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주공1차 아파트. 아파트 단지는 철거작업으로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쓰레기가 나뒹굴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본격적인 철거작업에 앞서 철거 용역회사 직원들이 빈집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 을씨년스럽기만 하던 아파트 단지에 갑자기 고급 승용차 1대가 나타났다. 승용차에서 내린 중년 부인 A씨는 부동산중개소 근처를 기웃거린다. A씨는 “재건축 사업이 시작된 아파트는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신문 보도를 보고 늦기 전에 물건을 잡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A씨는 소위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 단지 13평형 아파트의 시세는 현재 6억4000만원. 평당 5000만원에 육박하는 시세로 평당 가격으로만 보면 지은 지 20년이 넘은 13평짜리 아파트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셈이다. 현재 A씨처럼 구입을 원하는 사람은 간혹 있지만 팔려고 내놓은 집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집주인들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을 기대하고 ‘물건’을 틀어쥐고 있는 것. 부동산중개소에 들른 재건축 조합원 김모씨(56)는 “재건축 사업이 빨리 진행돼 다행이다. 늦어졌으면 은마아파트꼴이 날 뻔했다. 희소가치가 커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다. 7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되면 집을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 사무실. 은마아파트는 정부가 8월9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인해 재건축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삼삼오오 모여든 조합원들은 일간 신문들을 펼쳐놓고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일보 사설이 어떻다, 아파트를 26채나 가진 복부인은 누구냐는 등 최근의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얘기가 끝없이 오갔다.
재건축 문제에 대해 묻자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우리만 콕 찍어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주변 아파트보다 힘이 없어서 당하는 것이다.” “13평짜리 6억원은 괜찮고 34평짜리 6억원은 투기냐.”
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다소 내린 탓에 조합원들은 정부와 서울시, 언론에 대해 불만이 많은 듯했다. 박대식 조합장(51)은 “주민들이 서울시청으로 시위하러 가자는 것을 말렸다”며 “헌법소원 행정소송 등 가능한 방법을 강구한 뒤 안 되면 집단 행동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싼 곳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정답은 ‘강남구 청담동 혹은 압구정동’이었다. 하지만 이제 강남구 도곡·대치동이라고 해야 맞다.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재건축 가능성이 점쳐지던 8월초 가격이 6억원대, 재건축에 들어간 도곡주공 1단지의 경우엔 13평형이 6억4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아파트 시세가 폭등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이 어려워진 아파트들의 시세가 3000만~4000만원 내리는 등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재건축 승인을 받은 아파트들은 정부의 투기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암묵적 담합 의해 가격 상승 전염
지역 주민들은 “대치동 도곡동만큼 교육·주거 환경이 좋은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것”이라고 말한다. 강남이라는 ‘브랜드 네임’과 명문학교,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양재천의 자연환경 덕택이라는 것이다. 도곡동 우성아파트에 사는 김민진씨(39)는 “아이들을 좋은 학교와 학원에 보내기 위해 5년 전 이사를 왔다”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도곡동만큼 좋은 여건을 가진 곳은 국내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치·도곡동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최근 급격히 오른 이유는 주거·교육환경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은마아파트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단지 내에서만 3~4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A아파트 주민들은 “주민들이 부동산중개소를 돌며 집값을 관리한다” “반상회 등을 통해 집을 특정 액수 이상으로 내놓기로 담합까지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부로부터 ‘투기꾼’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개포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한 아파트의 값이 오르면 덩달아 다른 아파트들도 호가를 올린다”면서 “암묵적 담합에 의해 가격이 전염되는 게 강남의 아파트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개업소들이 조금만 시세보다 낮게 거래를 주선해도 아파트부녀회에서 들고 일어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재건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부풀렸다. 이른바 ‘꾼’들의 ‘찍고, 돌리기’ 등 작전이 있었기 때문에 미친 듯이 시세가 오를 수 있었다는 것. ‘찍고 돌리기’ 수법은 간단하다. 1억원짜리 부동산이 나오면 1억2000만원에 찍어 산다. 그리고 다른 업자에게 1억4000만원에 돌린다. 그 부동산은 1억6000만원에 또 다른 부동산으로 넘어가고, 결국 거래가가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이다.
