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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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보에게도 ‘파이팅’ 외쳐주자

  • < 김호섭 / 중앙대 교수·정치학 >

    입력2004-10-13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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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 후보에게도 ‘파이팅’ 외쳐주자
    월드컵 열기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서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온 국민은 열광하고 있으며, 월드컵 축구는 국민들에게 행복한 일체감을 만들어주고 있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 국민이 이처럼 열광하지 않으면 누가 하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정치인들은 히딩크 감독과 축구선수들을 부러워할 것이다. 정치에도 득표에 필요한 단독 드리블과 멋진 슈팅이 있다면 후보자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 주인공이 되고 싶을 것이다. 선거에 냉담한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싶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월드컵 열기 때문에 투표율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율이 낮으면 어느 당이 유리하고, 매우 낮으면 다른 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선거는 축구와 같아서 해보기 전에는 누구도 승패를 알 수 없다. 세계 챔피언 프랑스가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세네갈에 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국민들에게 경기를 보는 재미, 더불어 사는 재미를 주고 있다.

    축구는 국민을 통합하지만,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드러낸다. 얼핏 보면 정치가 갈등만 조장하는 것 같다. 정치판의 대표선수라 할 수 있는 정치가들이 아직 세련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정치는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치유하기 위해서는 드러내야 한다.

    정치가는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적 갈등이 무엇이고, 그 갈등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드러내어 자신의 해결책이 상대방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치가들은 갈등을 대립적으로 부각하기 때문에 분열을 만들어내고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가들이 국민 앞에서 정쟁을 벌여 정치적 갈등을 보여줄수록 국민에게는 선택 기회가 오는 것이다. 선거가 민주정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투표를 통해 분명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4년간 유효하기 때문이다.



    정치 하면 정쟁이 연상되고 국민들은 정치가를 짜증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를 이토록 열광시키는 축구도 처음 출전한 지 48년 만에 1승을 올리지 않았는가. 우리 민주정치는 짧게 보면 1987년 6월항쟁 이후 시작되었고, 길게 보아도 1948년 이후에야 비로소 시작되지 않았는가. 축구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보다 민주정치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치가 축구보다 조금은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4년 만에 개최되는 월드컵 축구는 선수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축제다. 본선 참가국 국민들은 응원을 통해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응원단인 ‘붉은 악마’의 응원은 우리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응원을 통해 우리 국민이 하나가 되었다.

    선거는 정치인들만의 행사가 아니며 국민은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한다. 선거를 민주정치의 축제라고 하지 않던가. 마침 월드컵 기간에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세계적 축제와 민주정치의 축제가 동시에 열리는 것이다. 우리 정치의 축제도 자신 있게 세계에 보여주자. 대통령의 아들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이것이 한국의 민주정치라고.

    이번 월드컵을 공동 개최함으로써 우리 국민은 국제사회 주요 행사에 당당한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지난 100년 역사에 국제사회에 대한 피해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잘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영향을 되도록 받지 않아야 한다고 보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로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신나고 멋있는 일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것도 기분 좋고 여유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축구에 쏠린 상황에서 정치 대표선수들이 땡볕에서 한국의 지방정치를 담당하겠다고 땀 흘리며 대결하고 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의 정치가들이다. 축구선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국 선수로 국가대표팀을 구성할 수는 없지 않은가. 축구감독은 외국에서 영입했지만 정치지도자를 수입할 수는 없다. 세계에 나가 5대 0으로 진 팀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국민들이여, 이번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도 ‘코리아 파이팅’을 외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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