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단협 인사들이 집단 탈당을 하면서 40여일 남은 대권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진들도 동참 가능성 뒤통수 맞은 노후보
11월4일 민주당 후단협 소속 의원들이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 2, 3차로 예정된 민주당 탈당 대열은 20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심각성은 탈당자의 수가 아니라 탈당자들의 면면이다. 탈당 대열에 당 중진들이 동참할 기세다. 이미 유용태 사무총장, 박상천 최고위원은 탈당 원칙을 정했다. 이인제 의원 등 또 다른 중진인사 주변에서도 탈당설이 흘러나온다. 만약 이들이 탈당 대열에 동참하면 노후보의 정치생명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후보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 10월 말까지만 해도 노후보측은 후단협 의원들의 조직적 ‘거사’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일부 인사들의 탈당 움직임에 “앓는 이는 빠지는 게 낫다”라며 느긋한 분위기였다. 오히려 바닥을 치고 상승중인 지지율에 고무돼 참모들은 ‘빅2’와 양강구도를 염두에 두었다. “11월 초 정후보와의 1차전을 마무리하고, 이회창 후보와 ‘빅2’ 체제를 형성한다(측근 K씨)”는 장밋빛 전략을 수립했다. 정후보가 3위로 처질 경우 중도사퇴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러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다급해진 노후보는 “살아온 과정과 철학, 정치 노선이 달라 단일화는 불가능하다”는 원칙과 소신을 접고 국민경선제를 입에 올렸다. 그러나 탈당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후보측은 무엇보다 정풍(鄭風) 재점화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탈당 인사들이 국민통합21로 몰릴 경우 하락곡선을 보이던 정풍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립지대에서 별도의 교섭단체를 추진하고 있지만 언제 어떤 형태의 변화된 지형을 형성할지 알 수 없다. 탈당파들이 부른 후유증은 당장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인제 의원,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 이한동 전 총리(왼쪽 부터)
정후보측은 막판 후보단일화가 대선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후보는 노후보와 마찬가지로 후보단일화론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본인 주도로 단일화 문제를 풀어 나가자는 입장이 강하다. 때가 되면 단일화가 추진될 것이고 그에 대한 내밀한 계산서도 들고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을 탈당한 후단협 의원들이 잠정적으로 내놓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후보간의 절충과 협의를 통한 단일화라는 정후보 주장보다 노후보의 국민경선과 유사한 내용 때문이다. 정후보의 한 측근은 “한 번도 검토해본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방법”이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정후보로서는 선뜻 받기 힘든 카드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거절하기 힘든 것이 후단협이 내놓은 오픈 프라이머리다. 그들의 경선방식에는 ‘반창(反昌) 연대’라는 명분이 내재해 있다. 정후보의 한 참모는 “일단 시간을 갖고 접근하겠다”는 입장임을 밝혔다. 앞으로 나갈 수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정후보측의 고민과 갈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잠정적으로 우리 세력” 국민통합21 활기
후단협 인사들은 조만간 교섭단체를 구성, 망설이는 노-정후보를 압박해 들어갈 계획이다. 늦어도 11월 중순 이전까지 결말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 문제가 당장 가닥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양 진영의 해법이 워낙 다르고 민주당 이탈 세력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 압력을 가할 수 있느냐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음도 양 진영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성향과 지지 지역 등이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 여론조사 결과 확인됐다. 노-정후보측은 가능성만 남겨둔 채 당분간 후보단일화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각개전투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정후보의 한 측근은 “결국 힘에 의한 단일화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 경우 지지율이 판단의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후보측은 보고 있다. 노후보측 역시 합의에 의한 단일화가 불가능할 경우 밑으로부터의 단일화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양 진영은 대선 막판인 11월 말이나 12월 초까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봐가며 단일화 문제를 매듭지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에 따라 ‘1강2중’ 또는 ‘빅2’ 라는 새로운 대선구도가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