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샘이(김영삼전대통령)가 다시 정치 한다꼬요?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소. 다 반대한다꼬 하지. 그러나 이걸 알아야 합니데이. 암만 영샘이 욕을 개끓듯 하다가도 막상 선거 때가 가까워지면 분위기가 확 바뀌는거라. 영샘이가 민다카면 상대방 후보가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안되는 거라예. 그게 현실인데 우짤깁니꺼.”
“어디 이회창 지가 좋아서 지 밀었는 줄 아나. 김대중이는 죽어도 싫으니깐에 막상 찍을 사람이 없어서 지 민걸 갖고 지 좋아서 그란 줄 알면 착각이다 아입니꺼. 이번에 이회창 그 사람 큰 실수 했어예. 부산 사람들 너무 깔봤단 말입니더.”
부산 사람들을 만나보면 열 명 중 아홉이 하는 말이 바로 위와 같은 것들이다. “우리가 영샘이 욕을 하면 개안치만(괜찮지만) 넘이(남이) 욕하면 못참는다 아입니꺼”다. 그리고 어차피 선거의 지역 대결 양상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가피론이 주종을 이룬다. 김광일전청와대비서실장이 2월24일 텔레비전 토론에서 노골적으로 “지역당이 왜 나쁘냐”고 말한 것 역시 부산의 기본 정서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공천 파문이 시작된 바로 다음날인 2월19일 부산 시의회에서는 서구의 두 시의원이 가장 먼저 지구당 당직자들과 함께 한나라당 탈당계를 제출했다. 옛 국민회의 외곽조직인 ‘연청’ 부회장 출신인 이상렬씨를 공천한 것은 지역 주민의 의사를 외면한 것으로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서구에서 출발한 시의원들의 탈당 도미노는 현재도 계속 진행중이다. 연제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뜻하지 않게 후배인 권태망전시의원에게 밀린 권영적 부산시의회의장 역시 “60 평생 살면서 정신적으로 이렇게 큰 충격을 받기는 처음”이라며 탈당을 고려중이다.
흔들리는 것은 하부 조직뿐만이 아니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갈팡질팡하는 정도가 더 심하다. YS가 미는 강경식전부총리와 일전을 겨뤄야 할 처지인 박관용의원(동래구)은 흔들리는 한나라당 부산 의원들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다. 박의원은 당초 “부산 시민들이 한나라당 걱정을 많이 한다. 신당 창당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다”고 신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신당에 세력이 결집되는 양상을 보이자 부총재직을 던지며 “이총재에 맞서 싸우는 비주류의 선봉에 서겠다”면서 민주적 당 운영을 강조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총재와 결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산 빠른 정형근의원도 처음에는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결국 DJ를 도와주게 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중도적 입장을 보였지만, 25일 밤 부산지역 공천자 모임에는 만취한 상태로 나타나 “이회창이를 몰아내야 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박의원과 정의원의 예는 이들의 곤혹스런 처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특히 나중에 한나라당에서 발을 뺄 경우를 생각해 미리미리 명분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한나라당 부산 의원들의 전부는 잠을 설치면서 YS의 의중과 신당의 위력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조하게 계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의원들이 초반에 신당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한 데에는 부산일보 여론조사 결과가 한나라당에 그리 나쁘지 않게 나온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공천 바로 다음날인 2월19일과 20일 이틀 사이에 조사된 이 결과를 보면 민주계 인사들이 상당수 탈락한 것에 대해 “잘했다”(45.8%)가 “잘못했다” (15.0%)의 3배를 넘고, 영남권 신당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56.1%로 과반수를 넘는 것으로 나왔다. 이 결과가 보도되자 이총재 진영은 ‘그것 봐라’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상우 국회부의장 등은 “시기적으로 급변하는 정치권 움직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부산일보는 실제 사주가 박근혜의원이어서 한나라당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실질적으로 현재 부산 민심은 이 여론조사 결과와는 정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부산 시민의 일반적 정서는 역시 한나라당이 뭉쳐 DJ 정권과 싸워야 한다”(유흥수의원)는 주장은 점점 힘이 떨어지고, “갈수록 (한나라당에)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정형근의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
