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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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게임보이’들을 어찌할꼬

  • 조용준 기자

    입력2004-10-29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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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많은 ‘게임보이’들을 어찌할꼬
    e-스포츠. 바로 컴퓨터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 컴퓨터 게임은 ‘사이버 스포츠’의 총아로 대접받으며 여전히 ‘IT(정보기술) 한국’의 한 상징이 되고 있다. 한국이 인터넷 초고속 통신망의 선진국으로서 정보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로 예시되는 것이 ‘PC방’ 혹은 ‘PC게임방’이다.

    그러나 ‘PC방’과 ‘PC게임방’ 사이의 간극은 참으로 멀다.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음으로 해서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을 고양시킨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것이 ‘PC방’이었지만, 이들은 어느 사이 게임을 하는 것이 주목적인 ‘PC게임방’으로 변하고 말았다. ‘PC방’에는 지식정보가 없고 게임만 있다.

    물론 우리는 게임산업을 국가적 미래의 한 좌표로 설정하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낳는 게임산업의 경제적 비전도 여전하다. 요즘은 차세대 전략산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와 닌텐도의 ‘게임큐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외국 기업들이 비디오 게임시장을 놓고 ‘쌍코피 터지는’ 각축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

    게임산업을 21세기에도 여전히 우리들을 먹여 살릴 ‘엘도라도’로 여기는 것에 고춧가루를 뿌릴 의향은 전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꼬마들과 청소년들은 집의 PC 앞에서 혹은 길거리의 수많은 ‘PC게임방’에서 넋을 잃은 채 시간을 죽이고 있다.

    지난해 한빛소프트는 매출 830억원, 순이익 18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블리자드에서 수입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가 국내 PC게임 시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는 국내에서 400만장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PC게임 시장이 블리자드에 의해 장악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PC게임 유통사업자 혹은 수입업자는 떼돈을 벌었지만, 게임 개발사는 문닫기 일보 직전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PC게임 개발사인 판타그램은 ‘킹덤 언더 파이어’를 끝으로 지난 3월 사실상 손을 뗐다.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낸 프로게임리그도 이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게임리그를 운영하던 프로게임코리아오픈(PKO)은 최근 게임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레저·스포츠용품 유통사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2월 국내 최초의 인터넷 게임리그 KIGL(한국인터넷게임리그)를 출범시키며 프로게임 시대를 열었던 배틀탑은 이미 지난해 8월 게임리그를 중단했다. 삼성전자의 ‘칸’, KTF의 ‘매직엔스’ 등 한때는 수십개에 달하던 게임 구단들도 이제는 거의 팀을 해체하고 유명무실해졌다.

    갈수록 시들해지는 프로게임대회를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상금 4억원을 내건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대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가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열리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들은 게임대회가 국내 게임산업의 중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이제 그 많던 프로게이머들은 갈 곳을 잃었다. 게임 전문 방송사들이 주관하는 이벤트성 게임대회를 통해서만 근근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따름이다.

    ‘1년의 영화(榮華)’. 바로 그것이다. 프로게이머들이 각광받은 시간은 고작 1년에 불과했다. 게임만 잘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억대 연봉자가 될 수 있다고 매스미디어에서 그 난리를 쳤건만 지금 실정은 어떤가. 공식 등록된 100여명의 프로게이머 가운데 지난해 수입이 4000만원이 넘는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었다. 프로게이머의 평균 연봉은 1500만원 정도였다.

    가출에 퇴학에, 부모들과의 실랑이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끼니도 잇지 못하면서 오직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왔던 그 수많은 ‘게임보이’들을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아침에 PC방 뒤치다꺼리나 하는 신세로 전락해 게임소리 요란한 한쪽에서 겨우 새우잠을 청하는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의 프로게이머는 결국 ‘하드코어 게이머’였다. 이들에게서 차세대 전략산업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난리를 쳤던 사람들은 과연 누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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