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그만큼 당했으면 됐지. 또 무슨 꼴을 보려고…. 정몽준 의원을 현대 입장에서 지원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겁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현대 계열사 중 맏형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정몽준 의원의 대선 출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였다.
MK ‘대통령감’ 발언 후 침묵 일관
그러나 현대는 이미 술렁거리고 있다. 정의원은 대선 출마를 위한 신당 창당 의사까지 밝힌 마당이다. 92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선에 도전했을 때 모든 계열사가 일사불란하게 선거운동에 나섰던 것처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정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정도는 직·간접적으로 선거에 도움을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 게다가 정몽준 의원의 대선 출마를 계기로 현대가(家) 형제들의 본격적 화해가 이뤄질 것인지도 관심사 중의 하나다.
현대가(家)의 맏형인 정몽구(MK)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동생인 정의원(MJ)을 ‘대통령감’이라고 추켜세워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정의원에 대한 현대측의 지원 움직임으로 해석되며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그 후로는 아예 ‘대외활동 자제’를 선언하며 입을 닫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K는 ‘왕자의 난’ 당시 극심한 대결 국면을 펼쳤던 MH(정몽헌 회장)와는 달리 MJ에 대해 상당한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J 역시 맏형에 대해서는 각별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편. 한 측근은 “월드컵 직전 공식 후원사 대표 자격으로 MK가 국가대표팀의 파주 트레이닝센터를 방문할 때 MJ는 ‘내가 직접 영접해야 한다’며 일부러 일정을 바꾸도록 지시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MJ측이 도움을 요청하면 MK가 아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현대차측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MK측이 정몽준 의원의 출마 선언 이전부터 쓸데없는 구설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몸조심을 하는 편이라면 MH 쪽은 아예 ‘내 코가 석 자’라는 입장이다. MH 계열사의 한 임원은 “MH 스스로 이렇게까지 곤경에 처해 있는 상태에서 도와주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 고 말했다. 이 임원은 “경제적 도움은 물론이거니와 MJ의 대선 출마에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 잘 나가고 있는 MK 쪽과는 상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현대 계열사의 또 다른 임원 역시 “현대처럼 형제간 분할 구도가 뚜렷한 기업에서 MJ의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누가 섣불리 MJ의 정치적 도박에 뛰어들겠느냐”면서 당선 가능성 자체를 높게 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측도 MJ의 출마와 관련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IR팀의 한 관계자는 “MJ의 출마 여부 등에 대해 물어보는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답변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조합측은 MJ의 출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설 움직임이어서 회사측으로서는 엉뚱한 데서 복병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정의원의 공식 출마선언 이전에도 노조 입장을 표명할 생각이며, 출마에 반대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까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돌발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대목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이자 고문인 MJ의 대선 출마를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부분. 현재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2만200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원화 절상의 영향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조선업종 내에서도 다른 회사에 비해 주가 하락폭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팀의 월드컵 8강, 4강 진출 등 잇따른 신화 창조로 인해 정의원의 인기는 수직상승했지만, 정작 현대중공업 주가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대우증권 리서치본부 조용준 차장은 “정몽준 고문이 대선 출마 선언 후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정치적 외풍을 맞는다는 사실은 기업에는 부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러 가지 정치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인력이나 자금 유출 여부를 놓고 회사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부정하겠지만 문제는 시장이 이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측의 설명은 여전히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인 강신옥 변호사는 “기업은 기업이고 정치는 정치인 만큼 정의원의 대선 출마는 현대중공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회사 자금 유용이나 주주 권익 침해 등과 관련해서도 과거 92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선 출마 때와 비교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강신옥 변호사는 13대 국회에서 민자당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정몽준 의원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강점을 설명할 때 종종 ‘다른 것은 몰라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기업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돈 뜯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포함한 재산을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재력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정치자금 논란과 회사자금 유용 시비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로 읽히기도 하는 대목이다. MJ로서는 ‘재벌 대통령’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시키는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 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도 ‘아파트 값 반값 인하’ 등의 파격적 공약을 내세우며 ‘재벌이 정치에 나서면 뭔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10년 뒤 재도전에 나선 MJ는 현대측의 지원 없이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시선으로 그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다.