또한 서구의 이상열씨 공천을 둘러싸고 이총재쪽이 교체와 번복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한 끝에 나중에 결국 교체한 것도 부산 민심을 크게 자극한 사례. 이씨 하나 교체한다고 해서 부산 민심이 진정될 것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천진난만함’이 부산 사람들을 우습게 본다는 식으로 비화한 것. 21일 YS를 방문해 서구 공천자 교체의 뜻을 밝힌 이부영총무 역시 “사람을 어떻게 보고…”라는 YS의 질책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신당에서는 김광일전실장의 서구 출마가 거의 굳어진 분위기다. 이 지역에서만 8선을 한 YS가 자신의 대리인으로 김전실장을 서구로 내보내 일종의 상징적인 전략 지구로 만들려 한다는 것(상자 인터뷰 기사 참조). 당초 서구에서 나오려 했던 박찬종전의원은 대신 이웃의 중-동구로 옮기는 것이 검토되고 있어 이 지역 현역인 정의화의원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YS의 묵시적인 신당 지지가 구체화되면 부산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진재의원, 박관용 유흥수 김형오 김무성 권철현 정문화 정의화의원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다. 이들은 박의원처럼 가고 싶어도 가기가 마땅치 않은(강경식전의원 때문에) 경우도 있고, ‘이회창 계열’로 ‘낙인’찍혀 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제4신당 출현의 불똥이 한나라당에만 튄 것은 아니다. 민국당의 창당이 가닥을 잡아가자 민주당 부산시지부의 전-현직 사무처장이 한꺼번에 민국당으로 옮겨갔다. 지금도 상당수 당직자들의 연쇄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시지부의 한 관계자는 “중앙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몰라도 우리가 보기에는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 역시 과연 몇 석이나 건질지 의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이처럼 부산이 이미 신당 태풍에 포위된 형국이지만 대구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대구 72.7%, 경북 61.9%)를 몰아준 지역답게 아직 한나라당 지지가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고정 지지표가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과 대구 MBC가 공동으로 2월22일 하루 대구-경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당 창당에 대한 반대 의사가 46.9%로 절반 가까이 나왔다. 그러나 찬성 의견도 23.2%로 만만치 않은 형국. ‘모르겠다’는 유보적 응답도 29.9%나 됐다. 신당 창당 반대는 대구에서, 찬성은 경북에서 높았다. 또한 김윤환의원 공천 탈락에 대한 반응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라는 응답이 41.0%로 높았지만, ‘지역 민심을 반영하지 않은 처사’(21.1%),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 (12.0%) 등 불만을 나타내는 견해도 33.1%나 됐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대해 ‘지역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48.1%로 상당히 높았다.
한나라당 공천 파동이 이 지역 총선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지지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31.8%로 가장 높게 나왔지만, ‘신당으로 민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응답(24.1%)과 ‘여당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응답(21.1%)도 45.2%를 차지해 공천 파동과 신당 변수가 이 지역의 총선구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 볼 것은 한나라당 지지도가 31.0%로 지난 1월의 조사(38.8%)보다 7.8%나 하락한 것. 신당(민국당)까지 포함시킨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더 떨어진 29.2%로 나오고, 무소속 지지는 13.2%에서 9.0%로 4.2%의 하락을 나타내 다수의 무소속 지지층이 신당으로 흡수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창당할 경우’의 신당 지지도는 11.1%였다. 이에 대해 김윤환의원은 “아직 형체도 덜 갖춰진 신당의 지지도가 10%를 넘어서고 한나라당 지지도가 며칠새 8, 9%나 떨어졌다”며 “분명히 변하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는 중이다.
이처럼 아직 한나라당을 압도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신당 변수가 TK의 총선 구도를 바꿀 수준으로 자라나자 한나라당과 자민련 출마자들이 적잖이 동요하는 기색이다. 최근 대구에서 모인 한나라당 대구-경북 공천자 모임도 시종 침중한 분위기였다. 원래 이날 모임은 강재섭의원의 주도하에 ‘이총재에 대한 충성 맹세’까지 결의하기로 계획된 자리였지만 이해봉의원이 “중진 3인을 탈락시키는 방법이 치졸하고 옹졸했다는 지적이 있다. 왜 고사목에 톱을 대 소용돌이를 야기했느냐고 묻고 싶다”고 비판론을 제기하는 등 당 정체성에 대한 진통이 노출됐다.
