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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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생 신화’ 일군 최고의 안방마님

2000 프로야구 시즌 MVP 박경완

  • 입력2005-05-31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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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생 신화’ 일군 최고의 안방마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매년 발간하는 프로야구 선수 인명록. 현대 박경완(28)의 입단 연도는 92년으로 돼 있다. 하지만 똑같이 KBO가 만드는 프로야구 연감에는 그가 91년에 10경기에 나갔고 여섯 번 타석에 섰지만 모두 삼진을 당한 것으로 나와 있다. 왜 이럴까.

    72년생인 박경완이 전주고를 졸업한 것은 91년 초. 고교시절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그에게 대학의 벽은 높기만 했고 마침 연고지역인 전북에 제8구단 쌍방울이 창단되자 동기생인 SK 투수 김원형과 함께 프로에 진출하게 된다.

    그러나 말이 프로선수지 김원형과 박경완의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 훤칠한 용모의 ‘어린 왕자’ 김원형이 입단과 동시에 팀의 에이스 투수로 떠올랐던 데 비해 ‘곁다리’로 들어온 박경완은 계약금 한 푼 없는 연봉 600만원짜리 훈련생 포수에 불과했다.

    연봉 600만원 선수로 출발 … 올 홈런왕 이어 MVP까지

    당시 쌍방울 구단은 미래가 없어 보이는 박경완에게 김원형의 훈련용 포수로서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조건 아래 50만원의 쥐꼬리 월급을 지급한 것이다.



    정확하기로 소문난 KBO가 서로 배치되는 기록을 싣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훈련생의 경우 엄밀하게 따져 정규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것이다.

    이런 박경완을 기자가 처음 본 것은 그가 막 훈련생 딱지를 떼려고 하던 91년 겨울. 창단 첫해 OB를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한 쌍방울 선수단이 겨울 훈련을 하는 전주구장에는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기자는 첫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물론 기자의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한 때문은 아니었다. 박경완은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선수였다. 60명에 가까운 선수들 중에서 가장 머리가 큰 선수를 찾으면 됐다. 아예 허리가 없는 일자형 몸매에 19세 소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불룩 튀어나온 뱃살, 처녀 허리 굵기는 돼 보이는 허벅지, 온통 굳은살이 박힌 솥뚜껑만한 손.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방금 농촌에서 김을 매다 올라온 듯 보이는 순박한 얼굴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얼굴만 붉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그로부터 꼭 9년 뒤인 2000년 11월15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으리으리한 대리석과 샹들리에 장식으로 도배한 이곳에 ‘촌놈’ 박경완은 마치 홍콩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까만색 턱시도를 입고 머리엔 무스를 바른 채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프로야구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상 중 가장 영예로운 상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박경완의 놀라운 변신은 최고의 사부를 만나면서 비롯됐다. 초대 김인식 감독(현 두산감독)에 이어 92년 겨울 제2대 신용균 감독(현 삼성코치)이 부임하면서 조범현씨(현 삼성코치)가 배터리코치로 임명됐고 대한민국 최고 포수의 탄생은 여기서 싹을 키웠다.

    조범현 코치는 무뚝뚝한 성격에 주위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외곬 성격. 그러나 입에서 단내가 나는 혹독한 질책 뒤에는 큰형님의 따뜻한 격려가 따랐고 힘만 앞세우던 초보 포수 박경완은 마침내 야구를 보는 눈을 키우게 된다.

    결국 박경완은 94년 14홈런을 친 것을 시작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두자릿수 홈런을 친 대형 포수로 성장했고 올해는 프로 최초의 4연타석 홈런을 비롯해 40홈런을 쳐내 포수로선 85년 삼성 이만수 이후 15년 만의 홈런왕에 등극했다. 포수 MVP는 83년 이만수 이후 17년 만의 영예. 또 97년 시즌을 마친 뒤 당시로선 파격적인 8억원에 현대로 현금 트레이드되는 기록도 세웠다.

    올 겨울 은퇴한 현역 최고령 투수인 LG 김용수로부터 몇 년 전만 해도 “박경완에게 안타나 홈런을 맞는다면 그건 투수도 아니다”는 부끄러운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 그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드림팀 포수’로 새 천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것을 의심하는 팬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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