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오픈데이 행사에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출처·태영호 지지자 오픈채팅 ‘태지모’]
선거캠프 직원들이 사무실 입구에서 방문객의 손소독과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감독했다. 하지만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린 것. 165㎡ 남짓한 공간이 100여 명의 사람으로 채워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려워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일주일 전인 3월 12일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업장 집중관리 지침’을 통해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관리자에게 좌석 간격을 1m 이상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이곳 선거캠프 관계자는 “중대본 지침을 고려해 좌석을 배치했다. 하지만 사람이 몰리면서 각자가 치워놓은 의자를 들고 와 모여 앉았다”며 “불가피하게 중대본 지침을 따르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스크 벗고 들어가도 괜찮아”
서울 강남구의 한 선거사무소에 체열 감지장치가 놓여 있다. [최진렬 기자]
이미 중대본은 3월 21일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대응책인 ‘집단감염 위험시설 운영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22일부터 보름간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이 권고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할 경우 해당 시설 관리자는 손소독제 비치, 방문객의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및 1~2m 간격 유지 등 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시설 폐쇄 등 행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간동아’ 취재 결과 이를 따르지 않는 선거사무소가 적잖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시는 분들이 체온 측정을 꺼려 체온계를 안에 넣어놨습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선거캠프 관계자의 말이다. 주간동아는 중대본이 다중이용시설 운영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이틀이 지난 3월 24일과 25일 서울지역 8개 선거캠프를 방문했다. 선거사무소는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든다. 각 당 관계자나 자원봉사자뿐 아니라, 주민들도 후보자를 응원하거나 민원을 제출하고자 선거사무소를 찾는다. 하지만 이 중 방문자의 체온을 측정하는 곳은 두 곳에 불과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방문객의 출입을 막는 선거사무소는 한 곳도 없었다. 좌석 간 안전거리 확보 지침을 따르는 곳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의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를 찾아온 주민을 돌려보내기 어렵다. 마스크를 나눠주자니 자칫 금품 제공에 따른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까 봐 이 역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의자 다닥다닥 붙여놓고 ‘발대식’ 열기도
3월 22일 선거사무소에서 지역구 시의원들과 함께 온라인 출정식을 연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세종갑 후보(왼쪽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3월 22일 ‘청년 서포터스’ 발대식을 연 경기 용인시의 한 캠프. 발대식에 참석하는 청년 50여 명의 자리를 마련하느라 의자를 다닥다닥 붙여놓았다. 발대식 전 참석자를 대상으로 발열 체크는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체온계를 준비하지 못했다. 사무실 공간이 좁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도 지킬 수 없었다. 그 대신 참석자 전원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행사 내내 착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4·15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선거전 역시 뜨거워져 선거사무소 방문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선거사무소 역시 중대본의 다중이용시설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가 갖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모임 자체를 막을 순 없다. 다만 행사를 간소화하고 참석자 간 거리를 더 벌리는 등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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