특히 박근혜의원은 이 모임과 대구지역 공천자 모임(25일)에 모두 불참하고, 총재단 회의에서 “밖에서는 공천 결과가 총재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얘기가 많고, 실제로 그런 오해를 들을 소지가 있다”고 이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당 참여 문제로 고심중이란 얘기가 나왔다. 박의원은 민국당 참여설에 대해 “정치인이 거취를 정할 때는 명분이 있어야 움직인다”고만 말하고 있는 상태. 한나라당에서는 박정희전대통령를 정면으로 거부한 YS가 미는 신당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김윤환의원은 TK에서의 파괴력 증가를 위해 박의원을 계속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
동요를 보이기는 자민련도 마찬가지. 자민련 TK 원외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대동회 회장인 최운지전의원이 곧 탈당과 함께 민국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인 고령-성주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는 것. 최전의원은 자민련 원외지구당위원장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연쇄 탈당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민국당의 집중적인 영입 교섭을 받고 있는 이정무의원도 일단 돌파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지켜보자”는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박철언의원 역시 “지역당이 아닌 범국민적 결사체가 된다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국당이 당초 최고위원으로 내정한 이수성전총리를 한단계 더 높여 상임고문으로 예우하겠다고 나선 것도 경북지역의 민심을 고려한 것. 이전총리는 칠곡 출마가 유력해지고 있다. 그러나 PK와 달리 TK에서는 YS의 신당 지지가 신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YS에 대한 여론이 결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윤환의원도 YS를 만나 ‘너무 명확한 지지 입장’은 민국당의 TK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피력했다는 것.
결국 TK에서는 차기 지역 주도권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국당의 처절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이총재가 설익은 밥을 너무 쉽게 삼키려 한 것 같다”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탄식처럼 TK는 역시 이총재에게 ‘다 익은 밥’이 아니었던 것. 총선에서의 영남 민심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전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어디 이회창 지가 좋아서 지 밀었는 줄 아나. 김대중이는 죽어도 싫으니깐에 막상 찍을 사람이 없어서 지 민걸 갖고 지 좋아서 그란 줄 알면 착각이다 아입니꺼. 이번에 이회창 그 사람 큰 실수 했어예. 부산 사람들 너무 깔봤단 말입니더.”
부산 사람들을 만나보면 열 명 중 아홉이 하는 말이 바로 위와 같은 것들이다. “우리가 영샘이 욕을 하면 개안치만(괜찮지만) 넘이(남이) 욕하면 못참는다 아입니꺼”다. 그리고 어차피 선거의 지역 대결 양상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가피론이 주종을 이룬다. 김광일전청와대비서실장이 2월24일 텔레비전 토론에서 노골적으로 “지역당이 왜 나쁘냐”고 말한 것 역시 부산의 기본 정서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공천 파문이 시작된 바로 다음날인 2월19일 부산 시의회에서는 서구의 두 시의원이 가장 먼저 지구당 당직자들과 함께 한나라당 탈당계를 제출했다. 옛 국민회의 외곽조직인 ‘연청’ 부회장 출신인 이상렬씨를 공천한 것은 지역 주민의 의사를 외면한 것으로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서구에서 출발한 시의원들의 탈당 도미노는 현재도 계속 진행중이다. 연제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뜻하지 않게 후배인 권태망전시의원에게 밀린 권영적 부산시의회의장 역시 “60 평생 살면서 정신적으로 이렇게 큰 충격을 받기는 처음”이라며 탈당을 고려중이다.
