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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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있는 수출품 이포보

모로코 이어 태국과 MOU 체결, 4대강 성과 가시화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입력2012-04-02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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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력 있는 수출품 이포보
    경기 여주군 금사면 이포리 이포보. 채 풀리지 않은 쌀쌀한 날씨 탓에 차가운 강바람이 매섭게 목덜미를 파고들었지만 전망대 주변은 추위에 아랑곳없이 산책을 즐기거나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강변을 따라 부산까지 난 자전거도로는 보 위로 이어져 자전거족의 낭만적인 하이킹 코스가 되고 있다. 흰 돛단배를 형상화한 전망대에 오르면 이포보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비상하는 백로의 날갯짓을 그대로 강에 띄워놓은 모양새인 이포보는 백로의 알을 이미지화한 권양기(보를 끌어올리고 내리는 기계 장치)가 눈길을 잡을 뿐 아니라, 미려한 미관과 그 안에 탑재한 첨단 기술 또한 압도적이다. 바로 얼마 전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방문한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감탄을 금치 못한 그 현장이다.

    가뭄과 홍수 관리 획기적 모델

    이포보는 4대강 사업 현장 중 유일하게 대규모 저류지(약 198㎡,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 규모)를 마련해 홍수에 대비하는 곳이다. 팔당댐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을 침수 빈도와 규모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여주저류지 조성으로 홍수위는 11cm 낮아지며, 30년마다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홍수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국토해양부 측 설명이다. 지난해 대규모 물난리로 국가적 위기를 겪은 태국 정부가 가장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3월 모로코 정부의 요청으로 전격 체결한 ‘수자원 관리 및 4대강 사업의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 역시 한국의 진일보한 수자원 관리 시스템에 대한 해외 정부의 관심과 이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여주저류지는 홍수위를 저감(低減)할 뿐 아니라 1400만t의 수자원을 확보함으로써 가뭄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설계했다. 지역에 따라 가뭄과 홍수 편차가 심해 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모로코로서는 획기적인 모델을 발견한 셈이다.

    “직접 눈으로 보니 구조물과 자연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것 같다.”



    잉락 친나왓 총리의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는 3월 25일 직접 한강홍수통제소에 들러 우리나라 통합 물 관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데 이어, 한강 이포보 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본격적인 수자원 관리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 피해를 막는 기능적 측면을 충족했을 뿐 아니라 보 주변으로 자전거길과 문화공간, 수변공간 등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잘 조성해 놀랍다. 16개 보를 각각 특색 있고 아름답게 설치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홍수 예보의 정확도, 댐 현장과의 연계성을 비롯해 한강홍수통제소의 홍수 예보와 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예산이 들었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잉락 친나왓 총리의 이번 방문은 지난해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태국이 우리나라 4대강 사업을 롤모델 삼아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포보 현장 방문 하루 전인 3월 24일 양국 정상은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따른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수자원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각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한다는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태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외교장관이 이포보 현장을 방문해 4대강 사업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이 밖에도 몇 차례 장관급 인사와 탁신 전 총리가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의견을 공유하는 등 4대강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에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구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짜오프라야 강에 댐과 보를 건설하고 통합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종합 물 관리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태국은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과 네덜란드, 중국, 미국 등 각국의 지원과 협력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제안이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면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조만간 구체적인 기술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고 태국의 홍수 방지 대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태국은 지난해 12월 중·장기 수자원 관리 시스템 구축에 약 116억6000달러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올해엔 수해 복구를 위해 42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물 관리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

    경쟁력 있는 수출품 이포보

    3월 25일 이포보를 찾은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태국과 MOU를 체결한 데 이어 3월 26일에는 모로코와 ‘수자원 관리 및 4대강 사업의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본부장 심명필)에 따르면, 이번 MOU 체결은 물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어온 모로코 정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4대강 사업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모로코는 연평균 강우량이 약 400mm. 1277mm인 우리나라와 800mm인 세계 평균에 비하면 몹시 적은 편이지만 지역 편차가 심해 강우량의 절반 이상이 국토의 7%에 불과한 북서부 지역에 편중된다. 그러다 보니 홍수와 가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등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가 몹시 큰 편이다.

    모로코가 우리의 4대강 사업에 직접적인 관심을 표명한 때는 2010년. 그해 11월 유엔 물위생자문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모로코 국왕 고문은 이듬해 5월 다시 한 번 찾아와 이포보 현장을 둘러보고 한국과 모로코의 ‘4대강 기술협력 MOU’를 제의했다. 우리나라도 모로코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수자원 관리와 4대강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양국 협력의 토대로 삼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다. 이번 MOU 체결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방한한 포우아드 도우이리 모로코 에너지광물수자원환경부 장관은 MOU 체결과 동시에 모로코 내 지역 간 수자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수로 신설, 해수의 담수화, 지하수 함양 등 현안 과제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한·모로코 간 MOU 체결이 모로코 정부의 중대 사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이 기술지원단을 파견하기를 희망하며, 이는 양국 간 이해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공만식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사무관은 “4대강 사업 이후 한강 수질이 수질 측정 이래 최고치인 1급수를 기록하는 등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이 단순한 수질 개선과 수자원 관리를 통한 자연재해 예방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자연과 사람,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4대강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국제적인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축적된 수자원 관리 역량을 세계에 입증해보임으로써 기후변화 시대에 물 관리 분야의 선도국으로 입지를 굳히고, 나아가 해외 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등 장기적인 국가 발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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