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오른쪽)이 공정위 전원회의가 열리는 동안 이한억 조사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역시 공정위다. 노당선자는 공정위의 중립성과 권한 강화를 공약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 사법경찰권 부여, 금융계열사 계열분리 청구제 등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공정위 활동에 더 많은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일단 겉으로는 노당선자의 공약이 공정위의 위상 제고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고 해도 하급 직원 몇 사람을 사법경찰관으로 임명해놓고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사업장이 있는 검찰지청의 지휘를 받아서 수사에 참여하는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정위 한철수 총괄정책과장은 “사법경찰관은 공정위가 아닌 다른 부처에도 환경 마약 밀수 등 37개 분야에 걸쳐 이미 임명되어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에 대한 과징금 취소를 놓고 당선자 지시로 감사원 특감을 받게 된 것도 공정위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행정소송 등을 예상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취소 조치를 내렸는데도 당선자측에서 저렇게 나오니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껏 기대감을 안고 있다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암초에 걸려 전전긍긍하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에선 ‘빅6’ 인사청문회 실시 촉구
금감원 역시 노무현 정부 들어 기구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년 넘게 끌어오던 금감위와의 통합 문제가 최대 현안. 특히 금감원 관계자들은 감독기구 통합론자로 알려져 있는 금융연구원 이동걸 연구위원이 인수위 경제1분과에 참여하고 있어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동걸 연구위원은 2000년 금융감독 조직 혁신 작업반에 참여해 실제로 이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다. 당시 이 위원은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위원은 민간기구로 통합한 뒤에도 관료화를 막기 위해 일정 직급 이상의 직원에 대한 개방형·계약제 임용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점을 인식한 듯 그동안 통합안을 주장해왔던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공무원들의 저항 때문에 감독기구 개편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민간기구로 통합될 경우 재정경제부 공정위 등에서 파견 나온 관료들의 거취 문제다. 현재 금감위에는 60여명의 파견 공무원들이 있다. 금감원의 민간기구화에 대해 회의적 견해를 보이는 직원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근영 금감원장 역시 통합반대론자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감위-금감원 통합 논의가 새로운 것도 아닌 데다 ‘검증된’ 공무원들의 로비력으로 미뤄보건대 통합안이 그대로 수용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는 금감위와 공정위의 권한 강화 움직임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장과 금감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 등 빅4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장 금감위원장 등 ‘빅6’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공약해놓고 유독 ‘경제검찰’ 격인 두 자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만 빼놓고 있다는 것. 이래저래 공정위와 금감위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