흔들리는 것은 하부 조직뿐만이 아니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갈팡질팡하는 정도가 더 심하다. YS가 미는 강경식전부총리와 일전을 겨뤄야 할 처지인 박관용의원(동래구)은 흔들리는 한나라당 부산 의원들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다. 박의원은 당초 “부산 시민들이 한나라당 걱정을 많이 한다. 신당 창당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다”고 신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신당에 세력이 결집되는 양상을 보이자 부총재직을 던지며 “이총재에 맞서 싸우는 비주류의 선봉에 서겠다”면서 민주적 당 운영을 강조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총재와 결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산 빠른 정형근의원도 처음에는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결국 DJ를 도와주게 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중도적 입장을 보였지만, 25일 밤 부산지역 공천자 모임에는 만취한 상태로 나타나 “이회창이를 몰아내야 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박의원과 정의원의 예는 이들의 곤혹스런 처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특히 나중에 한나라당에서 발을 뺄 경우를 생각해 미리미리 명분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한나라당 부산 의원들의 전부는 잠을 설치면서 YS의 의중과 신당의 위력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조하게 계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의원들이 초반에 신당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한 데에는 부산일보 여론조사 결과가 한나라당에 그리 나쁘지 않게 나온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공천 바로 다음날인 2월19일과 20일 이틀 사이에 조사된 이 결과를 보면 민주계 인사들이 상당수 탈락한 것에 대해 “잘했다”(45.8%)가 “잘못했다” (15.0%)의 3배를 넘고, 영남권 신당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56.1%로 과반수를 넘는 것으로 나왔다. 이 결과가 보도되자 이총재 진영은 ‘그것 봐라’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상우 국회부의장 등은 “시기적으로 급변하는 정치권 움직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부산일보는 실제 사주가 박근혜의원이어서 한나라당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실질적으로 현재 부산 민심은 이 여론조사 결과와는 정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부산 시민의 일반적 정서는 역시 한나라당이 뭉쳐 DJ 정권과 싸워야 한다”(유흥수의원)는 주장은 점점 힘이 떨어지고, “갈수록 (한나라당에)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정형근의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
또한 서구의 이상열씨 공천을 둘러싸고 이총재쪽이 교체와 번복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한 끝에 나중에 결국 교체한 것도 부산 민심을 크게 자극한 사례. 이씨 하나 교체한다고 해서 부산 민심이 진정될 것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천진난만함’이 부산 사람들을 우습게 본다는 식으로 비화한 것. 21일 YS를 방문해 서구 공천자 교체의 뜻을 밝힌 이부영총무 역시 “사람을 어떻게 보고…”라는 YS의 질책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신당에서는 김광일전실장의 서구 출마가 거의 굳어진 분위기다. 이 지역에서만 8선을 한 YS가 자신의 대리인으로 김전실장을 서구로 내보내 일종의 상징적인 전략 지구로 만들려 한다는 것(상자 인터뷰 기사 참조). 당초 서구에서 나오려 했던 박찬종전의원은 대신 이웃의 중-동구로 옮기는 것이 검토되고 있어 이 지역 현역인 정의화의원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YS의 묵시적인 신당 지지가 구체화되면 부산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진재의원, 박관용 유흥수 김형오 김무성 권철현 정문화 정의화의원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다. 이들은 박의원처럼 가고 싶어도 가기가 마땅치 않은(강경식전의원 때문에) 경우도 있고, ‘이회창 계열’로 ‘낙인’찍혀 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제4신당 출현의 불똥이 한나라당에만 튄 것은 아니다. 민국당의 창당이 가닥을 잡아가자 민주당 부산시지부의 전-현직 사무처장이 한꺼번에 민국당으로 옮겨갔다. 지금도 상당수 당직자들의 연쇄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시지부의 한 관계자는 “중앙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몰라도 우리가 보기에는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 역시 과연 몇 석이나 건질지 의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이처럼 부산이 이미 신당 태풍에 포위된 형국이지만 대구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대구 72.7%, 경북 61.9%)를 몰아준 지역답게 아직 한나라당 지지가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고정 지지표가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과 대구 MBC가 공동으로 2월22일 하루 대구-경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당 창당에 대한 반대 의사가 46.9%로 절반 가까이 나왔다. 그러나 찬성 의견도 23.2%로 만만치 않은 형국. ‘모르겠다’는 유보적 응답도 29.9%나 됐다. 신당 창당 반대는 대구에서, 찬성은 경북에서 높았다. 또한 김윤환의원 공천 탈락에 대한 반응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라는 응답이 41.0%로 높았지만, ‘지역 민심을 반영하지 않은 처사’(21.1%),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 (12.0%) 등 불만을 나타내는 견해도 33.1%나 됐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대해 ‘지역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48.1%로 상당히 높았다.
