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끝난 다음날 10대 그룹에 속하는 모 재벌 정보담당자는 출근하자마자 상사에게 혼이 났다. “회장님에게까지 올라가는 보고서를 그렇게 엉터리로 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책이었다. 총선 직전 방송사 등의 여론조사 결과를 나름대로 취재, ‘민주당 1당 부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썼던 그로서는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상사는 그에게 새로운 주문을 했다. 총선 후 정부가 추진할 재벌개혁 내용과 속도에 관해 보고서를 올리라는 것. 무엇보다 ‘위’에서 관심있는 사안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정부의 의중이었다. ‘위’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그룹 총수의 권한 제한으로 파악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해석됐다.
재계가 이처럼 총선 결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정치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 더욱이 원내 1당을 고수한 한나라당은 총선 당시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이한구씨를 정책위의장으로 영입,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한구의장은 민주당으로부터 “대우를 망친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듣긴 했지만 국부유출 논란 등에서 재벌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재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총선 후 경제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대격돌을 예상하는 것은 성급한 전망으로 보인다. 이한구의장도 현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구조조정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 한 마디로 한나라당의 총선 경제 공약은 김대중 정부의 구조개혁에 대해 ‘총론 찬성, 각론 반대’ 입장인 셈.
국제적 기준 ‘개혁 아직 미진’
전문가들은 앞으로 구조개혁 추진 과정에서 이해집단의 반발이 현 정부에 더 많은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김대중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상태.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원내 1당을 고수한 이번 선거 결과는 사회적 합의 없이 선진 자본주의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는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의적 구조개혁에 대한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총선 이후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올 2월9일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 주재로 열린 2단계 4대부문 개혁 추진 방향 보고회의에서 인정했듯 “지난 2년간 시장경제를 위한 제도와 기본 틀을 마련하긴 했지만 경제 주체들의 의식과 관행까지 바뀌지는 않고 있다”면서 구조개혁의 완성을 천명했다
. 한양대 경제학부 나성린교수는 “지난 2년간 개혁을 통해 경제회복은 이뤘지만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전혀 향상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나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이해집단의 반발을 의식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개혁은 미뤄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유화된 은행의 민영화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미진한 과제를 완결해야 한다는 것.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 애널리스트도 “그동안 정부가 이룩한 구조개혁 성과에 대해 외국인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한 것에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외국인들의 평가는 위기를 겪었던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이 잘했다는 의미이지 국제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아직도 미진하다는 것.
그는 무엇보다 금융-기업-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총선 이후 구조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앞날을 우려하고 있다. 총선 후 제기될 경제부문의 주요 쟁점을 알아보자.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1당 고수로 2차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절실한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중견 경제학자는 “정부가 공적자금 추가 조성의 불가피성을 적극 홍보해도 총선 과정에서 국가 부채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동의해줄지 의문인 상황에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 계획이 없다는 한가한 얘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64조원의 공적자금은 올 2월 말까지 모두 고갈된 상태. 경제전문가들은 2차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30조~40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적자금 최소화를 위해 부실채권 정리 및 금융기관의 정부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 이를 2차 금융구조조정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 이한구의장의 반응은 다소 의외다. 이의장은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 절실한데도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이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부채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의장은 “국가부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재정을 건실화해야 한다는 뜻에서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회사의 한 관계자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적자금 투입 이후 처리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긴 했지만 아직도 은행은 부실의 골이 깊기 때문에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인 국유화는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은행 지분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은행 가치는 더 떨어지고 국민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
재벌개혁
한나라당은 대기업 부채비율 200% 철폐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외국 기업에 국내 주요 기업을 무조건 넘기는 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우자동차 매각 등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반대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업 부채비율 규제 완화나 철폐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대우자동차 매각과 관련해 국내외 기업에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우차를 살 만한 국내 기업은 없다며 해외 매각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우차 관계자는 “대우차 해외 매각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의 노조뿐 아니라 현대자동차도 반대하는데다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도 예상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헐값 매각 운운하지만 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정해진 가격만 존재할 뿐 헐값 또는 제값이란 있을 수 없는 개념”이라면서 “하루빨리 대우차를 해외매각하는 것만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인 지배구조 개선이 남아 있는 상태. “그동안의 재벌 개혁은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나 부채비율 200% 등과 같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과제에 치중, 이를 어느 정도 달성한 수준”(한성대 무역학부 김상조교수)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배구조 개선은 재벌 총수가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면서도 이에 대한 경영상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황제경영체제를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현재 법무부가 전문가 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뢰했으며 6월경 초안을 도출해 공청회 등을 거쳐 국회에서 상법과 증권거래법을 손질할 계획이다.
그동안 가장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공부문, 그 중에서도 공기업 개혁은 앞으로 더 큰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과정에 국부 유출 논란을 일으킨 한나라당이 공기업 해외매각을 반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당장 한국전력 민영화 문제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전 민영화의 내용은 발전부문을 분할해 이를 매각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력산업 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이 법안은 작년 정기국회에 상정되긴 했으나 한전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 심의조차 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된 상태. 산자부는 16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 법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지만 노조의 반발과 한나라당의 반대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한구의장도 “공기업을 무조건 팔기만 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국가 기간산업을 장래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도 없이 무조건, 그것도 국내 기업은 배제한 채 해외 기업에만 매각하는 것은 헐값 매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 이경호홍보국장도 “정부의 한전 분할매각 방침에 대한 노조의 반대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한전 분할 매각 문제는 공기업 구조개혁의 상징성을 띠고 있는데다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도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독점으로 인해 이익을 보고 있는 노조 등 기득권층의 반발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라고 해서 다수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기업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나름대로 해외매각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전 외에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 일정은 총선 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상사는 그에게 새로운 주문을 했다. 총선 후 정부가 추진할 재벌개혁 내용과 속도에 관해 보고서를 올리라는 것. 무엇보다 ‘위’에서 관심있는 사안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정부의 의중이었다. ‘위’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그룹 총수의 권한 제한으로 파악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해석됐다.
