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3

2023.03.31

‘한동훈을 어쩔꼬’ 활용법 두고 고민 깊어지는 여야

[이종훈의 政說] 총선 차출론 대두되는 與, 장관 탄핵 주장하는 野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3-04-0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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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한 후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한 후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아DB]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퇴 및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차출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3월 27일 한 방송에서 “(한 장관이 총선에서) 영호남이라고 하는 지역 갈등까지도 전부 없애버리고 586세대를 좀 퇴장시키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밝혔다.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1위 오른 韓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날부터 그의 후계자로 소문났다. 2024년 총선에 출마한 다음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을 정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대선 이후인 지난해 7월 30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장관은 ‘범보수 차기 대권 주자 적합도’에서 13%로 1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서치뷰가 올해 2월 27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범보수 차기 대권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도 한 장관은 19%로 1위를 차지했다.

    그간 국민의힘 내에서는 간헐적으로 한 장관 차출론이 제기돼온 터다. 심지어 지난 전당대회 국면 초기에도 당대표 차출론이 나왔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할 때였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은 이때 한 장관을 차출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당헌을 바꿔 당심을 100% 반영하는 경선룰을 관철시켰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저지하는가 하면, 안철수 의원에게 공격을 가하는 등 무리를 해 결국 김기현 체제를 탄생시켰다.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이 한 장관을 당대표로 차출하지 않은 데는 그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대표가 되는 순간 한 장관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윤 대통령이 힘을 잃는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권 주자인 유 전 의원이나 나 전 의원, 안 의원의 당대표 등극을 끝내 무산시킨 것과 같은 이유다. 법무부 장관으로 중용할 정도로 가장 신임하는 검찰 후배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 너무 빨리 뜨면 윤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앞서 한 장관 총선 차출론을 적극 제기한 박수영 의원도 친윤석열(친윤)계다. 그도 치밀한 계산을 전제로 관련 발언을 내놓았을 것이다. 한 장관을 윤 대통령의 보완재로 활용하려는 셈법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다. 친윤계 지도부 탄생 이후 국민의힘 전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언제 둑이 터질지 모르는 만큼 한 장관의 인기로 현 상황을 넘겨보려는 판단이 아닐까.



    민주당 역시 한 장관을 윤 대통령 보완재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검찰공화국 프레임’을 이용해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공격하고 있다. 한 장관이 범보수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상황이 민주당에 무조건 불리한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우려하는 권력의 중심 이동과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다만 한 장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나머지 ‘제2 윤석열’이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당장 탄핵할 생각 없는데…

    민주당은 한 장관에 대한 대응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 탄핵론이 제기된 직후인 3월 27일 한 장관은 “탄핵이라는 말이 민주당 정치인들의 기분에 따라 할 수 있는 말이 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이에 대해 민주당 법률위원회 위원장인 김승원 의원은 “한 장관의 언행이 자꾸 탄핵 쪽으로 간다”며 “도발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당장 탄핵할 생각이 없는데 한 장관이 오히려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어설픈 공격에 나섰다가 한 장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면박을 당한 터다. 과도한 공격이 오히려 한 장관을 키워주는 격이라면 민주당이 선택할 노선은 하나뿐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내상을 입히는 잽을 날리는 것이다. 섣불리 한 방을 노렸다가는 카운터펀치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래저래 한 장관은 민주당에도 번뇌의 대상이다.

    한 장관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점차 정치적 발언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봐서는 실제로 총선 출마를 고려할 수도 있다. 다만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윤 대통령 직할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공천 역시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는 두 가지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첫째,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대통령에게 위협적이지 않을 때다. 둘째, 한 장관을 내보내야만 총선 승리가 가능할 때다. 이런 한계를 무시하고 한 장관 독자 판단으로 총선 출마를 서두르다가는 험지를 강요받고 억지춘향으로 출마해 ‘낙선당하는’ 굴욕을 맛볼지도 모른다. 지난 전당대회가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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