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혼자 이 영화를 보고 와선 영화 내내 울었다고 한다. 전통적인 유교주의 집안에 시집 와 직장 생활하면서 맏며느리로서 명절 때마다 제사와 수십 명의 손님을 치러내야 하는 그동안의 힘듦이 생각났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 집은 명절에 제사 손님이 오지 않게 되면서 추도예배를 간단히 드리고 여행을 가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명절을 보내고 있다. 아내는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제사 문화를 물려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면서 며느리가 좋은 시대에 시집왔다고 한다.
국민 58%,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려

친척은 최고의 스트레스 유발자


이런 영향으로 명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명절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명절은 여자들에게 힘든 명절이다’ 89%, ‘명절이라고 항상 가족들이 모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70%,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친척들을 만나도 할 일이나 할 말은 별로 없다’ 62% 등으로 나타나 명절에 대한 인식변화를 느끼게 했다.(그림2).
이러다 보니 명절 제사 인식도 바뀌고 있는데, ‘명절 제사는 꼭 지내야 한다’는 인식이 2013년 41%에서 2017년에는 22%로 4년 사이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그림3)
명절의 스트레스는 여러 부정적인 결과들을 초래하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소위 ‘명절 이혼’이다. 명절은 평소 때보다 이혼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가정폭력 그리고 자살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나타나는데, ‘네이버 트렌드 통계’를 보면 2016년 명절(추석) 연휴의 다음 주에 ‘이혼’을 키워드로 검색한 빈도는 연휴가 낀 주보다 16% 정도 증가했다. 특히 명절(추석) 연휴의 다음 다음 주에는 이 빈도가 전주 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명절 연휴 이후에 ‘이혼’을 검색한 사람이 상당수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연휴 직전인 1월22일 네이버 트렌드 통계에서 49% 수준에 불과하던 이혼 조회 건수는 설날인 1월25일 100%로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트렌드 통계는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일별/주별/월별 각각 합산하여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하여 상대적인 변화를 나타낸 것으로 설날 당일 ‘이혼’을 검색한 건수가 설 사흘 전인 22일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이혼 통계를 살펴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직전 달보다 평균 10%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명절의 필수조건=말조심
명절 관련 통계는 우리가 명절 때 맛난 음식을 먹고, 떨어져 있는 부모님을 뵙고, 가족 친척들을 함께 만나는 즐거움의 이면에 상당수의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스트레스를 줄이고 보다 더 행복한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 ‘말조심’이 중요하다고 한다. 2015년 국립국어원 조사(2015년 국어정책통계연감)에 따르면 가족 간 듣고 싶은 말로 배우자로부터는 ‘수고에 대한 감사’(81%), 자녀로부터 역시 ‘수고에 대한 감사’ (71%), 부모로부터는 ‘노력에 대한 칭찬’(52%)이 각각 1위로 응답됐다. 가족 간에 서로 칭찬하고 감사하는 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유한킴벌리가 고객(1만4108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조사했는데(2016.09), 가장 듣고 싶은 말이 “함께하니 행복하다‘(27%)는 말이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자식들 다 모이니 함께 있어 행복하다는 고백을 하고, 자식들은 부모님 살아계셔서, 형제 자매 다 같이 모여 행복하다는 고백을 하는 그런 명절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설 명절에 가족 간에 서로 감사의 뜻을 표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어 며느리, 아내, 결혼 못한 자녀, 취업 못한 자녀들에게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네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