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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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사랑 없지만 별 5개 명작”

  • 입력2004-10-14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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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 사랑 없지만 별 5개 명작”
    인터넷 서점 ‘모닝365’(www.morning365. co.kr)에는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재미있는 코너가 있다. 각 출판사 편집자들이 시대와 독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라진 걸작들을 찾아내 독자들에게 추천해 주는 곳이다. 자신들이 직접 기획하고 출간한 책을 추천하는 행위가 낯간지럽지만 그만큼 책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휴머니스트’ 대표 김학원씨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김탁환의 ‘독도평전’, 구본형의 ‘오늘도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꼽았다. 앞의 두 권은 자신의 출판사에서, 뒤의 두 권은 그가 주간으로 있었던 푸른숲에서 펴낸 것이다. 그는 츠바이크의 책에 대해 “사귀어볼 만한 매력 있는 벗처럼 신용도 별표 5개의 추천목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독도평전’은 “언젠가 멋진 독자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실제로 ‘허삼관 매혈기’는 광고 한 줄 없이 입소문만으로 꾸준히 팔려 출판사측도 스테디셀러로 생각한다.

    궁리 출판사의 이갑수 대표는 노성래의 ‘바이너리코드’와 백승종의 ‘아버지, 난 누구예요’를 추천했다. 특히 과학소설 ‘바이너리코드’는 언젠가 리바이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만큼 애정이 깊다. 눈 밝은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불운한 걸작으로 꼽는다. 지호 출판사의 장인용 대표는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의 ‘섹스란 무엇인가’가 전작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밀려 반의 반도 팔리지 않은 것을 애석해한다. 또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출간 5년 동안 초판도 소화하지 못한 페트로스키의 ‘연필’에 대해서는 연민마저 느낀다.

    “대중 사랑 없지만 별 5개 명작”
    ‘책세상’의 김광식 주간은 ‘인생사용법’ ‘리눅스 *그냥 재미로’ ‘과학의 종말’ ‘말로센 말로센’ ‘제국’ 등 다른 출판사의 책까지 아주 다양하게 골랐다. 그중에서도 ‘말로센 말로센’을 쓴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가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하다. 그는 페나크가 프랑스 현대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이고 그의 글이 ‘놀랍도록 재미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가 고른 책은 ‘유럽인물열전’이다. 새로운 필자 발굴에 성공하고 공들여 만든 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 필자의 갑작스러운 정계 입문 때문에 ‘유럽인물열전’은 정치 홍보용 책자로 전락해 ‘저주받은 걸작’이 되었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신간에 밀려 금세 헌책이 되는 출판시장의 속성상, 몇몇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곤 모두 ‘저주받은 걸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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