한나라당 공천 파동이 이 지역 총선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지지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31.8%로 가장 높게 나왔지만, ‘신당으로 민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응답(24.1%)과 ‘여당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응답(21.1%)도 45.2%를 차지해 공천 파동과 신당 변수가 이 지역의 총선구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 볼 것은 한나라당 지지도가 31.0%로 지난 1월의 조사(38.8%)보다 7.8%나 하락한 것. 신당(민국당)까지 포함시킨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더 떨어진 29.2%로 나오고, 무소속 지지는 13.2%에서 9.0%로 4.2%의 하락을 나타내 다수의 무소속 지지층이 신당으로 흡수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창당할 경우’의 신당 지지도는 11.1%였다. 이에 대해 김윤환의원은 “아직 형체도 덜 갖춰진 신당의 지지도가 10%를 넘어서고 한나라당 지지도가 며칠새 8, 9%나 떨어졌다”며 “분명히 변하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는 중이다.
이처럼 아직 한나라당을 압도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신당 변수가 TK의 총선 구도를 바꿀 수준으로 자라나자 한나라당과 자민련 출마자들이 적잖이 동요하는 기색이다. 최근 대구에서 모인 한나라당 대구-경북 공천자 모임도 시종 침중한 분위기였다. 원래 이날 모임은 강재섭의원의 주도하에 ‘이총재에 대한 충성 맹세’까지 결의하기로 계획된 자리였지만 이해봉의원이 “중진 3인을 탈락시키는 방법이 치졸하고 옹졸했다는 지적이 있다. 왜 고사목에 톱을 대 소용돌이를 야기했느냐고 묻고 싶다”고 비판론을 제기하는 등 당 정체성에 대한 진통이 노출됐다.
특히 박근혜의원은 이 모임과 대구지역 공천자 모임(25일)에 모두 불참하고, 총재단 회의에서 “밖에서는 공천 결과가 총재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얘기가 많고, 실제로 그런 오해를 들을 소지가 있다”고 이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당 참여 문제로 고심중이란 얘기가 나왔다. 박의원은 민국당 참여설에 대해 “정치인이 거취를 정할 때는 명분이 있어야 움직인다”고만 말하고 있는 상태. 한나라당에서는 박정희전대통령를 정면으로 거부한 YS가 미는 신당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김윤환의원은 TK에서의 파괴력 증가를 위해 박의원을 계속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
동요를 보이기는 자민련도 마찬가지. 자민련 TK 원외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대동회 회장인 최운지전의원이 곧 탈당과 함께 민국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인 고령-성주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는 것. 최전의원은 자민련 원외지구당위원장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연쇄 탈당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민국당의 집중적인 영입 교섭을 받고 있는 이정무의원도 일단 돌파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지켜보자”는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박철언의원 역시 “지역당이 아닌 범국민적 결사체가 된다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국당이 당초 최고위원으로 내정한 이수성전총리를 한단계 더 높여 상임고문으로 예우하겠다고 나선 것도 경북지역의 민심을 고려한 것. 이전총리는 칠곡 출마가 유력해지고 있다. 그러나 PK와 달리 TK에서는 YS의 신당 지지가 신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YS에 대한 여론이 결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윤환의원도 YS를 만나 ‘너무 명확한 지지 입장’은 민국당의 TK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피력했다는 것.
결국 TK에서는 차기 지역 주도권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국당의 처절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이총재가 설익은 밥을 너무 쉽게 삼키려 한 것 같다”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탄식처럼 TK는 역시 이총재에게 ‘다 익은 밥’이 아니었던 것. 총선에서의 영남 민심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전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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