9명의 보병요원을 태우고 최고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는데 3개 대대로 구성되는 스트라이커 여단은 이러한 장갑차를 195대 보유한다. 이와 별도로 27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보병요원이 탈 공간에 105mm포를 탑재해 ‘기동포 차량(MGS)’으로 개조됐는데, 기동포 차량은 스트라이커 여단에서 전차 역할을 대신한다.
주기적인 전개 연습 이어질 듯
팔라딘 자주포는 포신이 길고 무거워 수송기에 실을 수 없다. 따라서 스트라이커 포병대대는 트럭으로 끌고 다니는 155mm 견인 곡사포(12대)를 운용한다. 여기에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타고 침투하거나 무인정찰기를 띄워서 적진을 살피는 정찰대대, 명중률이 아주 높은 유선 유도 토(TOW) 미사일을 운용하는 대전차중대, 전자전을 펼치는 통신중대, 지뢰 제거 장비 등을 갖춘 공병중대, 기타 군사정보중대, 보급을 담당하는 보급대대 등이 가세해 SBCT가 편성된다.
한국 육군의 기계화사단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맹호부대로 불리는 수도기계화사단(이하 수기사)이다. 수기사는 한국형 K-200 장갑차를 운용하는 여단을 갖고 있는데, K-200 장갑차의 무게는 스트라이커 장갑차보다 가벼운 13.2t이고 최고 속도도 스트라이커 장갑차보다 느린 시속 70km 정도다.
따라서 SBCT의 전력은 한국 기계화사단의 BCT보다는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한국 보병사단의 RCT보다는 월등히 뛰어나다. 그러나 SBCT는 수송기에 실을 수 있는 장비로 무장하기 때문에 전차를 비롯한 대형 장비로 무장한 미국 육군의 BCT보다는 약하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미국은 왜 SBCT를 한국에 처음 전개했는가 하는 문제다. 미국 사단은 보통 3개 여단으로 편제돼 있는 데 반해 한국에 있는 미 2사단만은 유독 2개 여단으로 구성돼 있다.
이유는 미국 의회의 결정에 따라 1992년 12월 경기도 문산-파주 일대에 있던 2사단 예하의 3여단이 미국 워싱턴주 포트루이스로 철수한 뒤 바로 해체되었기 때문. 그런데 1994년 들어 신속히 해외 분쟁지역으로 달려갈 수 있는 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자 미국 육군은 2사단 3여단을 재창설해 그러한 부대를 만들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그리고 1999년 10월 ‘공군 수송기에 실어 96시간 이내에 해외 분쟁지역에 전개할 수 있는 6개의 SBCT를 만든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2사단 3여단을 가장 먼저 SBCT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2사단 3여단은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제공받아 운용하며 여러 가지 작전술을 만들어왔는데, 마지막 단계인 신속한 해외 전개 연습을 하기 위해 7월31일 사단 사령부가 있는 한국으로 1개 소대를 전개해본 것이다.
7월24일 미국의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우리(미국)는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육군 부대를 순환 배치하는 계획을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어스 의장의 발언은 2사단 3여단을 주축으로 한 SBCT를 주기적으로 한국에 전개하는 연습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동성이 강한 SBCT가 전개되면 주한미군 전력은 증강되는 것이다. 따라서 핵카드를 꺼내든 북한이 받게 될 심리적 압박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한미연합군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할 때면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며 매우 긴장했었다. 앞으로 3000명 정도로 편성된 SBCT 전체가 미 공군 수송기를 타고 한국에 날아온다면 북한은 그와 유사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