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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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산-31’ 공개로 전술핵탄두 대량 생산·실전 배치 능력 과시

핵탄두 소형화 마치고 전술 고도화… 수중 핵 드론, 공중 EMP탄 등 공격 수단 다양화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3-04-0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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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월 27일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월 27일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은 3월 28일 ‘화산-31’로 명명된 전술핵탄두의 실물 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하루 전인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것이다. 북한은 이 사진들을 통해 핵탄두 설명문은 물론, 일련번호까지 의도적으로 노출함으로써 핵탄두를 대량 생산해 실전 배치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날 공개된 ‘화산-31’의 길이는 90㎝ 미만, 직경은 50㎝ 미만으로 보인다. 정확한 중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체적을 감안하면 초대형 방사포나 순항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500㎏ 미만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북한은 이 핵탄두가 600㎜ 초대형 방사포, KN-23, KN-23B, KN-24, 신형전술유도무기, 화살-1형, 화살-2형, 핵무인수중공격정에 탑재된다며 이와 관련된 그림까지 공개했다(인포그래픽 참조).

    北, 한반도 전개 미군에 대한 핵공격 시뮬레이션

    북한이 핵탄두를 공개한 이유는 3월 19일부터 진행된 여러 번의 무력시위에 한미 당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사거리 연장형 미사일을 평안북도 철산 서해위성발사장 인근에서 발사해 800㎞ 밖 해상 표적 상공에서 폭발시켰다. 미사일 발사 당시 남쪽으로 800㎞ 거리에 있던 미국의 마킨 아일랜드 상륙함 전단을 노린 도발이었다. 3월 21일과 23일에는 함경남도 함흥과 함경북도 김책에서 각각 화살-1형과 화살-2형으로 명명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들은 각각 1500㎞, 1800㎞ 떨어진 가상 목표의 상공에서 공중 폭발했다. 북한은 3월 21일과 25일에는 함경남도 인근 해역에서 해일-1형 ‘핵무인수중공격정’ 실험을 실시했다. 각각 59시간 12분, 41시간 27분을 잠항해 약 600㎞ 거리에 있는 표적의 수중에서 폭발했다. 북한은 이 미사일과 수중 드론에 모의 핵탄두가 장착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또한 한반도 남부 해역의 미군 전력에 대한 핵공격을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3월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 폭발 실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 폭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북한은 3월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 폭발 실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 폭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최근 북한 도발이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었음에도, 한국과 미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늘 그랬듯 북한의 도발 사실을 발표하고 ‘긴장 조성 행위’를 비판한 게 양국이 보인 반응의 전부였다. 특히 한국군 당국은 공중·수중 핵탄두 모의 폭발 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 측 주장을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북한이 그런 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완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평가절하가 계속되자 북한은 아예 핵탄두 실물을 공개해버린 것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이 핵탄두 실물을 공개한 직후에도 북한 측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합참은 “(북한의) 핵 능력 전력화가 완료됐다고 보려면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에 성공해야 하나,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에 북한이 보여준 전술핵탄두들은 그저 선전용으로 만든 모형에 불과할까.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에 성공해야 무기가 완성된 것이라는 한국군 당국의 평가는 대단히 위험한 접근법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따라 핵실험을 전면 중단한 핵보유국이 조약 발효 후 실제 실험 없이 개발·배치한 핵무기도 ‘미완성’이라고 봐야 한다. 올해부터 양산되는 미국의 B61-12 핵폭탄이나, 개발 결정으로부터 2년도 채 되지 않아 완성된 W76-2 저위력 핵탄두 같은 최신 핵무기도 실제 기폭 실험을 하지 않은 모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신뢰할 수 없는 미국의 ‘미완성 핵무기’로 구현되는 확장억제 준비 태세가 ‘철통같다’는 한국군 주장은 모순이다.



