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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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앞세운 알리의 대약진

1년 만에 국내 이용자 수 2배로 급증… 이커머스 1위 쿠팡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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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12-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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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유 모 씨는 최근 중국 해외직구(직접 구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를 통해 신혼집 주방을 셀프 인테리어 했다. 유 씨가 알리에서 구입한 상품 가격은 거위목 수전 1만 원대, 방수 시트지(60㎝×5m 기준) 1만 원대, 상·하부장 간접 조명(LED 스트립 조명 5m 기준) 8000원대, 실링팬 7만 원대 등으로 매우 저렴하다. 인테리어에 든 총비용은 10만 원대 초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선 비슷한 사양의 실링팬 하나만 사려 해도 20만 원 가까이 든다.

    유 씨는 “쿠팡이나 네이버에서도 셀프 인테리어에 필요한 물건들의 가격을 알아봤지만 알리에서 사는 것보다 2~3배는 더 들더라”며 “큰돈 들이지 않고 취향에 꼭 맞는 주방을 완성한 것 같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천원마트’(전 상품 1만 원 이하) 가전 카테고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알리익스프레스 앱 캡처]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천원마트’(전 상품 1만 원 이하) 가전 카테고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알리익스프레스 앱 캡처]

    중간 마진 없어 가격 저렴

    최근 유 씨를 비롯한 국내 소비자의 알리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알리에선 다양한 상품군을 “가격이 깡패”라는 평이 나올 만큼 염가에 선보이고 있어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알리에서 블루투스 헤드셋, 전동 칫솔, 전자동 우산, 에코백을 샀는데 다 합쳐 1만1000원밖에 안 들었다” 같은 구매 후기가 많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에 ‘알리 추천템’을 검색하면 ‘가성비’ 좋은 알리 상품들을 소개하는 영상이 셀 수 없이 많다.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알리가 국내 이커머스업계 판도를 바꿔놓을 기세다.

    알리가 파격적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중간 마진이 없기 때문이다. 알리는 중국 기업들이 만든 상품을 직구 형태로 판매한다. 이에 중국 상품이 국내로 수입·유통되는 과정이 모두 생략된다. 중간 마진이 사라지면서 국내 소비자가 중국의 낮은 제조 단가를 더 극명하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국내에선 중국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일명 ‘태그 갈이’를 해 비싸게 되파는 경우가 만연한데, 알리에선 똑같은 상품을 거품 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알리의 또 다른 특장점은 무료 배송과 반품이다. 1만 원 이하 상품을 취급하는 ‘천원마트’에서도 1500원(3개 이상)만 넘기면 무료로 배송과 반품을 해준다.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은 유엔 산하 만국우편연합(UPU) 협약에 따라 국제우편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알리가 초저가 상품을 팔면서도 소비자에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알리의 최근 인기는 쿠팡 아성을 위협할 정도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앱의 한국인 이용자 수는 지난해 10월 297만 명에서 올해 10월 613만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그래프1 참조).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쿠팡(2846만 명), 11번가(816만 명)에 이은 3위다.

    쿠팡의 경우 한국인 이용자 수는 알리보다 많지만 지난해 10월(2896만 명)과 비교해 성장세가 멈췄다. 국내 소비자의 중국 해외직구 규모 자체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직구 액수(8193억 원)는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었다(그래프2 참조). 이 같은 국내 소비자의 선호를 중심으로 알리가 속한 알리바바그룹의 3분기 해외 이커머스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한 245억1000만 위안(약 4조4500억 원)을 기록했다(그래프3 참조). 또한 알리바바그룹은 8월부터 한중 전용 고속 화물선 선대를 6척 늘려 운행 중이다.

    가짜상품 논란은 넘어야 할 산

    다만 가짜상품 논란 등 품질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은 알리의 한계로 꼽힌다. 8월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해외직구 경험이 있는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국제거래 이용 및 피해 경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0.2%(51명)는 가품(假品) 구매 등 피해를 경험한 적 있으며 그중 알리를 통한 피해(31명, 61.3%)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2월 13일 알리 앱에선 삼성전자 ‘스마트워치6’ 가품이 정가의 10분의 1 수준인 2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에 국내 소비자 사이에선 알리에서 상품을 검색할 때 ‘한국인 리뷰 많은 ◯◯◯’ 형태의 키워드를 활용하는 등 저품질 상품을 피하는 팁까지 공유되고 있다. 레이 장 알리 대표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가품 유통에 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알리는 가품 판매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12월 6일 “향후 3년간 100억 원을 투자해 가품 유통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판매자 검증 강화,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진행, 가품 의심 시 90일 내 100% 환불 등을 뼈대로 한 일명 ‘프로젝트 클린’ 조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알리 측은 10~11월 두 달간 삼성, 블랙야크 등 7550개 한국 브랜드와 관련된 가품 의심 신고가 97만7151건으로 집계됐고 이 중 심각하게 위반한 1193개 판매 상점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한국 물류센터 검토 중”

    알리는 최근 인기에 힘입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 등 다른 이커머스 기업에 비해 긴 배송 기간을 단축하고자 국내에 직접 물류센터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 대표는 12월 6일 국내 기자들과 질의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닷새 이내에 모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내년 중 (한국) 현지 물류센터 건립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 기자간담회를 열 것 같은데, 그때 더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2월 13일 전화 통화에서 “알리가 내년을 기점으로 국내 사업에 속도를 내면 ‘초저가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에 120개 물류센터를 둔 쿠팡을 당장 뛰어넘을 수준은 되지 않을 테지만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최근 약세를 보이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며 다이소 또한 그 영향권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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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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