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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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친구로 안 봤는데”… 1880억 횡령, 과연 단독범행일까

오스템임플란트 거액 회삿돈 크로스체크 없이 직원 혼자 처리한 게 최대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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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1-0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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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삿돈 1880억 원 횡령’ 혐의로 체포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 씨가 1월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회삿돈 1880억 원 횡령’ 혐의로 체포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 씨가 1월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겉보기에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친구였는데….”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장본인인 이모(45) 씨에 대한 회사 관계자의 한 줄 평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인 이 씨는 188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월 5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씨가 횡령한 회삿돈은 상장사 횡령액 역대 최대 규모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 원의 91.8%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윗선 개입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씨 가족이 주변에 “이 씨가 독자적으로 횡령한 게 아니라 윗선 지시를 받고 그대로 한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내부자 공모 여부가 드러날지도 관심이다.

    횡령한 돈, 주식·금 매수에 사용

    회사 측은 이 씨가 지난해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며 대규모 자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가 관련 업무를 전담해 이 같은 횡령이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회사가 지난해 회계 및 감사 시스템을 강화했다”면서도 “한 사람이 출금과 잔액 확인을 전담하는 구조로 운영한 것이 큰 실책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씨는 횡령한 돈을 대담하게 사용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일 1430억 원으로 삼성전자 협력 회사 동진쎄미켐의 주식 391만7431주(7.62%)를 사들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의하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할 경우 당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당시 이름과 거주 지역, 생년월일 등이 공시되면서 이 씨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파주 슈퍼 개미’로 불리기도 했다. 다만 이 씨가 주가 하락 당시 주식을 대부분 매도하면서 117억 원 손해가 발생했다.

    주식 다음에는 금괴로 손을 뻗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8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경기 파주시 금거래소에서 1㎏짜리 금괴 851개를 매입했다. 680억 원어치로, 이 씨가 직접 승합차로 실어갔다. 이 외에도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걸려 있는 담보대출을 같은 달 변제했는데, 여기에도 횡령한 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씨는 지난달 파주시에 위치한 상가건물을 아내와 여동생, 지인에게 각각 증여하기도 했다. 경찰은 파주에 위치한 이 씨 소유 4층짜리 건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숨어 있던 이 씨를 검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해명과 이 씨의 행적 모두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많다. “팀장급 직원이 독단적으로 1000억 원대 회삿돈을 움직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 내에서 금융 거래가 발생할 때 한 사람이 이를 추진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재차 점검하는 것이 정상적 경우”라고 지적했다. 코스피 상장사에서 자금 관리를 담당한 한 직원 역시 “억 단위 액수가 오가는 경우는 대규모 투자나 계약이 이뤄질 때 정도인데 제3자의 검토가 없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오너 리스크’가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지 여부도 주목을 끈다. 이 씨의 변호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회장을 독대해 지시받은 적이 있고 회장에게 금괴의 절반가량을 건넸다고 이 씨가 말했다"고 밝혔다. 2014년 당시 대표이사였던 최모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치과 전문의들에게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이득을 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배임)로 기소돼 201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06년 오스템임플란트의 미국 진출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A사에 51억 원을 직접 출자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개인 채무 210억 원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자금담당 임원과 공모해 오스템임플란트의 A사 유상증자 참여 규모를 필요 이상으로 늘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횡령 사건도 이 씨의 단독 범행인지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손혁 계명대 회계세무학부 교수는 “재무팀장 승인권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별도 경로를 통해 횡령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도 확인해봐야 한다”며 “외부 세력과 공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횡령 직후 동진쎄미켐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했다. 마침 이 씨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한 당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진쎄미켐 인수 지시’라는 가짜뉴스가 사설 정보지에 나돌기도 했다. 횡령한 돈의 거의 대부분인 1430억 원을 한 종목에 올인했다는 점에서 이 씨가 동진쎄미켐과 관련된 호재성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외부 투기세력과 공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애초부터 해외 도주 의도 안 한 듯”

    대규모 횡령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2만여 명에 달하는 오스템임플란트 개인투자자다. 한국거래소는 1월 24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1월 24일까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회계 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번 일로 오스템임플란트 신뢰도가 바닥을 찍어, 상폐(상장폐지) 같지 않은 상폐를 당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1월 6일 “피해 구제에 동참할 소액주주 모집에 나설 것”이라며 피해 보상 소송을 예고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상 재무제표가 허위일 개연성이 높아 회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부실 기재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1월 5일 “횡령 금액 상당 부분은 조만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횡령 금액이 반환되는 대로 당기순이익은 반환 금액만큼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자금 회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씨는 이미 동진쎄미켐 주식을 일부 매도하는 과정에서 117억 원 손해를 입었다.

    경찰은 이 씨가 팔지 않은 동진쎄미켐 주식 55만 주(236억 원 상당) 이외 자금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이미 300억 원어치 430개 이상 금괴와 증권사 계좌 예수금 252억 원을 확보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나머지 금괴 소재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동진쎄미켐 외에도 다른 기업 주식에 투자한 정황이 발견됐으나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잠적 당시부터 이 씨는 해외로 도주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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