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기, 기다리기, 지나간 시간의 한 부분을 다시 떠올리기…. 요즘 유행하는 이런 ‘느림’의 철학은 허둥지둥 시간에 쫓겨다니면서 그 속도감에 현기증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인들이 가지는 욕망―세상의 흐름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을 반영한다. 영화에도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느린 영화’들이 있다. 발달된 도시문명의 상징인 빌딩숲 대신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경쟁이 아닌 공생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중국의 거장 장이모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11월4일 개봉) 역시 우리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이나 ‘정’처럼 맑고 착한 영화의 표본이다.
영화는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아들이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의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마을 길목까지 관을 둘러메고 걸어오는 전통 장례를 고집한다. 아버지의 수의를 만들기 위해 밤새 베틀을 돌리는 어머니. 아들은 오래된 부모의 결혼사진을 보면서 부모님의 옛날을 회상한다.
이때까지 건조한 다큐 느낌의 흑백화면이었던 영화는 과거로 넘어가면서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총천연색으로 바뀐다. 도시에서 시골마을로 온 스무 살의 앳된 교사 ‘창유’와 마을에 살던 열여덟살 처녀 ‘자오 디’는 첫눈에 사랑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남녀간의 연애가 신기한 일이었던 50년대의 시골마을에서 두 사람은 낭만 없는 세상에 연애의 물꼬를 튼 최초의 연인이 되었다.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려 창유가 도시로 떠난 뒤에도 가을과 겨울 내내 길목을 지키며 선생님을 기다리던 자오 디. 두 사람은 재회한 뒤 다시는 헤어지지 않았고 그 후 40년을 함께 살았다.
이렇게 단순한 구식 러브스토리가 왜 그토록 감동적인 걸까.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발휘할 수 있는 감동의 극한을 보여준다. 중국 전통의 고유한 정서와 이미지가 잘 어우러진 이 영화에서 장이모 감독은 인간의 선의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유려하고 섬세한 영상에 담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단순하고 진솔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담아낸 화려한 비주얼 때문.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유려하게 펼쳐지는 풍광을 배경으로 누군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지나가버리는 것들과 다시 못올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같은 갖가지 사연들이 정감 있게 다가온다.
‘집으로 가는 길’은 평범한 농촌소녀와 초등학교 교사와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영화의 다른 한 축을 이끌고 가는 플롯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태도’다. 지식인이 철저히 평가절하당하던 ‘문화혁명’ 시기에 혹독하게 시련을 겪었던 감독이 배웠다는 것, 남을 가르친다는 것만으로 존경을 받았던 시절에 대한 소중한 기억들을 그린 것이다. ‘배움’에 대한 올바른 가치와 참된 의미를 되짚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스스로 존경한다고 밝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세계를 의식적으로 좇고 있는 듯, 영화에서 보이는 ‘길’은 여러 가지 이미지와 의미를 담고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러나 키아로스타미 영화에 스며 있는 은근한 관조적 태도 대신 일상적 리얼리티의 공기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장이모의 이 영화가 한 수 위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아들이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의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마을 길목까지 관을 둘러메고 걸어오는 전통 장례를 고집한다. 아버지의 수의를 만들기 위해 밤새 베틀을 돌리는 어머니. 아들은 오래된 부모의 결혼사진을 보면서 부모님의 옛날을 회상한다.
이때까지 건조한 다큐 느낌의 흑백화면이었던 영화는 과거로 넘어가면서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총천연색으로 바뀐다. 도시에서 시골마을로 온 스무 살의 앳된 교사 ‘창유’와 마을에 살던 열여덟살 처녀 ‘자오 디’는 첫눈에 사랑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남녀간의 연애가 신기한 일이었던 50년대의 시골마을에서 두 사람은 낭만 없는 세상에 연애의 물꼬를 튼 최초의 연인이 되었다.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려 창유가 도시로 떠난 뒤에도 가을과 겨울 내내 길목을 지키며 선생님을 기다리던 자오 디. 두 사람은 재회한 뒤 다시는 헤어지지 않았고 그 후 40년을 함께 살았다.
이렇게 단순한 구식 러브스토리가 왜 그토록 감동적인 걸까.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발휘할 수 있는 감동의 극한을 보여준다. 중국 전통의 고유한 정서와 이미지가 잘 어우러진 이 영화에서 장이모 감독은 인간의 선의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유려하고 섬세한 영상에 담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단순하고 진솔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담아낸 화려한 비주얼 때문.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유려하게 펼쳐지는 풍광을 배경으로 누군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지나가버리는 것들과 다시 못올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같은 갖가지 사연들이 정감 있게 다가온다.
‘집으로 가는 길’은 평범한 농촌소녀와 초등학교 교사와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영화의 다른 한 축을 이끌고 가는 플롯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태도’다. 지식인이 철저히 평가절하당하던 ‘문화혁명’ 시기에 혹독하게 시련을 겪었던 감독이 배웠다는 것, 남을 가르친다는 것만으로 존경을 받았던 시절에 대한 소중한 기억들을 그린 것이다. ‘배움’에 대한 올바른 가치와 참된 의미를 되짚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스스로 존경한다고 밝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세계를 의식적으로 좇고 있는 듯, 영화에서 보이는 ‘길’은 여러 가지 이미지와 의미를 담고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러나 키아로스타미 영화에 스며 있는 은근한 관조적 태도 대신 일상적 리얼리티의 공기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장이모의 이 영화가 한 수 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