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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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4억 배럴 유전 발견 ‘대박’

석유공사, 국내 1년 소비 절반 규모 80억 달러어치 … 한국 몫 4분의 1·광구 운영권도 확보 ‘기쁨 두 배’

  •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입력2005-01-19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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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서 4억 배럴 유전 발견 ‘대박’
    한국석유공사(사장 이수용)가 베트남 인근 남사군도 수역에서 시추한 광구에서 경제성이 높은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였다. 석유 시추는 흔히 ‘높은 위험, 높은 소득’(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할 정도로 도박성이 강한 사업이다. 남사군도에서의 석유발견으로 임가공 무역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과 베트남은 이제 ‘높은 소득’을 분배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서게 되었다.

    한국석유공사가 남사군도에서 발견한 유전은 두 군데로 아직은 고유명사가 없다. 베트남 정부가 임의로 붙인 대로 15-1광구와 11-2광구로 불린다. 15-1광구에서 발견한 원유는 양으로 따지면 4억 배럴 정도이고, 금액으로 치면 1조400억 원(약 80억 달러) 정도다. 4억 배럴은 국내에서 소비하는 1년 석유량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한국석유공사가 15-1광구에서 원유가 있음을 처음 확인한 것은 2000년 9월이었다. 이때는 원유의 부존 여부만 확인하는 탐사정(探査井) 시추를 할 때였다. 탐사정 시추를 통해 추정한 원유량은 2억 5000만 배럴.

    탐사정은 원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뚫는 것이라 수직으로 굴착한다. 원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매장량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원유가 있는 저류층으로 평가정(評價井)을 뚫는다. 지난 3~6월에 평가정을 뚫자 15-1광구에 묻힌 원유량은 4억 배럴인 것으로 밝혀졌다. 탐사정을 뚫었을 때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베트남서 4억 배럴 유전 발견 ‘대박’
    그러나 시추공 굴착공사에 참여한 인사들은 “4억 배럴은 최소한의 수치고 실제로는 5억 5000만 배럴의 원유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4억 배럴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15-1광구는 2000년 이후 세계에서 발견한 것 중 가장 큰 유전이다.



    탐사정 시추 후에는 유전의 생산력을 확인하기 위해 DST(Drill Stem Test)라는 산출시험에 착수한다.

    지난 8월 초 7일 간 15-1광구에서 산출시험한 결과, 하루 5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에는 더욱 늘어나 무려 18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15-1광구의 경제성이 더욱 높아지자 한국석유공사는 크게 고무되어 8월23일 베트남 실력자를 초청해 대대적인 ‘베트남 유전 발견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15-1광구의 지분은 이 일대의 바다를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갖는 베트남 정부가 51%를 갖고, 나머지 49%를 미국과 프랑스의 준(準)메이저 회사인 코노코와 지오페트롤 그리고 한국 컨소시엄이 나눠 가졌다. 한국 컨소시엄의 지분은 23.25%인데 이 중 한국석유공사가 14.25%, SK가 9%를 갖고 있다. 한국 지분은 전체의 4분의 1 정도므로 80억 달러의 석유 중에서 20억 달러어치는 한국 것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희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컨소시엄은 미국과 프랑스 회사보다 지분이 크기 때문에 15-1광구의 운영권자가 되었다. 운영권자란 이 수역에 대한 탐사를 실시해 탐사정과 평가정을 뚫어 원유 매장을 확인하고,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 시추장치를 설치해 원유를 뽑는 사업자를 말한다.

    경제성 있는 유전을 발견한 후 그곳에 채굴시설을 짓는 데는 2∼4년이 걸린다. 15-1광구만 해도 거대한 시추시설을 만들어 이곳에 설치하고, 뽑아낸 원유를 붕타우에 있는 푸미 기지까지 보내기 위해 해저 송유관을 건설해야 한다. 운영권자는 이러한 공사에 대한 발주권이 있는데, 운영권자인 한국석유공사는 이 공사를 ‘당연히’ 한국 업체에 발주할 수가 있다. 약 7억 6000만 달러로 추정하는 시설 투자비는 한국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15-1광구는 모든 시설 공사가 끝나는 2003년 10월쯤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상업 생산에 들어가도 관련시설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 광구의 운영권은 한국에 있으므로 15-1광구 참여업자들이 공동으로 지불하는 운영 유지비도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하이 리턴’(high return)인 것이다. 한국이 발견한 또 하나의 광구인 11-2광구는 유전이 아니라 천연가스공(孔)이다. 이 광구는 한국 컨소시엄이 무려 55%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한국석유공사의 지분이 12.5%로 가장 많고, 대성과 대우·현대·LG·삼환·쌍용·삼성 등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광구의 운영권자도 한국석유공사다.

    한국석유공사가 이 광구에서 가스를 발견한 것은 15-1광구보다 빠른 1996년. 평가정을 뚫어 900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원유로 환산하면 1억5000만 배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이듬해인 1997년 9월이었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찾았다고 해서 무조건 ‘대박’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채굴 장비를 만들고 이 장비를 설치하기에 앞서 운영권자는 원유나 천연가스를 소비할 나라나 회사를 찾아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11-2광구는 이러한 매매계약 체결이 늦어져 공식적인 ‘천연가스공 발표’ 행사가 늦어진 경우다. 한국석유공사측에 따르면 2002년까지는 이러한 계약을 마무리짓고 바로 채굴시설 제작과 설치 공사에 들어가, 2004년 12월부터는 하루 1억3000만 t의 천연가스를 뽑아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11-2광구는 15-1광구보다 훨씬 더 멀리 바다 쪽으로 나와 있다(약 300km). 때문에 붕타우의 푸미 기지까지 송유관을 연결하는 데만도 적잖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가스전에서 불과 60km 떨어진 곳에 영국석유(BP)가 건설한 해저 송유관이 있다. 영국석유는 붕타우에서 무려 370km나 떨어진 6-1광구에서부터 붕타우의 푸미 기지까지 남(南)콘손 송유관을 연결해 놓았다. 한국석유공사로서는 남콘손 송유관까지만 파이프라인을 잇고, 영국석유측에 소정의 이용료를 내면 영국석유가 만든 남콘손 송유관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희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는 15-1광구만큼이나 붕타우에서 가까운 16-2광구의 지분을 30% 갖고 있는데, 이 광구에서도 유징을 발견한 것. 16-2광구는 10월 탐사정 시추에 들어가는데 추정 원유 매장량은 3억 4000만 배럴이다. 중국과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대만·브루나이 사이에서 영유권 분쟁이 있는 것으로만 알던 멀고 먼 섬 남사군도가 원유를 지렛대로 한국을 부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베트남 관계는 과거의 악연을 끊고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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