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 발표는 확실히 먹히는 깜짝쇼다. ‘실속 없고 말만 앞서는 고이즈미’라는 빈정거림 속에서도, ‘역시 고이즈미’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크고 신선한 뉴스거리였다. 고이즈미 자신은 “정치생명을 건 도박”이라고 말했고, 신문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국정개혁은 뜻대로 잘 되지 않고, 경제침체는 더욱 악화되어 낮은 지지율에 고민하는 고이즈미. 인기가 식어 이제 코미디 소재가 되어버린 고이즈미.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역사를 바꾸는 대모험을 감행해 필마단기로 적진(평양)에 용맹스럽게 쳐들어가는 형국을 연출해냈다. 공작선이나 보내고 납치나 일삼는 이상한 나라 ‘북한’을 상대로 정상회담을 하는 통 큰 수상의 이미지를 심었다.
국제정치를 알고, 정치생리를 이해하는 이들의 반응은 즉각 ‘밑질 것 없는 도박’이라는 데 모아진다. 우선 손해(?)볼 수 있는 분야라면 피랍일본인 처리 문제를 들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이 잘 되어 납치사건과 관련해 뭘 조금이라도 얻어낸다면 영웅이 된다. 반대로 전혀 얻어내지 못한다면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하리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무 진전이 없다 해도 일본인들이 ‘북한은 원래 이상한 나라니까’ 하고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고이즈미와 정권 핵심들은 이것을 알고 방북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통 큰 이미지 심고 북·일 정상화 기회 잡아
물론 표면적으로 납치문제는 커다란 걸림돌이다. 일본 신문의 사설이나 사회면 스케치도 온통 납치문제를 ‘일본에 대한 주권침해’이며, 인권 차원에서도 중대 사안으로 규정한다. 눈물을 글썽이는 피랍자 가족이 TV 프로에 등장한다. ‘일본 경찰 당국이 최소한 8건11인을 납치로 인정하고 있는 사안’(요미우리신문 사설)을 유야무야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납치문제를 일본의 요구대로 순순히 응하면 테러국가라고 자인하는 것이 된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부에 들어 있는 북한이 그렇게 나올 리 없다는 분석이(아사히신문) 이어진다. 물론 어느 정도의 립 서비스 아니면 체면 세워주기 정도가 가능하다고는 보지만, 일거에 일본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국제적으로 납치국임을 자인하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상식은 결국 고이즈미가 빈손으로 돌아오더라도 통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북한이 절박한 경제 형편과, 미국 부시정권의 ‘악의 축’ 공세에 겁먹고, 미소작전, 평화공세로 나오는 것을 걷어찰 필요가 없다. 세력이 약해지면 이웃과 손잡고 평화를 취한다는 ‘세고취화(勢孤取和)’가 김정일 정권의 선택인 줄은 알지만 그것을 이용할 필요도 있다.
이제까지 그렇게 반세기를 지지부진하게 끌어왔으니 누군가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같은 이가 고이즈미에게 극구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우익 정치인의 선봉으로 꼽히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도 방북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결단에 이르기까지 고민했겠지만, 온통 기대와 찬사뿐인 상황에 고이즈미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외교적 속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부적인 비판 속에,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북·미관계 정상화 이전에, 북·일 정상화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고이즈미는 역사 위에 영생을 구가하는 영웅이 될 수 있다. 그 열쇠를 기이하게도 김정일 정권이 손에 쥐고 있다.
국정개혁은 뜻대로 잘 되지 않고, 경제침체는 더욱 악화되어 낮은 지지율에 고민하는 고이즈미. 인기가 식어 이제 코미디 소재가 되어버린 고이즈미.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역사를 바꾸는 대모험을 감행해 필마단기로 적진(평양)에 용맹스럽게 쳐들어가는 형국을 연출해냈다. 공작선이나 보내고 납치나 일삼는 이상한 나라 ‘북한’을 상대로 정상회담을 하는 통 큰 수상의 이미지를 심었다.
국제정치를 알고, 정치생리를 이해하는 이들의 반응은 즉각 ‘밑질 것 없는 도박’이라는 데 모아진다. 우선 손해(?)볼 수 있는 분야라면 피랍일본인 처리 문제를 들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이 잘 되어 납치사건과 관련해 뭘 조금이라도 얻어낸다면 영웅이 된다. 반대로 전혀 얻어내지 못한다면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하리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무 진전이 없다 해도 일본인들이 ‘북한은 원래 이상한 나라니까’ 하고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고이즈미와 정권 핵심들은 이것을 알고 방북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통 큰 이미지 심고 북·일 정상화 기회 잡아
물론 표면적으로 납치문제는 커다란 걸림돌이다. 일본 신문의 사설이나 사회면 스케치도 온통 납치문제를 ‘일본에 대한 주권침해’이며, 인권 차원에서도 중대 사안으로 규정한다. 눈물을 글썽이는 피랍자 가족이 TV 프로에 등장한다. ‘일본 경찰 당국이 최소한 8건11인을 납치로 인정하고 있는 사안’(요미우리신문 사설)을 유야무야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납치문제를 일본의 요구대로 순순히 응하면 테러국가라고 자인하는 것이 된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부에 들어 있는 북한이 그렇게 나올 리 없다는 분석이(아사히신문) 이어진다. 물론 어느 정도의 립 서비스 아니면 체면 세워주기 정도가 가능하다고는 보지만, 일거에 일본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국제적으로 납치국임을 자인하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상식은 결국 고이즈미가 빈손으로 돌아오더라도 통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북한이 절박한 경제 형편과, 미국 부시정권의 ‘악의 축’ 공세에 겁먹고, 미소작전, 평화공세로 나오는 것을 걷어찰 필요가 없다. 세력이 약해지면 이웃과 손잡고 평화를 취한다는 ‘세고취화(勢孤取和)’가 김정일 정권의 선택인 줄은 알지만 그것을 이용할 필요도 있다.
이제까지 그렇게 반세기를 지지부진하게 끌어왔으니 누군가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같은 이가 고이즈미에게 극구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우익 정치인의 선봉으로 꼽히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도 방북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결단에 이르기까지 고민했겠지만, 온통 기대와 찬사뿐인 상황에 고이즈미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외교적 속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부적인 비판 속에,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북·미관계 정상화 이전에, 북·일 정상화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고이즈미는 역사 위에 영생을 구가하는 영웅이 될 수 있다. 그 열쇠를 기이하게도 김정일 정권이 손에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