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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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도 지역 갈등?

호남 69% 지지, 경북 66% 반대

  • < 노규형 /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정치심리학 박사 > kyuno@randr.co.kr

    입력2004-11-25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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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에서 6박7일 동안 열렸던 남북 장관급회담이 결국 합의를 못한 채 끝났다. 이를 두고 여당은 실패를 나무라는 반면, 야당은 굳건한 회담자세를 칭찬하여 여야가 바뀐 듯한 태도를 취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정부의 다른 정책과 달리 대북정책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긍정, 부정 의견이 거의 비등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R&R는 11월 초 전국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먼저 회담장소 문제를 물었는데 이번 회담장소는 북측이 일방적으로 금강산으로 고집하였고 남쪽은 다른 장소를 주장하다 결국 회담 성사를 위해 양보하여 금강산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장소문제에 대한 정부의 양보에 대해 응답자의 44%가 잘했다고 하고, 47%는 잘못했다고 하여 찬반이 팽팽히 맞서 있다. 또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요구를 가급적 들어주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44%가 공감하고 있으나 55%는 공감하지 않고 있다. 지속적인 남북대화 때문에 북한의 테러위협이 줄었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56%가 동의하고 37%가 동의하지 않았다. 대북정책에 있어 온건파 응답자들은 햇볕정책이나 북한 끌어안기에 동조하는 반면, 강경파 응답자들은 햇볕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며 북한에 대해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응답자들의 배경을 보면 온건파는 젊고 학력이 높은 층, 남성 중에 많고, 강경파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학력이 낮은 층, 여성 중에서 많다. 게다가 현 정부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는 온건파가 많은 반면, 야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는 강경파가 많다. 즉 ‘북한의 요구에 인내심을 갖고 가급적 들어주어야 한다’는 조사항목에 대해 호남에서는 69%가 찬성하는 반면, 대구 경북에서는 66%가 반대하여 찬반이 엇갈린다. 다시 말해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민의 이념적 성향과 정당의 지역기반이 상당부분 중첩되고 있다. 앞으로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이러한 이념 갈등이 이미 존재하는 지역 갈등을 더 촉발하지 않을지 매우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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