‘아파트를 이미 9채나 갖고 있으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17채나 구입한 50대 복부인 아줌마’, ‘4년 동안 3300만원 소득을 올렸다고 신고하고 재건축 예상 아파트를 10채 구입한 변호사 의사 부부….’ 8월22일 국세청이 발표한 재건축 아파트 구입자금 출처 조사 대상자의 탈세 투기 사례는 상상을 초월한다. 재개발을 매개로 한 투기세력의 작전과 ‘묻지마 투자’가 없었다면 부동산 가격이 이처럼 가파르게 오르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99년 은마아파트로 이사 온 김모씨(36). 김씨가 34평형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 가격은 1억7000만원. 김씨는 강남에서 살고 싶다는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은행대출을 받는 등 조금 무리를 해 강남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도곡동 마천루 타운이 들어서면서 오르기 시작한 집값은 금세 3억원대가 됐고, 지난해 4억원대, 올 상반기 5억원대를 오르내리더니 8월 초 6억원을 찍었다. 김씨는 재건축으로 40평대에 입주할 즈음이면 시가가 9억~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치·도곡동 지역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이 바로 은마아파트다. 은마아파트에서 김씨와 같이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을 강타한 부동산 열풍의 ‘발원지’란 오명을 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은마아파트가 재개발을 메리트로 집값이 오르자 인근 선경, 우성아파트로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강남으로 번진 뒤, 결국 서울시 전역의 부동산 시장이 끓어올랐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 주민들 중엔 이미 집을 팔고 이사한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1년 동안 553가구가 사고 팔렸다. 매도 시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은 당연한 일. 한 주민의 말이다. “아파트 값 상승으로 어깨에 힘은 잔뜩 들어갔어도 현금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여기가 강남에서 비교적 서민들이 살던 곳 아닙니까. 성질 급한 사람들은 목돈을 챙겨서 신도시 등으로 이사를 갔는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모두들 후회하고 있어요. 남아 있는 사람들은 최근 고민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지금 팔아야 하는지, 아니면 언젠가 이뤄질 재건축을 기다려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거죠.”
강남 대체 신규 주거지 개발 시급
은마아파트뿐만 아니라 도곡동 주공1차 아파트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기는 매한가지. 투자 목적으로 지난해 13평형을 구입한 B씨는 집을 판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B씨는 3억5000만원에 구입해 3억9000만원에 매도했다. “세무조사에 첫 타자로 걸려서 1200만원이나 세금을 냈어요. 빚을 내서 투자한 거라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남은 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갖고 있었더라면 2억5000만원을 벌 수 있었잖아요. 부동산 업자가 ‘천장’이라고 해서 팔았는데 속은 거죠. 2~3채 정도 구입해서 묵혀둘 걸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일부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마침내 올 것이 왔다”며 부동산 시장의 급냉을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업자들은 “소나기만 잠시 피하면 다시 오르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명의신탁 수법이 교묘해져 자금출처 조사의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대안은 강남을 대신할만한 신규 주거지를 만드는 것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강남 이외 지역의 주거 교육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강남의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새 주거지 개발을 중산층 주택 보유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고소득층의 교외 이전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지 13평형 아파트의 시세는 현재 6억4000만원. 평당 5000만원에 육박하는 시세로 평당 가격으로만 보면 지은 지 20년이 넘은 13평짜리 아파트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셈이다. 현재 A씨처럼 구입을 원하는 사람은 간혹 있지만 팔려고 내놓은 집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집주인들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을 기대하고 ‘물건’을 틀어쥐고 있는 것. 부동산중개소에 들른 재건축 조합원 김모씨(56)는 “재건축 사업이 빨리 진행돼 다행이다. 늦어졌으면 은마아파트꼴이 날 뻔했다. 희소가치가 커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다. 7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되면 집을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 사무실. 은마아파트는 정부가 8월9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인해 재건축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삼삼오오 모여든 조합원들은 일간 신문들을 펼쳐놓고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일보 사설이 어떻다, 아파트를 26채나 가진 복부인은 누구냐는 등 최근의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얘기가 끝없이 오갔다.
재건축 문제에 대해 묻자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우리만 콕 찍어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주변 아파트보다 힘이 없어서 당하는 것이다.” “13평짜리 6억원은 괜찮고 34평짜리 6억원은 투기냐.”
