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회사에 출근하는 1월 28일 화요일을 기준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체크해봤다. 6시 30분에 자명종시계 벨을 누르며 기상한 뒤 정수기에서 물 한잔을 내려 영양제를 먹고, 새벽에 배송된 식재료 정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때 정수기와 영양제 케이스가 모두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이었다. 식재료도 대부분 플라스틱 케이스나 비닐봉지에 개별 포장돼 있어, 기상 후 10분간 내 손을 거쳐 간 플라스틱 제품이 무려 12개에 달했다.
세수하고 메이크업할 때 사용한 페이스 클렌저,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자외선차단제, 쿠션, 뷰러, 아이섀도,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펜슬, 아이브로우, 립스틱 모두 플라스틱이 뚜껑이나 손잡이 등에 조금씩이라도 포함돼 있었다. 아침식사를 위한 그릇은 도자, 젓가락과 숟가락은 나무였지만, 아이 수저와 식탁 의자는 플라스틱으로 아침식사 중에도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했다. 식사 후 양치할 때 사용한 칫솔과 치약, 청소 중 사용한 진공청소기와 물걸레대, 오디오와 리모콘 모두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출근하기 위해 입은 블라우스 벨트, 코트 단추, 신발 밑창에서도 플라스틱 소재가 발견됐다.
드디어 출근! ‘삑~승차입니다’ 출근 버스 카드도 플라스틱, 의자와 손잡이 등 버스도 온통 플라스틱이었다. 회사 사원증, 사무실 책상, 의자, 컴퓨터, 키보드, 전화기, 충전기, 펜, 계산기 등 사무실은 온통 플라스틱 밭이었다. 11시 30분 점심시간에 간 구내식당은 쟁반부터 모든 그릇이 플라스틱. 식사 후 찾은 카페에서는 오히려 플라스틱이 적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때 사용한 신용카드도 플라스틱! 퇴근 후 샤워를 하며 보디워시, 샴푸, 클렌저, 보디크림 등을 사용했는데 모두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었다. 머리를 말리려 꺼낸 드라이어 또한 플라스틱 제품.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아침에 배송됐던 식재료를 꺼냈다. 플라스틱 패키지에 포장된 돼지고기를 자르는데, 플라스틱 칼 손잡이가 눈에 들어왔다. 주물 팬에 고기를 굽고 세라믹 접시에 담은 뒤 밥통에서 밥을 펐다. 밥통, 주걱, 전기포트, 핸드머신 등 주방가전은 거의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반면, 그릇이나 수저 등은 세라믹이나 나무 소재가 더 많았다. 식사 후 설거지와 빨래를 하는데, 세제 통 역시 플라스틱으로 돼 있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분이 아마 세제나 화장품 케이스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탁기, 건조기, TV 등 가전제품도 플라스틱이 많은 부분 사용되었다. 아이와 레고, 자동차 놀이를 같이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이들 장난감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다. 어떤 모양이든 만들기 쉽고, 어떤 컬러든 알록달록 표현할 수 있으며 게다가 가볍기까지 하니 장난감 재료로 플라스틱만한 것이 또 있겠냐 싶었다. 일회용품을 짊어지고 여행을 간 것도 아니고, 손가락마다 비닐봉지를 끼고 쇼핑을 한 것도 아닌 평범했던 하루였는데도 하루 종일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은 총 117개에 달했다.
액체 클렌저 대신 솝바 사용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서 밤 10시 30분 잠자리에 들 때까지 플라스틱과 함께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다행히 기자가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을 찬찬히 살펴보니 플라스틱 그릇, 수저 등 일회용품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가전이나 생필품 등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거나 플라스틱 패키지 혹은 포장재로 나오다보니 일상이 온통 플라스틱으로 도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개인의 결심만으로 당장 ‘플라스틱 없는 삶’을 꿈 꿀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이다. 결론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 함유돼 있으므로, 어떤 물건이든 구입하기 전에 꼭 필요한 지를 한 번 더 따져보고 구입하기로 했다. 가능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화장품이나 세제 사용을 줄이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사용하겠다고 결심했다. 액체 샴푸나 클렌저 대신 최근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는 솝바를 사용하는 것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세제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 또한 문제라고 하니 세제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필수다. 고성장 시대에는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친환경적인 삶을 요구받는 시대다. 내 아이가 살아갈 지구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지 않도록 지금 당장 나부터 미니멀 플라스틱 라이프를 실천해 보리라!
제로 플라스틱 운동
문제는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oods Hole Sea Grant) 발표에 의하면 플라스틱 병 하나가 분해되는 데 45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6년 5월 펴낸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2010년에만 최소 480만 톤에서 최대 1270만 톤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고 한다. 2050년이 되면 바다는 물고기와 플라스틱 비율이 50 대 50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의 선물’이 자칫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플라스틱 없는 삶’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2021년부터 포크, 젓가락, 빨대 등 10종류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전면 사용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올해 안으로 플라스틱 포장 금지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제로 플라스틱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사용 제로에 도전하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올해 핵심 경영 과제로 '녹색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올해 안에 에어캡 사용을 중지하고 종이 포장지·에코박스 도입을 추진 중이고, 롯데는 “에어캡 사용 10분의 1로 감축”을 목표로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뉴욕에는 각자 용기를 가져와 원하는 만큼 용량을 덜어 무게를 잰 후 값을 지불하는 벌크형 판매업체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또한 일회용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빨대, 휴대용 대나무 식기를 판매하는 브루클린 ‘패키지 프리’ 등 친환경 제품 숍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구를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캠페인도 화장품 업계, 시민 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영국의 더바디샵은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실시, 총 5658명의 소비자가 참여해 3개월 동안 641kg의 플라스틱 공병을 수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러쉬에서 지난해 ‘플라스틱그랩(#PlasticGrab)’ 캠페인을 전개, 600여 명이 3개월 동안 제주도, 강원도, 강화도, 부산 등에서 1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다.
1월28일 화요일 플라스틱 사용 일지
6시 30분 기상
6시 40분 세수
6시 50분 메이크업
7시 아침식사하며 음악 감상
7시 20분 양치
7시 30분 청소
7시 50분 출근 의상 착용
8시 출근
9시 업무 시작
11시 30분 점심식사
12시 티타임
12시 50분 양치질
13시 일상업무, 인터뷰
18시 30분 퇴근
19시 30분 샤워
20시 저녁식사
20시 30분 설거지 및 빨래
21시 아이와 놀이
22시 30분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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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동안 117개 플라스틱 제품 사용!!
사진제공 게티이미지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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