    6·25 전쟁 직후 시작된 북핵 개발 시도

    북한은 6·25 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핵개발을 시도했다. 핵탄두 제작과 기폭장치 개발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했다. 북한은 1974년 캐나다 맥길대 교수로 재직하던 핵물리학자 경원하(慶元河) 박사를 영입해 핵탄두 개발을 진행했다. 경 박사는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총괄하는 로스앨러모스 국립핵연구소 출신으로, 핵무기 기폭장치의 기술적 바탕이 되는 구형폭발(spherical detonation) 분야 권위자였다. 북한은 경 박사가 입북한 후부터 기폭장치 개발을 시작했다. 경 박사가 입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기폭장치 시제품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82년 정찰위성을 통해 영변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수십 차례의 고폭실험(高爆實驗)을 실시한 흔적을 발견했다. 북한은 1989년 영변 5메가와트(MW)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000개를 인출해 최소 3만 회가 넘는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진행했다.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고폭실험에 이어 플루토늄 생산 공정까지 시작되자 국제사회는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에 가입하라고 강력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상황이 결국 1994년 1차 북핵 위기로 비화됐다.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출신으로 역대 최고위급 탈북 인사인 황장엽 전 비서도 전병호 당시 군수공업담당 비서로부터 들었다며 “1993년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면 스커드-B/C 계열 미사일의 탄두에 실어 투발하는 방식이었을 개연성이 크다. 황 전 비서 말대로 1990년대 초반 북한이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그 핵탄두는 스커드미사일 탄두부에 실을 수 있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당시 이미 핵탄두를 길이 1m 이내, 직경 88㎝ 이내, 무게 700㎏ 이내까지 소형화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황 전 비서가 북한의 핵탄두 보유 사실을 인지한 것이 1993년이고, 이 시기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고폭실험을 실시한 지 11년째 되는 해였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 투발이 가능한 수준의 핵탄두를 1990년대 초반에 보유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후 북한은 이 핵탄두를 더욱 발전시켰다. 국가정보원이 2003년 7월 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997년부터 2002년 9월까지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에서 70차례 고폭실험을 실시했다. 1980년대 초반 이미 고폭실험을 했음에도 또다시 실험에 나섰다는 것은 기존에 보유하던 것과 다른 모델의 핵탄두를 설계했다는 뜻이다.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탄두에서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탄두로 핵물질을 바꿨을 개연성도 있다. 핵무기 고위력화를 위해 텔러-울람 설계(Teller–Ulam design)를 적용한 증폭핵분열(boosted fission) 방식 기폭장치를 실험했을 수도 있다.

    이후 북한은 2006년, 2009년, 2013년, 2016년, 2017년에 핵실험을 실시했다. 1·2차 핵실험은 플루토늄을, 3차 핵실험은 HEU를 사용했다. 4차부터는 수소폭탄 기술과 증폭핵분열 기술을 적용한 고위력 핵무기를 실험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핵탄두를 소형화·다종화·표준화했다고 밝히며 대량 생산을 선언했다. 북한은 2016년 핵탄두 대량 생산 선언 이후인 2017년 9월 2일 김정은의 핵무기연구소 현지 지도 소식을 보도하면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되는 수소폭탄 방식의 핵탄두를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핵탄두 역시 성인 남성의 상반신 정도 길이인 직경 약 1m 크기였다. 충분히 소형화된 핵탄두다.

    한국 전역 EMP 공격 능력 보유한 북한

    북한이 미 핵무기 개발 연구소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기폭장치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이 1974년. 지금으로부터 49년 전 일이다. 지난 20년간 6차례 핵실험이 성공했으며, 어지간한 미사일에 다 들어갈 정도로 소형화된 핵탄두 실물이 공개된 게 5년 전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아직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핵무기 개발에 관여한 북한 과학자는 전부 아오지 탄광이나 요덕 수용소로 끌려갔어야 한다.

    한미 해군은 3월 27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해군 제공]

    한미 해군은 3월 27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해군 제공]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단계를 넘어 투발 수단의 다변화와 핵공격 전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등장한 핵탄두 탑재 가능 미사일·방사포 종류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엇 등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약점과 사각지대를 공략하고자 다양한 형태로 투발 실험을 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은 미사일 탑재 핵탄두의 공중 기폭 기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미사일에 내장된 핵탄두를 원하는 고도에서 자유자재로 터뜨릴 수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핵탄두를 실은 북한 미사일들은 고각발사돼 사드 요격 고도보다 높은 고도에서 폭발할 수 있다. 광역 EMP(Electromagnetic Pulse·전자기펄스)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드 요격 고도인 150㎞ 이상 고도에서 핵무기를 터뜨리면 중국 연안도 EMP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한미연합군의 MD(미사일방어) 요격 능력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대량의 방사포 공격을 통해 사드와 패트리엇을 무력화시킨 뒤 충청도 상공 60~70㎞ 고도에서 핵탄두를 터뜨리면 정확히 남한 전역에만 EMP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럴 경우 한미연합군의 첨단무기들은 먹통이 될 것이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모든 첨단무기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재래식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국군이 과연 북한에 제대로 맞설 수 있을까.

    최근 북한이 새로 공개한 ‘해일-1형’ 역시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해 핵공격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 수중 드론은 한반도 주변 해역이 최악의 대잠작전 환경이라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것이다. 해일-1형은 수중 데이터 통신이 제한되기 때문에 움직이는 항모 전단을 맞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부산이나 인천 등 주요 항만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등 해안에 있는 국가 기간시설 인근에서 터뜨려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 대잠작전 능력이 대단히 부족한 한국군이 7노트 이하 속도로 조용히 남하하는 수중 드론을 효과적으로 탐지·저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軍, 국민 ‘심기’ 아닌 생명 지켜야

    북핵은 이미 완성돼 고도화되고 있다. 전문가가 수두룩한 군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물증과 정황 증거가 넘쳐나는데도 이를 모른다고 한다면 무능한 것이다. 적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니 군복 입을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군이 북핵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과거 북핵 위기 때 국민이 패닉에 빠진 것을 교훈 삼아 불안과 동요를 막으려는 노력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북한 핵탄두가 대한민국을 정조준하는 지금, 사실 은폐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턱밑까지 올라온 북한의 비수가 얼마나 위험한지 소상히 설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모을 때다. 대한민국 국군이 보호해야 할 것은 국민 ‘심기’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자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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