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로 AI 투자 확산… 하반기 반도체株 회복할 것”

박세익 대표 “연준 ‘빅컷’ 경기침체 시그널 아냐… 진작 못 내린 지각생의 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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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9-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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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연준의 50bp(0.5%p) 금리인하는 하드랜딩 시그널로 인식되기 쉽다. 일단 도망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침체를 뒷받침할 만한 전조 증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연준이 금리인하에 지각해 그 폭을 키운 것일 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은 낮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9월 19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 발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날 새벽 연준이 통상적 수준인 0.25%p가 아닌, 0.5%p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증시는 한 차례 출렁거렸다. 고금리 시대를 끝낼 큰 폭의 금리인하를 반기기보다 뒤이어 나타날 수 있는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짧으면 2~3주, 길면 한 달간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확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홍태식]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홍태식]

    2001·2008년 같은 위험 신호 없어

    경기침체 가능성에 선을 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설명에도 증시는 하락했다.

    “연준에 대한 신뢰가 많이 약해졌다. 파월 의장은 2022년 물가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 보고 뒤늦게 금리를 올렸다. 이후에도 데이터를 보면서 움직이겠다며 매번 사후 대처를 했다. 이번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4.3%로 뛴 7월 고용보고서를 봤다면 7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에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고용시장이 괜찮다’고 해도 믿지 못하고 스스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 경기침체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하드랜딩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실업률이다. 앞선 경기침체 때 실업률은 모두 6% 이상을 기록했다. 그런데 연준은 올 연말 실업률을 4.4%로 전망하고 있어 아직 낮은 수준이다. 물론 경기침체가 오면 이 수치가 갑자기 치솟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실업률을 끌어올릴 위험 신호가 안 보인다. 2001년 닷컴버블 붕괴 전에는 무늬만 닷컴인 기업들이 무너졌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주요 투자은행(IB)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엄청난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둑에 금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시그널이 많았고, 전체 경제가 무너질 듯한 분위기에 연준이 허겁지겁 50bp 금리인하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작 금리를 내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지각생의 만회에 가깝다.”

    단기 조정 이후 하반기 증시 흐름은 괜찮을 것이라는 뜻인가.

    “맞다. 50bp 금리인하 이후 하드랜딩이 왔던 경험 때문에 시장에 공포가 퍼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 확실시되면 다시 회복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금리인하 때와 비슷한 장세가 나타날 것 같다. 당시는 빅컷은 아니었으나, 지금처럼 첫 금리인하 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장이 크게 빠졌다. 그러다 일주일 뒤 제자리를 찾았고, 두 번째 금리인하 때 또 확 빠졌다가 ‘아니네, 괜찮네’ 하면서 다시 올랐다. 마지막 세 번째 금리인하 때는 몇 개월간 하드랜딩이 아니라는 것이 충분히 확인됐기 때문에 연준 발표 이후 종가 고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에도 그것과 비슷한 모양을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AI 칩 수요 과소평가”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반도체주의 경우 당분간 금리인하보다 모건스탠리발(發) ‘반도체 고점론’ 영향이 더 클 것 같다. 모건스탠리 전망은 지나치게 PC(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 범용 반도체 쪽에 치중돼 있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를 과소평가하고 있어 동의할 수 없지만, 증시에는 이 보고서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반도체주 빈자리를 제약·바이오 등 고금리 시기에 고통받던 섹터들이 메우면서 전체적으로 괜찮은 흐름을 나타낼 것이다. 금리인하로 자금 조달이 원활해져 여러 업계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만 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5%, 3%대 주가 상승을 나타냈다.”

    반도체주를 저가 매수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이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모건스탠리 분석이 다 맞는다고 가정해도 고점 대비 30~40% 하락이면 빠질 만큼 빠진 것이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어제 블랙록과 마이크로소프트가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AI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하면서 AI 투자 확산 신호탄을 쐈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갖고 있는 현금으로만 투자했다면, 지금부터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이다. 중국 빅테크라고 할 수 있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도 최근 AI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렇게 모건스탠리가 반영하지 않은 AI 관련 실적이 나오면서 반도체주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부터 내년 초까지 이번 낙폭의 절반 이상이 회복될 것이다.”

    그 밖에 하반기 국내 증시에서 유망한 섹터를 꼽는다면.

    “엔터주와 방산주다. 엔터는 금리인하로 소비가 살아나면 수혜를 입는 대표 섹터 중 하나다. 또 올해는 미국, 인도, 대만 등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많고 올림픽까지 열려 방송, 공연 등 엔터 분야에 상대적으로 시선이 덜 간 측면이 있다. 짝수 해에 이렇게 이벤트가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해소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엔터주가 강하게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주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전쟁을 통해 방위비 지출을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의중이 확실하게 보인다. 이를 고려할 때 국내 방산주도 내년까지는 이익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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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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