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인어아가씨’에 출연중인 우희진(오른쪽)
연기자들의 엔딩 신 ‘짝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강수연. 그는 SBS 사극 ‘여인천하’ 출연 당시 연출진으로부터 자신의 얼굴 클로즈업 화면을 엔딩 신으로 해준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받아낸 뒤에야 출연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엔딩 신에 애착을 보인 것. 특히 정면보다 측면 얼굴이 더 예쁘고 카리스마 있어 보인다고 생각해 특별히 45도 각도까지 강조했다고 한다. 이 덕분인지 강수연은 전인화 도지원 등을 제치고 ‘여인천하’ 엔딩 신을 거의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강수연뿐만 아니다. 웬만한 주연급 연기자들은 대본을 받자마자 맨 마지막 장을 펼쳐본다. ‘혹시 내가?’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대본 맨 끝에 등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엔딩 신의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니다. 촬영장에서 PD가 상황에 따라 결정할 수도 있고 마지막 편집 과정에서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렇다면 연기자들이 이토록 엔딩 신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묘한 여운을 한꺼번에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스트를 장식한다’는 연기자로서의 자부심도 작용한다. 최근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엔딩 신은 장서희가 아닌 우희진이 맡고 있다. 이복 언니에게 애인을 빼앗긴 ‘예영’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가장 어필하고 있다는 제작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엔딩 신을 놓고 벌이는 연기자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드라마 보는 또 다른 재밋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