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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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야, 우리 연기 어때”

미국전 골 세레머니 ‘폭소 선사’ … 시민들 “금메달 분통 시원히 해소”

  • < 성기영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0-13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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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노야, 우리 연기 어때”
    미국과의 D조 예선 2차전에서 ‘테리우스’ 안정환이 천금의 동점골을 터뜨린 순간. 안정환은 ‘반지의 제왕’답게 왼손 반지에 입을 맞춘 후 사진기자들이 몰려 있는 코너플래그로 달려갔다. 순간 안정환의 다음 동작을 기대하던 관중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안정환이 지난 2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의 금메달을 빼앗아간 ‘오노 액션’을 상징하듯 ‘쇼트트랙 골 세레머니’를 선보였기 때문. 안정환뿐만 아니라 그를 뒤따라온 최용수 설기현 등 한국 선수들이 일제히 쇼트트랙 동작을 선보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천수는 안정환 뒤편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슬쩍 건드린 뒤 양팔을 들어올리며 놀란 표정으로 ‘오노 액션’을 흉내내기도 했다. 안정환이 김동성 선수의 역할을, 이천수가 오노의 역할을 맡고 다른 한국 선수들이 쇼트트랙에 함께 출전한 주자들의 역할을 흉내낸 한 편의 드라마를 재현한 것이었다.

    이날 골 세레머니는 비 오는 그라운드로 멋지게 슬라이딩하던 황선홍이나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쭉 뻗어 들고 멋지게 그라운드를 질주하던 홍명보 등 한국팀을 상징하던 골 세레머니를 능가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안정환과 우리 선수들의 독특한 골 세레머니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 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스포츠 피앤디 박민규 이사는 “골 세레머니를 보는 순간 ‘오노, 널 위해 준비했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골 세레머니 역시 할리우드 액션감”이라고 격찬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광화문에서 미국전을 지켜봤다는 홍민기씨 역시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잠시 후 안정환 등 우리 선수들의 동작이 김동성 선수의 아픔을 재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코끝이 찡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동점골의 주인공인 안정환 선수는 경기 직후 “미국전을 앞두고 선수들과 골 세레머니에 대해 의논했었다”고 말해 이날 보여준 ‘오노 액션’이 치밀하게 준비된 ‘작품’이었음을 내비치기도.



    그러나 한국팀이 이기지는 못했지만 선전한 데다 경기 내용 면에서 미국을 압도한 만큼 좀더 성숙한 자세를 주문하는 반응도 있었다. 은행원 권영태씨는 “우리 팀이 선전한 만큼 이제 오노에 대한 집착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 비아냥거리는 것보다는 그들이 더 큰 죄책감을 느끼도록 너그러운 아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적 화제 속 일부에서 “심했다” 지적도

    한편 월드컵이 열전을 더해가면서 각국의 골 세레머니는 점점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세네갈은 프랑스와의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독특한 민속춤을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사우디전에서의 해트트릭으로 결정적 수훈을 세운 독일의 클로제는 공중제비를 돌면서 승리를 만끽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골잡이 라울은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유명하고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는 두 팔을 벌려 날아가는 한 마리 새를 연출하기도 한다. 브라질의 호나우두는 경쾌한 삼바스텝을 선보이고 복싱 선수 출신인 이탈리아의 비에리는 유니폼에 가린 단단한 근육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모두는 골을 넣은 선수 개인이 카메라 세례를 받는 데 그치는 것. 그런 만큼 한국 대표팀 전원이 일치단결해 선보인 ‘오노 액션’ 세레머니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국체 축구계에서도 두고두고 화젯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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