현대 계열사 중 맏형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정몽준 의원의 대선 출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였다.
MK ‘대통령감’ 발언 후 침묵 일관
그러나 현대는 이미 술렁거리고 있다. 정의원은 대선 출마를 위한 신당 창당 의사까지 밝힌 마당이다. 92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선에 도전했을 때 모든 계열사가 일사불란하게 선거운동에 나섰던 것처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정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정도는 직·간접적으로 선거에 도움을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 게다가 정몽준 의원의 대선 출마를 계기로 현대가(家) 형제들의 본격적 화해가 이뤄질 것인지도 관심사 중의 하나다.
현대가(家)의 맏형인 정몽구(MK)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동생인 정의원(MJ)을 ‘대통령감’이라고 추켜세워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정의원에 대한 현대측의 지원 움직임으로 해석되며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그 후로는 아예 ‘대외활동 자제’를 선언하며 입을 닫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K는 ‘왕자의 난’ 당시 극심한 대결 국면을 펼쳤던 MH(정몽헌 회장)와는 달리 MJ에 대해 상당한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J 역시 맏형에 대해서는 각별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편. 한 측근은 “월드컵 직전 공식 후원사 대표 자격으로 MK가 국가대표팀의 파주 트레이닝센터를 방문할 때 MJ는 ‘내가 직접 영접해야 한다’며 일부러 일정을 바꾸도록 지시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MJ측이 도움을 요청하면 MK가 아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현대차측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MK측이 정몽준 의원의 출마 선언 이전부터 쓸데없는 구설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몸조심을 하는 편이라면 MH 쪽은 아예 ‘내 코가 석 자’라는 입장이다. MH 계열사의 한 임원은 “MH 스스로 이렇게까지 곤경에 처해 있는 상태에서 도와주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 고 말했다. 이 임원은 “경제적 도움은 물론이거니와 MJ의 대선 출마에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 잘 나가고 있는 MK 쪽과는 상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현대 계열사의 또 다른 임원 역시 “현대처럼 형제간 분할 구도가 뚜렷한 기업에서 MJ의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누가 섣불리 MJ의 정치적 도박에 뛰어들겠느냐”면서 당선 가능성 자체를 높게 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측도 MJ의 출마와 관련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IR팀의 한 관계자는 “MJ의 출마 여부 등에 대해 물어보는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답변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조합측은 MJ의 출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설 움직임이어서 회사측으로서는 엉뚱한 데서 복병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정의원의 공식 출마선언 이전에도 노조 입장을 표명할 생각이며, 출마에 반대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까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돌발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대목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이자 고문인 MJ의 대선 출마를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부분. 현재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2만200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원화 절상의 영향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조선업종 내에서도 다른 회사에 비해 주가 하락폭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팀의 월드컵 8강, 4강 진출 등 잇따른 신화 창조로 인해 정의원의 인기는 수직상승했지만, 정작 현대중공업 주가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대우증권 리서치본부 조용준 차장은 “정몽준 고문이 대선 출마 선언 후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정치적 외풍을 맞는다는 사실은 기업에는 부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러 가지 정치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인력이나 자금 유출 여부를 놓고 회사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부정하겠지만 문제는 시장이 이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측의 설명은 여전히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인 강신옥 변호사는 “기업은 기업이고 정치는 정치인 만큼 정의원의 대선 출마는 현대중공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회사 자금 유용이나 주주 권익 침해 등과 관련해서도 과거 92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선 출마 때와 비교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강신옥 변호사는 13대 국회에서 민자당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정몽준 의원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강점을 설명할 때 종종 ‘다른 것은 몰라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기업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돈 뜯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포함한 재산을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재력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정치자금 논란과 회사자금 유용 시비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로 읽히기도 하는 대목이다. MJ로서는 ‘재벌 대통령’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시키는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 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도 ‘아파트 값 반값 인하’ 등의 파격적 공약을 내세우며 ‘재벌이 정치에 나서면 뭔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10년 뒤 재도전에 나선 MJ는 현대측의 지원 없이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시선으로 그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