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다소 내린 탓에 조합원들은 정부와 서울시, 언론에 대해 불만이 많은 듯했다. 박대식 조합장(51)은 “주민들이 서울시청으로 시위하러 가자는 것을 말렸다”며 “헌법소원 행정소송 등 가능한 방법을 강구한 뒤 안 되면 집단 행동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싼 곳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정답은 ‘강남구 청담동 혹은 압구정동’이었다. 하지만 이제 강남구 도곡·대치동이라고 해야 맞다.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재건축 가능성이 점쳐지던 8월초 가격이 6억원대, 재건축에 들어간 도곡주공 1단지의 경우엔 13평형이 6억4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아파트 시세가 폭등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이 어려워진 아파트들의 시세가 3000만~4000만원 내리는 등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재건축 승인을 받은 아파트들은 정부의 투기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암묵적 담합 의해 가격 상승 전염
지역 주민들은 “대치동 도곡동만큼 교육·주거 환경이 좋은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것”이라고 말한다. 강남이라는 ‘브랜드 네임’과 명문학교,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양재천의 자연환경 덕택이라는 것이다. 도곡동 우성아파트에 사는 김민진씨(39)는 “아이들을 좋은 학교와 학원에 보내기 위해 5년 전 이사를 왔다”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도곡동만큼 좋은 여건을 가진 곳은 국내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치·도곡동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최근 급격히 오른 이유는 주거·교육환경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은마아파트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단지 내에서만 3~4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A아파트 주민들은 “주민들이 부동산중개소를 돌며 집값을 관리한다” “반상회 등을 통해 집을 특정 액수 이상으로 내놓기로 담합까지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부로부터 ‘투기꾼’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개포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한 아파트의 값이 오르면 덩달아 다른 아파트들도 호가를 올린다”면서 “암묵적 담합에 의해 가격이 전염되는 게 강남의 아파트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개업소들이 조금만 시세보다 낮게 거래를 주선해도 아파트부녀회에서 들고 일어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재건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부풀렸다. 이른바 ‘꾼’들의 ‘찍고, 돌리기’ 등 작전이 있었기 때문에 미친 듯이 시세가 오를 수 있었다는 것. ‘찍고 돌리기’ 수법은 간단하다. 1억원짜리 부동산이 나오면 1억2000만원에 찍어 산다. 그리고 다른 업자에게 1억4000만원에 돌린다. 그 부동산은 1억6000만원에 또 다른 부동산으로 넘어가고, 결국 거래가가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이다.
‘아파트를 이미 9채나 갖고 있으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17채나 구입한 50대 복부인 아줌마’, ‘4년 동안 3300만원 소득을 올렸다고 신고하고 재건축 예상 아파트를 10채 구입한 변호사 의사 부부….’ 8월22일 국세청이 발표한 재건축 아파트 구입자금 출처 조사 대상자의 탈세 투기 사례는 상상을 초월한다. 재개발을 매개로 한 투기세력의 작전과 ‘묻지마 투자’가 없었다면 부동산 가격이 이처럼 가파르게 오르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99년 은마아파트로 이사 온 김모씨(36). 김씨가 34평형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 가격은 1억7000만원. 김씨는 강남에서 살고 싶다는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은행대출을 받는 등 조금 무리를 해 강남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도곡동 마천루 타운이 들어서면서 오르기 시작한 집값은 금세 3억원대가 됐고, 지난해 4억원대, 올 상반기 5억원대를 오르내리더니 8월 초 6억원을 찍었다. 김씨는 재건축으로 40평대에 입주할 즈음이면 시가가 9억~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치·도곡동 지역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이 바로 은마아파트다. 은마아파트에서 김씨와 같이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을 강타한 부동산 열풍의 ‘발원지’란 오명을 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은마아파트가 재개발을 메리트로 집값이 오르자 인근 선경, 우성아파트로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강남으로 번진 뒤, 결국 서울시 전역의 부동산 시장이 끓어올랐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 주민들 중엔 이미 집을 팔고 이사한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1년 동안 553가구가 사고 팔렸다. 매도 시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은 당연한 일. 한 주민의 말이다. “아파트 값 상승으로 어깨에 힘은 잔뜩 들어갔어도 현금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여기가 강남에서 비교적 서민들이 살던 곳 아닙니까. 성질 급한 사람들은 목돈을 챙겨서 신도시 등으로 이사를 갔는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모두들 후회하고 있어요. 남아 있는 사람들은 최근 고민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지금 팔아야 하는지, 아니면 언젠가 이뤄질 재건축을 기다려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거죠.”
강남 대체 신규 주거지 개발 시급
은마아파트뿐만 아니라 도곡동 주공1차 아파트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기는 매한가지. 투자 목적으로 지난해 13평형을 구입한 B씨는 집을 판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B씨는 3억5000만원에 구입해 3억9000만원에 매도했다. “세무조사에 첫 타자로 걸려서 1200만원이나 세금을 냈어요. 빚을 내서 투자한 거라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남은 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갖고 있었더라면 2억5000만원을 벌 수 있었잖아요. 부동산 업자가 ‘천장’이라고 해서 팔았는데 속은 거죠. 2~3채 정도 구입해서 묵혀둘 걸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일부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마침내 올 것이 왔다”며 부동산 시장의 급냉을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업자들은 “소나기만 잠시 피하면 다시 오르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명의신탁 수법이 교묘해져 자금출처 조사의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대안은 강남을 대신할만한 신규 주거지를 만드는 것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강남 이외 지역의 주거 교육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강남의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새 주거지 개발을 중산층 주택 보유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고소득층의 교외 이전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