재계가 이처럼 총선 결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정치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 더욱이 원내 1당을 고수한 한나라당은 총선 당시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이한구씨를 정책위의장으로 영입,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한구의장은 민주당으로부터 “대우를 망친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듣긴 했지만 국부유출 논란 등에서 재벌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재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총선 후 경제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대격돌을 예상하는 것은 성급한 전망으로 보인다. 이한구의장도 현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구조조정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 한 마디로 한나라당의 총선 경제 공약은 김대중 정부의 구조개혁에 대해 ‘총론 찬성, 각론 반대’ 입장인 셈.
국제적 기준 ‘개혁 아직 미진’
전문가들은 앞으로 구조개혁 추진 과정에서 이해집단의 반발이 현 정부에 더 많은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김대중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상태.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원내 1당을 고수한 이번 선거 결과는 사회적 합의 없이 선진 자본주의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는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의적 구조개혁에 대한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총선 이후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올 2월9일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 주재로 열린 2단계 4대부문 개혁 추진 방향 보고회의에서 인정했듯 “지난 2년간 시장경제를 위한 제도와 기본 틀을 마련하긴 했지만 경제 주체들의 의식과 관행까지 바뀌지는 않고 있다”면서 구조개혁의 완성을 천명했다
. 한양대 경제학부 나성린교수는 “지난 2년간 개혁을 통해 경제회복은 이뤘지만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전혀 향상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나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이해집단의 반발을 의식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개혁은 미뤄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유화된 은행의 민영화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미진한 과제를 완결해야 한다는 것.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 애널리스트도 “그동안 정부가 이룩한 구조개혁 성과에 대해 외국인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한 것에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외국인들의 평가는 위기를 겪었던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이 잘했다는 의미이지 국제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아직도 미진하다는 것.
그는 무엇보다 금융-기업-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총선 이후 구조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앞날을 우려하고 있다. 총선 후 제기될 경제부문의 주요 쟁점을 알아보자.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1당 고수로 2차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절실한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중견 경제학자는 “정부가 공적자금 추가 조성의 불가피성을 적극 홍보해도 총선 과정에서 국가 부채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동의해줄지 의문인 상황에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 계획이 없다는 한가한 얘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64조원의 공적자금은 올 2월 말까지 모두 고갈된 상태. 경제전문가들은 2차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30조~40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적자금 최소화를 위해 부실채권 정리 및 금융기관의 정부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 이를 2차 금융구조조정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 이한구의장의 반응은 다소 의외다. 이의장은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 절실한데도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이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부채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의장은 “국가부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재정을 건실화해야 한다는 뜻에서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회사의 한 관계자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적자금 투입 이후 처리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긴 했지만 아직도 은행은 부실의 골이 깊기 때문에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인 국유화는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은행 지분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은행 가치는 더 떨어지고 국민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
재벌개혁
한나라당은 대기업 부채비율 200% 철폐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외국 기업에 국내 주요 기업을 무조건 넘기는 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우자동차 매각 등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반대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업 부채비율 규제 완화나 철폐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대우자동차 매각과 관련해 국내외 기업에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우차를 살 만한 국내 기업은 없다며 해외 매각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우차 관계자는 “대우차 해외 매각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의 노조뿐 아니라 현대자동차도 반대하는데다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도 예상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헐값 매각 운운하지만 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정해진 가격만 존재할 뿐 헐값 또는 제값이란 있을 수 없는 개념”이라면서 “하루빨리 대우차를 해외매각하는 것만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인 지배구조 개선이 남아 있는 상태. “그동안의 재벌 개혁은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나 부채비율 200% 등과 같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과제에 치중, 이를 어느 정도 달성한 수준”(한성대 무역학부 김상조교수)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배구조 개선은 재벌 총수가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면서도 이에 대한 경영상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황제경영체제를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현재 법무부가 전문가 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뢰했으며 6월경 초안을 도출해 공청회 등을 거쳐 국회에서 상법과 증권거래법을 손질할 계획이다.
그동안 가장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공부문, 그 중에서도 공기업 개혁은 앞으로 더 큰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과정에 국부 유출 논란을 일으킨 한나라당이 공기업 해외매각을 반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당장 한국전력 민영화 문제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전 민영화의 내용은 발전부문을 분할해 이를 매각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력산업 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이 법안은 작년 정기국회에 상정되긴 했으나 한전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 심의조차 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된 상태. 산자부는 16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 법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지만 노조의 반발과 한나라당의 반대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한구의장도 “공기업을 무조건 팔기만 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국가 기간산업을 장래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도 없이 무조건, 그것도 국내 기업은 배제한 채 해외 기업에만 매각하는 것은 헐값 매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 이경호홍보국장도 “정부의 한전 분할매각 방침에 대한 노조의 반대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한전 분할 매각 문제는 공기업 구조개혁의 상징성을 띠고 있는데다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도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독점으로 인해 이익을 보고 있는 노조 등 기득권층의 반발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라고 해서 다수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기업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나름대로 해외매각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전 외에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 일정은 총선 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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