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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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손해… 조폐공사의 이상한 수출

지난해 105억, 올해 13억 적자… 인력·시설 놀리면 손실 더 커 울며 겨자먹기식 장사

  • 지난해 105억, 올해 13억 적자… 인력·시설 놀리면 손실 더 커 울며 겨자먹기식 장사

    입력2005-06-13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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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수록 손해… 조폐공사의 이상한 수출
    한국조폐공사가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이상한 수출을 해오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2000년 8월)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1970년대 이후 제조 원가의 평균 57%(최저 23%)에 불과한 가격으로 주화나 지폐를 수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수출 상대국은 필리핀 인도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이다.

    조폐공사의 최근 3년간 수출품목별 제조 원가 분석 결과를 보면 변동비(가동을 위해 투입되는 인건비, 전력요금, 수도요금 등)에도 못 미치는 수출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7년에만 2억4900여만원, 1998년에는 1억3100여만원어치를 이렇게 수출했다. 시설유지비 등 고정비를 고려할 경우 수익성은 더욱 취약하다. 1997년 19억9700여만원, 1998년 110억9000여만원, 1999년 105억 9000여만원의 손실을 본 것. 2000년에도 10월 초까지 13억8000여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조폐공사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적자수출’을 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조폐공사 해외개발처 수출부 관계자는 “포항제철의 고로, 정유회사들의 석유정제시설, 조폐공사의 초지기(종이 만드는 기계) 시설 등 이른바 장치산업은 놀리면 놀릴수록 손해가 더 난다. 기계 부식 등을 막기 위한 유지비, 고정 인건비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적자수출’을 해도 변동비 이상만 나오면 회사 경영상으로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팔수록 손해… 조폐공사의 이상한 수출
    그러나 국회 재경위 소속 자민련 이완구 의원은 “사기업이라면 이렇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기업이 이렇게 운영된다는 것은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재경위 간사인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도 “이런 식의 적자수출을 하지 말고 시설을 줄이든지 해서 경영을 정상화하라는 것이 재경위원들 다수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의원은 “적자수출을 하지 않으면 가동률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과 시설을 줄여야 하는데 이미 반으로 인원을 줄인 상태여서 마냥 줄이라고 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폐공사측은 당분간 적자수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수출부 관계자는 “외국도 이런 현상 때문에 가격을 덤핑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떤 때는 300일, 어떤 때는 200일 동안 기계를 돌린다. 해마다 지폐의 경우 20% 안팎, 수표의 경우 40% 정도까지 찍어내는 수요가 달라진다. 때문에 정확한 수요에 맞춰 기계를 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 단계의 화폐 수요에 맞게 시설을 재배치하기 위해서는 500억원 정도가 소요돼 적자를 보더라도 수출하는 것이 수출을 하지 않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논리다.



    조폐공사는 수출을 많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98년 200억원, 99년 140여억원을 수출한 데 비해 올해는 9월 말 현재 14억1700만원어치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에 대해 △경쟁국들이 제조 단가를 낮추고 있고 △해당 국가에서 특정 규격으로 화폐를 바꿨으며 △국회 등에서 변동비 이하 수출은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폐공사측에서도 “이런 상태라면 적자수출을 할 때보다 유지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수출 교섭 중인 나라들이 있어 최종 결과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

    조폐공사는 현재 “수출품의 단가를 올리는 쪽으로 적자수출 구조를 개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폐공사의 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지 않는 한 이런 구상은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폐공사 한 관계자도 “기술 개발을 하지 않으면 수출 활로를 뚫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조폐공사는 현재 1만원권 지폐에 쓰이는 ‘은선’ 기술에 대해 영국 포털사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올 들어 8월20일까지 로열티만 3억2000여만원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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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조폐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많이 뒤떨어져 있다. 50%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후진국들도 우리의 기술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마냥 덤핑할 수도 없다. 수출전략이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감사원도 올 8월 조폐공사에 보낸 감사보고서에서 조폐공사가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심화돼 수출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한데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만성적인 적자 수출을 하고 있다. 수출제품으로 인한 적자가 누적되지 않도록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

    조폐공사의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한 사례는 최근 발생한 ‘위약금 사건’이다. 조폐공사는 필리핀 은행권 수출과 관련해 올 10월에 1억2000만원의 위약금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에서는 내절도(화폐 용지를 접었다 폈다 하는 정도)가 애초 계약 내용보다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위약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폐공사 감사실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11월15일자로 직원 6명과 부여창-해외개발처 등 2개 기관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관련자 3명은 646만원의 변상조치를 받았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내절도)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필리핀 현지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기술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후 철저히 보완작업을 했으므로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해도 적자, 하지 않아도 손해인 조페공사의 만성적 적자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선진기술 개발을 통한 수출 경쟁력 확보, 인원과 시설에 대한 조정 작업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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