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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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라”

취임 때 각오 ‘국민이 주인’…그 마음이면 쌓인 난제 풀리지 않을까

  • 입력2005-06-29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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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라”
    2000년 10월 13일 6시 노르웨이 노벨기구의 홈페이지는 21세기를 불안하게 항진중이던 한국민에게 상쾌한 희망의 사인을 보냈다. 좋은 일이다. 나라의 경사다. 같은 날 고려대에 강의하러 갔다가 대학생들과 대치하던 중 소식을 듣고 노벨상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은 망발이다.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은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한 화해와 동아시아 평화를 향한 ‘김대중의 길’이 옳았다는 국제적인 공인이었지만, 그 공은 이미 김대중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결국 한국민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함께 진심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완료형이기보다는 진행형이다. 그 수상의 사유 하나 하나가 모두 그러하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고, 영광만큼이나 어깨가 무겁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수상 이후를 걱정하고 더 긴장해서 과제들을 챙겨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면에서 과거의 헌신과 투쟁보다는 미완성의 과제가 더 많고, 남북관계도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할 토대가 되는 경제가 다시금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돌고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문이 불식되지 않는다. 노벨평화상 수상이 실패한 내치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따갑다. ‘내년 4인가족 조세부담 1004만원’, ‘국채 6조원 이상 증가’라는 소식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경악에 가깝다.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관계 역시 어렵사리 조성되었지만, 김대통령 임기 후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안팎으로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역대 각국 정상들이 수상 이후 정책면에서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는 여권 한 인사의 진단은 그만큼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김대중 대통령이 할 일은 결국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갖은 고난을 겪고서 드디어 집권에 성공했을 때 다짐한 각오를 되살리는 일이다. 취임사에서 그는 ‘국민이 주인대접을 받고 주인역할을 하는 참여민주주의’를 실현시켜 국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부정부패도 없애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또 차별과 특혜의 폐지, 지방분권과 민영화, 환경 보전과 복지, ‘작지만 강력한 정부’, 대기업 등 경제구조의 개혁, 정보화와 정보산업의 육성, 교육개혁, 남북화해정책의 추진 등 많은 약속을 하였다. 그 약속들이 얼마나 잘 이행되었는가. 물론 조갈증에 걸린 듯 이 모든 약속들의 이행여부를 따지고 일거에 그 실천을 촉구할 일은 아니다. 그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누비고 해외를 돌면서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초인적인 노고를 거듭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제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인권법이 여지껏 매듭을 못풀고 있다. 정치개혁 또한 지지부진하다. 왜 매듭을 풀지 못하는가. 정부개혁 역시 조삼모사식으로 체중은 좀 줄였을지 모르지만 신체충실지수가 개선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활력 있고 유능한 정부,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정부를 만드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조직이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사적 정부가 작동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김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지도부가 욕심없이 민심을 정확히 읽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 지도자는 추앙을 받기보다는 사랑을 받는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열려 있고 너그러운, 그러나 집중력 있는 실천이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민주와 인권, 평화의 이름으로 노벨평화상의 영예를 얻은 김대통령이 그 수상사유의 진행형을 완료형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여 임기 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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