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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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연초연구원, 아전인수식 흡연 해석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3-08-06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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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연초연구원, 아전인수식 흡연 해석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발행한 담배홍보 책자가 금연열풍이 거센 요즘 도마에 올랐다.

    퀴즈 하나. 다음 줄거리로 이뤄진 책을 발행한 곳은?

    담배가 해롭다는 연구결과 가운데는 문제가 있는 것도 많다→암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 따로 있다→ 흡연보다는 성격이 폐암과 관계가 깊다→스트레스는 건강의 가장 큰 위험요소다→흡연은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적이다→흡연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질환도 있다→건강을 위한 흡연법

    언뜻 애연가 모임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 책을 만든 곳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KT&G(구 담배인삼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재정경제부가 세운 한국인삼연초연구원이 1993년 펴낸 ‘흡연과 건강’은 그동안 담배와 질병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들에 문제점이 상당히 있다며 담배는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고 긍정적인 기능도 많다고 설파하고 있다. 한국인삼연초연구원은 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되면서 KT&G에 흡수, 통합됐다.

    국회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흡연과 건강’은 정부와 KT&G가 담배의 유해성을 알고도 수십년 동안 이를 은폐해왔다며 폐암환자 30명이 벌이고 있는 담배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흡연과 건강’은 담배가 건강에 일부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폐암과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식으로 논리를 이어가면서 담배를 피워도 장수할 수 있고 오히려 담배가 도움이 되는 질환도 많다는 사례를 들어 독자들이 담배를 계속 피워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고 있다. 또 “담배가 장수와 관련이 있는가?”라고 질문한 뒤 세계의 장수인들이 가장 즐기는 기호품이 담배라고 소개하면서 “(담배가) 생물학적인 노화과정에 다소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결론짓기도 했다. 심지어 “명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옳게 사용하면 명약이요,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독이 되는 것”이라며 담배를 명약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담배소송을 진행중인 배금자 변호사는 “KT&G 등이 자료를 잘 공개하지 않아 담배홍보책자의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통해 발암물질 함유를 은폐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들을 완전히 기만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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