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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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과 낙종’ 그 뒤의 숨은 이야기

  • 입력2004-11-02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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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종과 낙종’ 그 뒤의 숨은 이야기
    대검 중수부장으로 김현철씨 비리사건을 총지휘하며 끝내 현직 대통령 아들을 구속시켰던 강골 검사 심재륜씨. 특별수사검사의 전범이던 그가 대구 고검장으로 재직중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소환되었다. 억울하게 비리 검사로 몰린 심고검장은 99년 1월27일 “검찰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든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숨긴 채 열심히 일해온 후배검사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면직당했다. 이것이 99년 사법계를 뒤흔든 항명 파동이다. 이 사건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가 있다. 심고검장이 모든 것을 버리는 마음으로 성명서를 작성한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았던 동아일보의 이수형, 양기대 기자. 그러나 두 기자는 검찰 역사상 최대 특종을 포기함으로써 모든 언론이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도록 했다. 기자 스스로 건 ‘오프 더 레코드’였다.

    이수형 기자의 ‘오프 더 레코드’(프레스21 펴냄)에는 심재륜 항명 파동, 김현철 비리사건, 옷로비 의혹, 국정원 게이트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추적한 취재파일이 들어 있다. 책에는 자랑스러운 특종만 담은 게 아니라 낙종과 오보, 오판의 경험까지도 공개했다.

    비슷한 시기에 우오즈미 아키라 전 교토통신사 기자가 쓴 ‘도쿄지검 특수부’(사과나무 펴냄)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서릿발 같은 수사로 국가의 정의를 지키는 곳이지만, 자부심을 넘어 교만에 빠진 엘리트 법조인들이 권력의 맛에 빠지거나 ‘어둠의 수호자’로 탈바꿈하는 등 문제점도 많다. 우오즈미 기자는 특수부 검사 출신이면서 ‘지하경제의 제왕’과 결탁했던 다나카 변호사 사건과 유명한 인권변호사이나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야스다 변호사 사건을 취재하며 도쿄지검 특수부의 실상을 파헤쳤다. ‘오프 더 레코드’와 ‘도쿄지검 특수부’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벌어진 이야기지만 법조계가 안고 있는 고민은 비슷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책 모두 사건 현장을 지키는 기자만이 쓸 수 있는 리포트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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