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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냈지만 결국 재택근무
경기 분당에 사는 김모(42) 씨는 7세 딸의 유치원 개원이 3월 23일로 연기되면서 시부모부터 조카까지 양가 가족을 총동원해 아이를 돌볼 계획이다. 남편은 3월 말까지 마쳐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연차휴가를 내기 어렵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집 근처에 사는 시부모가, 화요일은 개학이 연기된 대학생과 중학생 조카들이 아이를 돌봐주기로 했다. 목요일은 김씨가 연차휴가를 내고 집에서 아이를 봤지만, 아이에게 밥만 챙겨주고 결국은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다. 김씨는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집에서도 하루 종일 일했다”며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하고 싶지만 회사에 눈치가 보여 결국 연차휴가만 소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가족돌봄휴가나 재택근무를 해결책이라고 제시했으나 워킹맘이 처한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정부는 개학과 개원 연기 발표를 하면 그만이지만, 그에 따른 육아 부담은 고스란히 워킹맘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긴급돌봄에 아이를 맡기는 것도 꺼려진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보육정책이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서울에 사는 회사원 서모(40) 씨는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하순 설 연휴 이후부터 친정부모가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3월 4일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는 그때까지만 부모님이 고생하면 될 줄 알았어요. 3월 23일로 입학이 연기돼 어떻게 버틸지 걱정입니다. 코로나19가 기저질환자에게 특히 위험하다는데, 친정어머니가 천식을 앓고 있거든요. 외출도 못 한 채 집에서 아이를 돌보다 보니 부모님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진 듯해요. 아무래도 다음 주에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제가 아이를 봐야 할 것 같아요.”
경기 안산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37) 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아이와 함께 출근하고 있다. 정씨는 “남편과 친정어머니가 시간을 나눠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월요일과 수요일은 가족 모두 시간을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출근한다”며 “직장 동료들 눈치가 보이지만 다들 아이를 둔 비슷한 처지라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긴급돌봄 신청 1.8%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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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휴가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워킹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소재 중견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주모(32) 씨는 “가족돌봄휴가는커녕 연차휴가를 쓰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현 상황에서 다들 처지도 비슷한데, 육아를 핑계로 나 홀로 휴가를 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어린이집과 유치원 개원 및 초중고 개학 연기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에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육아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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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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