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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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월드컵 조 추첨’을 유치하라

서울·부산·서귀포 자존심 건 한판 승부 …50억 세계 인구 시청 ‘홍보효과 만점’

  • 입력2006-05-19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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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명! ‘월드컵 조 추첨’을 유치하라
    3년 전(97년 12월5일) 세계인의 눈은 프랑스의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쏠렸다. 이날 열린 98프랑스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는 190개국에 위성 중계됐으며, 구슬이 한 개씩 뽑혀나올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밤잠을 설치며 TV 앞을 떠나지 못한 것은, 대진 운에 따라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희망적일 수도 절망적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1년 12월 초, 2002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6개국 조추첨 행사가 바로 한국에서 열린다.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이미 99년 12월7일 예선 조추첨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한국에 할당된 월드컵 주요행사로는 본선 조추첨 외에도 FIFA총회, 전야제, 개막식과 개막경기, 준결승 등이 있다. 그러나 개막식이나 준결승은 FIFA 기준에 따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만 치를 수 있고, 총회는 경기개막 이틀 전에 열리기 때문에 사실상 개막식이 열리는 서울과 멀리 떨어질 수 없다.

    결국 지방에서 유치 가능한 행사는 조추첨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1경기장 당 3게임씩(10개의 경기장에서 32게임)밖에 할당되지 않는데, 웬만한 경기를 유치하는 것보다 조추첨 행사를 하는 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홍보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또한 개최도시 입장에선 전세계 50억 인구가 지켜본다는 이 빅 이벤트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서귀포였다. 강상주 서귀포 시장은 지난해 12월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총회 자리에서 조추첨 행사 유치 의사를 밝히고 3월초 유치제안서를 제출했다.



    부산은 2월 들어 전진 부시장이 문화광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처음으로 조추첨 행사 유치 의사를 밝혔다. 그 달 23일에는 박세직조직위원장이 월드컵 경기장을 시찰할 때 안상영시장이 다시 한번 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3월3일 공식 유치신청).

    이에 반해 가만히 있어도 월드컵 주요행사를 모두 유치하게 되는 서울시로서는 느긋한 입장이다. 서울시 월드컵 홍보기획팀 권해윤사무관은 “서울시는 조추첨 행사 유치를 위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FIFA 관계자와 선수단 보도진 등 공식참가자만 4000명에 이르는 큰 행사를 치르는데 교통 숙박 엔터테인먼트 어느 면에서도 서울을 대신할 도시가 있겠는가”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에 대해 부산도 할 말은 많다. 부산시의 김정호사무관은 “월드컵 주요행사를 모두 서울에서 치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행사는 어쩔 수 없더라도 조추첨 행사만큼은 지방도시에 개최권을 줘야 한다. 프랑스 월드컵 때도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서 조추첨을 하지 않았는가”라며 부산의 자존심을 내세웠다.

    부산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와 이 행사를 연계해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건설중인 지방 최대 규모(회의실 4848평)의 컨벤션센터는 사업비만 3600억원이 드는 대규모 시설이다. 2001년 3월 완공되기 때문에 12월 조추첨 행사를 치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장담한다. 여기에 행사 준비를 위해 조직위가 부산에 체류할 때 숙박 및 교통시설-사무실을 지원하고 통역요원 70명의 항공료 및 체제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

    서귀포가 행사장소로 내세우는 곳은 현재 건설중인 제주월드컵경기장이다. 장소가 야외 가설무대여서 행사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되고 있으나, 이미 프랑스 월드컵 때 마르세유 벨로드롬스타디움에서 조추첨 행사를 치른 적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서귀포시는 주장한다. 오히려 ‘사상 최대의 조추첨 축제’로 불린 마르세유 때처럼 추첨행사와 올스타 축구경기를 함께 치를 수 있는 장소로는 서귀포가 적격이라며 자신감을 표명한다(12월 초순 서귀포의 평균 기온은 10.5℃).

    서귀포시 월드컵기획단의 강영돈계장은 “야외라고는 하지만 경기장 절반 이상이 지붕으로 덮여 있고, 그라운드가 데크에서 14m 아래여서 방풍-보온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귀포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 대한축구협회다. 조추첨 행사가 축구와는 관계없는 쇼로만 치러져서는 곤란하다는 게 협회측 생각이고, 축구경기를 하려면 기후 조건상 서귀포가 가장 적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일 올스타전이 될지 아시아 올스타전이 될지 결정된 바는 없다. 다만 좋은 경기를 개최하면 전세계로 중계되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경기운영이나 방송중계 등 대규모 행사 경험이 적은 지방도시에는 본경기를 치르기에 앞서 리허설을 해볼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물론 입장료 수입도 적지 않을 것이다.”(대한축구협회 가삼현 부장)

    축구협회측은 조추첨 장소를 놓고 협회와 조직위의 갈등이 노출된 점을 의식하는 듯, 축구경기를 한다면 협회가 나서서 주선하겠다는 이야기일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서울-부산-서귀포가 3파전을 벌이는 가운데 난처해진 것은 월드컵조직위원회. 그동안 조직위는 시설과 교통 등을 감안해 서울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과 강남의 코엑스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지난달 35차 집행위 회의에서는 세종문화회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다. 그런데 축구협회가 공공연히 서귀포를 지지하고 나선데다, 부산 역시 체육기자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는 등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적극적인 유치작전에 들어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쨌든 개최장소 결정권은 FIFA에 있다. 5월15일까지 조직위가 FIFA에 개최장소를 추천하면, FIFA의 실사를 거쳐 결정된다. 개최희망 도시들이 얼마나 시설을 갖추고 홍보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조추첨 행사를 두고 축구경기보다 더 뜨거운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행사 요건 갖춘 곳 아직 없다”

    3개市 공간·시설 등 규격 미달


    조추첨 행사장이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

    “40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과 극장식 무대가 있어야 한다. 조명 음향 등 무대운영 기술은 물론이다. 또 공식기자회견장과 ‘믹스트 존’(mixed zone·기자들이 선수나 월드컵 관계자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이 확보돼야 한다.”

    이 요건을 제대로 갖춘 장소가 있는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된 국제회의장이 없지 않은가. 코엑스는 공간은 충분한데 좌석이 없고, 계단식이 아니라 평면인 것이 단점이다. 의자를 빌려 배치한다 해도 고정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부산 컨벤션센터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서귀포는 야외라 우천시 속수무책이다. 더 심각한 것은 2001년 12월 완공예정이어서 시험가동기간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완공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다. 서귀포 경기장은 10개 경기장 중에서 가장 늦게 착공한 곳 아닌가. 행사를 준비하는 조직위 입장에서 번거로운 것은 둘째치고 행사를 운에 맡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세종문화회관이 가장 적합한가.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 아쉬움이 많다. 비좁아서 공연장 외에 지하전시시설까지 다 사용해야 한다. 이곳에서 한다면 전면개보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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